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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Chun Jul 15. 2021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대통령

아침 커피타임에 아내가 미국 제39대 지미 카터(James Earl Carter, Jr.)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엊그제 게시된 중앙일보 기사의 내용을 보고 말한 것이었다.


"대통령 퇴임 후 이전에 살던 집을 리모델링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와 사는 유일한 대통령이래"

"퇴임 후 억대 강연료를 받는 강연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대통령이래"


카터 전 대통령의 고향인 조지아주에 함께 살다 보니 그에 관한 기사나 뉴스는 관심을 가지고 보곤 했지만, 아침에 아내에게 전해 들은 두 마디는 온종일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가 사는 마을 플레인은 쇼핑센터로 달러제너럴(잡화점) 하나가 고작인 인구 750명 정도의 작은 농촌마을이며, 그가 거주하는 집은 20만 불대라고 한다. 부동산 플랫폼 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미국의 4월 평균 주택 가격은 34만 7500만 달러(약 3억 9000만 원)라고 하니 그가 거주하는 집은 지극히 서민적인 주거공간 임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카터 전 대통령은 경제문제, 이란의 미국 대사관 인질 구출 작전 실패 등으로 연임에 성공하지 못한 몇 안 되는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직에서 보다 퇴임 후에 국민적 인기가 훨씬 높은 대통령이 되었다. 


퇴임 후 미국의 빈곤층 지원 활동, 사랑의 집짓기 운동 등  자신의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소속 정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 도움이 필요한 약자를 위해 순수한 마음을 담은 행보를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한국에 들어와서 자가격리 기간 뉴스를 보면서 느낀 생각을 정리하면 이렇다. 최근 뉴스의 대부분 시간이 할애되는 이슈는 국가의 코로나 확산 위기와 차기 대선에 관한 정치권의 이야기다. 이 두 가지 이슈는 국가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이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평가받는 문제이기도 하다. 코로나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이유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 되었고, 일본의 내각 또한 코로나로 인해 올림픽의 취소와 연기를 두고 내린 정책적 선택의 대가로 엄청난 경제적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될 것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또한 최근의 코로나 4차 유행은 연일 감염자 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인내는 그간의 거리두기로 힘든 상황에서 한계에 다다른 듯 보이고, K방역의 우수성을 전 세계가 칭송할 때 느꼈던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프라이드가 계속 지켜질지 의문이다. 


위기상황일수록 정부의 정책 결정이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을 보면, 이 시대 국가의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하는 문제는 단순한 정치참여의 의미를 떠나서 우리의 삶과 자녀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나의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요즘 각 당 대선후보들의 행보에 관한 뉴스는 누가 누구를 만났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지지율의 추이, 보수와 진보세력의 180도 다른 시각을 다루는 것이 대다수다. 각 당의 정책과 대선후보의 공약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와 실현 가능성을 조명하는 대신 진보와 보수의 대결구도를 인물 중심의 흥미 위주 기사로 9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한마디로 실망이다.


국민은 정치를 잘하는 지도자를 원하지 않는다. 국민의 삶을 실감하고 직시하며 국민의 어려움을 보고 잠 못 이루는, 가슴이 따듯하고 진실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지도자를 원한다. 더불어 기득권층의 갑질과 불공정을 바로잡고, 선직국에 걸맞은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지도자를 갈구한다.


우리는 인물의 과거와 인지도에 집중하기보다 공약과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더불어 임기를 마치면 전직 대통령으로서 해야 하는 마지막 책무를 다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대통령 임기 말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퇴임 후 거주하기 위한 집을 위해 국세를 낭비하는 문제가 여야 간 정쟁의 이슈가 되어 언론에 보도되곤 하는 것을 보면, 카터 대통령이 퇴임 후 살아가는 모습과 너무도 대조적이다. 대부분의 전직 대통령이 감옥으로 향했던 우리의 정치 현실을 돌아보면 퇴임 후 그간의 카터 대통령 행보는 더욱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서울=연합뉴스) 지미 카터(95) 전 미국 대통령이 낙상으로 14 바늘을 꿰매는 상처를 입고도 빈곤층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사랑의 집짓기(해비타트)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자택에서 낙상으로 왼쪽 눈이 멍들고 눈썹 위로 14 바늘을 꿰매는 큰 상처를 입었는데요. 고령임을 고려하면 안정이 필요했지만 카터 전 대통령은 저녁에 테네시주 내슈빌 라이먼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해비타트 행사에 아내 로잘린(92) 여사와 함께 참석해 자원봉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격려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보시죠.


https://youtu.be/6FMnWvjbx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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