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물주머니를 발치에 놓고 자면 발이 따뜻하고 포근하다.
자는 동안 발목이 시려서 잠을 깨는 경우가 많았는데 잠도 깨지 않고 길게 잔다.
발이 시린데 계속 머리맡에 난방기를 켜놓고 머리를 따끈하게 하고 잠을 자곤 했다.
발이 시리다는 생각이 난방기를 계속 켜놓게 하는 이유였다.
발이 따뜻하니까 난방기를 켜지 않고 자도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 간단한 행동조차도 머릿속에서 떠오르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몸은 말하고 있고 해결은 간단했는데 행동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를 지배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나의 생각이었다.
겨우내 물주머니를 어깨쯤에 놔두고 잤다.
어깨가 시리다는 생각에.
근데 뜨거워서 자꾸 몸을 움직이게 되곤 했다.
발치에는 직접 닿는 게 아니라 그냥 포근한 온기만 있어서 발을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밤새 따뜻하게 발을 데워주는 물주머니의 존재가 사랑스럽다.
마치 누군가의 체온 같다.
자기 가슴에 꽁꽁 언 애인의 발을 품어 녹여주었다던 어떤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는 없는 경험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