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ppy Together Sep 01. 2021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을 쌌다!

엄마가 없는 일주일 동안 애 둘과 죽다 살아났다.


아침 7시20분. 


둘째가 '엄마'하며 나를 깨운다.


먼저 일어난 남편이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그보다 더 먼저 일어난 친정엄마는 미역국을 끓인다.


안방에 달려온 둘째를 안고 거실로 나간다. 다섯살 첫째는 아직도 꿈나라다.


아이들은 어쩜 이렇게 아침잠이 없을까? 아침마다 무거운 눈꺼풀을 치켜 올리기 힘든 나는 일어나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통통거리며 뛰어다니는 애들이 너무 신기하다.


오늘 하루도 급속 충전된 핸드폰처럼 번쩍 일어나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상대해야한다. 밍기적거릴 틈은 없다.


널부러진 블럭 앞에 둘째를 앉히고 이렇게 저렇게 손을 굴려본다.


그 사이 남편은 말끔히 출근준비를 끝내고 씻어놓은 사과와 삶은 달걀을 비닐팩에 담아 나갈 채비를 한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 첫째가 오랜만에 아빠의 출근길을 배웅한다. 


친정엄마가 차려 준 아침밥을 티비를 보고 있는 아이들의 입에 넣어준다. 식탁에 앉아서 얌전히 먹어주면 좋으련만 티비 보느라 정신 없는 첫째는 입에 떠넣어 주지 않으면 먹질 않고 눈뜨자마자 탱탱볼처럼 뛰어다니는 둘째는 놀며 먹으며 육체를 한시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서서 밥먹는 것이 더 익숙한 나는 애들 밥을 떠먹여 주며 오며가며 내 밥도 한 그릇 비워내고 커피까지 마신다. 바쁜 아침, 이런 사치는 친정엄마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2주전, 내게 화가 난 엄마가 일주일 동안 집에 오지 않았을 때, 내 삶과 마음은 피폐해졌었다. 경미한 우울증도 생겼다. 내 삶뿐 아니라 아이들도 부쩍 예민해지고 싸우고 짜증내는 일이 많았졌었다. 천만다행으로 일주일만에 엄마가 돌아왔고 우리집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석고대죄라도 하고 싶었지만 자식이라는 권력과 똥고집이 불효를 허락했다. 사과한마디 못 들은 엄마는 애들을 보며 웃어 넘겼다. 엄마가 없었던 일주일을 보내면서 생각했다. 


아, 내가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을 싸는 짓을 했구나!


엄마가 있기에 내 삼시세끼가 해결될 수 있었고, 아이들에게 영양진 식단을 차려줄 수 있었다.

엄마가 있기에 잠을 잘 수 있었고, 아이들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줄 수 있었다.

엄마가 있기에 흰 옷을 입을 수 있었고, 아이들에게 뽀송뽀송한 수건을 줄 수 있었다.

엄마가 있기에 화초가 살아있었고, 쓰레기통은 항상 비워져 있었다. 

엄마가 있기에 내 삶이 있었고 아이들에게 추억이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내가 잘난 줄 알고 내 새끼 내가 키운다고 큰 소리쳤던 모습이 너무 부끄럽다. 


내 새끼는 내가 낳았지만 내 새끼가 잘 클 수 있었던 건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 새끼를 돌봐주는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돌아 온 후로 나는  아침풍경이 좋아졌다. 


조급한 마음에 계란 후라이조차 태워가며 전전긍긍하고 애 둘을 닥달해가며 밥을 먹이고 내 밥은 커녕 설거지하고 뒤돌아 또 밥을 차리고 있는 시간을 겪고 보니 엄마가 있는 여유로운 이 아침풍경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됐다.


일찍 일어나 까불대는 둘째의 기상나팔 소리도 좋고, 눈 뜨자마자 군것질을 찾는 첫째의 땡깡도 애교스럽다. 

친정엄마 부재 일주일 동안 가장 크게 와 닿은 말이 있다. 


"당해봐야 안다. 있을 때 잘하자!"




작가의 이전글 엄마와 아이의 시간 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