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가 된 토끼

200개의 글은 토끼도 거북이로 바꾼다.

by 정오의 햇빛

200개의 글을 쓰고나자 사유가 뭔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등뒤가 휑했다.

의자에 기대었는데 등받이가 없는 느낌이었다.

알고 있다고 믿었던 말들이 등을 받쳐주지 못했다.

마음은 바람빠진 풍선 같았다.

빵빵하게 들어있던 것은 나의 자만이었나?


글을 쓸때마다 조바심이 나고 불안했다.

숟가락으로 입을 억지로 벌리고 약을 먹이는 엄마가 된 것 같았다.

뱉어내는 약을 긁어 다시 입으로 밀어넣는 것처럼 몰아붙였다.


어느날 글을 쓰다가 멈췄다. 더 밀어붙일수 없었다.

금방 밥을 먹었는데 허기가 올라왔다.

설명되지 않는 허기가 올라왔다.


어쩔 줄 몰라하는 어린아이가 거기 있었다.

가르쳐 주는 어른없이 혼자 더듬던 그 아이.


나는 사유를 몰랐던 게 아니라 사고를 멈추는 법을 몰랐던 건 아닐까?

글을 쓰다가 모르는 것을 모르는 나를 만났다.


어쩌면 아는 척하는 나를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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