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포춘〉를 본 지 한참이 지났다.
무슨 내용이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아 검색을 했다.
키아누 리브스가 천사로 나왔다는 것, 그가 핸드폰에 빠진 운전자의 어깨를 툭 건드려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존재였다는 것만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의 날개는 아주 작았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병아리 같은 날개. 삐약거리는 듯한 말투
그는 자기 역할이 하찮다고 느꼈고,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했다.
영화는 부자 남자와 가난한 인도 청년, 그리고 천사, 이 세 남자의 혼란스러운 교차 속에서 흘러간다.
부자는 돈을 가졌지만 의미를 모르고 있었고, 청년은 돈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삶을 포기하고 싶어 했다.
천사는 자신의 역할을 과소평가한 채 역량 밖의 일을 하려다 곤란한 시간을 겪는다.
당시에는 분명 재미있게 봤다.
하지만 일주일, 열흘, 보름이 지나자 줄거리도 감동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어두운 공간에서 말없이 나를 위해 흘러가던 영상들을 즐긴 시간만 남았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런데 기억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상실처럼 느껴졌다.
내가 분명 무언가를 했는데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느낌.
그때의 감동을 다시 불러올 수 없다는 아쉬움.
영화는 보고 나서 바로 정리해야 한다.
늘 그렇듯이 나중으로 미루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곤 망각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