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by 정오의 햇빛

열차에서 내리며.


내릴 수 없는 머신 위에서

나는 필사적으로 달린다.

작은 발, 작은 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몸으로

끝없이 톱니와 벨트를 밀며 달린다.

설국열차 기관실 밑,

사람이 서 있을 수도 없는 좁은 공간.

머리 위에서 뜨거운 증기가 쉭쉭 내뿜고

철판과 기계 소리가 온몸을 흔들어도

나는 움직여야 한다.

멈추면 안 된다.

멈출 수 없다.

나는 아이였지만

아이답게 울 수도, 화낼 수도, 쉴 수도 없었다.

작고 여린 몸으로,

살아 있는 기계가 되어야 했다.

숨이 턱 막히고, 손이 저리고,

눈물이 고여도

나는 계속 달려야 했다.

누가 그렇게 살라고 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수 없다.

아무도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으니까.

그냥 그렇게,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살아야 했다.

나는 기관실 밑에서

나만의 세상을 갖고 있었다.

좁고 어두워서

숨조차 내 마음대로 쉴 수 없는 세상.

그 속에서 나는

조용히, 그러나 끝없이 달리며

나를 지탱했다.

살아 있음과 움직임이 같았던,

살아 있는 작은 기계였다.

그리고 이제,

머신이 미세하게 멈추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고장 나서가 아니라 이제 동력이 되지 않아도 존재해도 되는 시점이 왔기 때문에.

이젠 열차도 없고 승객도 없고 밖은 설원도 아니다.


나는 아직 아이의 몸이 남아 있지만

조금은,

숨을 고를 수 있는 시점에 서 있다.

지금도 옛 습관을 벗지 못해서

여전히 움직이고 있지만...


눈이 날리는 운동장에서 눈을 맞으며 두 시간을 테니스를 하고

차가운 도시락을 먹었다.

누군가는 공공근로를 하느라 눈을 맞으며 쓰레기를 줍고

차가운 도시락을 먹는다.

별로 다르지 않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다리를 절며 공공근로를 하는 그 사람이나 나나 같은 이유로 움직인다..

생산적이라고 자위하는 그 이유조차 허공 속에서 흔들리는 손잡이 같다.

움직여야만 하는 삶,

움직임으로만 존재를 확인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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