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피 도전 일기

나의 친구가 되어줄래?

매주 새로운 글씨체를 배워가면서 단순한 행복감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내 안에 나는 끊임없이 공부하면 할수록 만감이 교차한 순간들이 온다. 두 주씩 새로운 서체를 배워가는데 첫 새로운 글씨체를 맞닥뜨리면 그것이 나에게 흡수되지 못하고 빙빙 겉도는 기분이 든다. 펜과 붓의 느낌은 달랐다. 펜으로는 쉽게 써지는 글씨체가 붓은 그 느낌이 잘 살지 않았다. 그런 순간들이 오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알았다. 직선체는 나름 자신 있는 글씨체였는데 잘하시는 분들과 선생님들의 글씨체를 비교하게 되니 한없이 부족해 보였다.

" 비교심리 경쟁심리가 또 나오는구나..

내 안에 드는 잘하고 싶은 욕구본능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좋아서 시작한 취미생활이 일로 또는 부담으로 느껴져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길 원한다. 이제는 좋아하는 일들을 통해 즐겁게 지내고 또 의미 있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물론 그 길이 항상 환상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적어도 내 중심을 잘 지켜 나가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고 싶었다. 말이 쉽지 사실 그 마음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배우자..

" 아직 초보잖아..

초심을 잃지 말자. 고 다짐했던 약속을 나 스스로 깨고 있었지만 무너진 마음을 다스리고 정신수양하듯 머릿속에 되새겼다. 그렇게 이번 주 수업을 무사히 마치고 다음날 아침 나는 회사 출근하였다.

출근한 그날

회사에서 스트레스받을 만한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그냥 단순하게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불편감이 와서 사건은 잘 마무리되었지만 그날 이후 그 사건이 기억에 남아 계속 맴돌며 스트레스받기 시작했다. 어제 나 스스로와 싸웠던 일은 별일 아닌 일이 되었고 회사의 일에 몰입하며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잊어버리고 싶은데..

” 자꾸 생각나네..

너무 답답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은 사건이 일어나면 훌훌 털어 버리지 못하고 안정적인 상태가 올 때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그 숙제를 풀지 못하고 잊고 싶은 에피소드를 머릿속에 간직한 채 그렇게 주말이 되었다. 수업을 들으며 매주 과제를 해야 하는 미션이 있었기 때문에 난 일단 붓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붓을 들고 화선지에 글자를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뭐가 문제일까?

잘 써지지 않는 글씨체를 보며 고민했다. 문제 해답을 찾기 위해 조금씩 몰입하는 그 순간 답답하고 막힌 가슴이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

“ 이게 무엇일까?

수영을 배울 때 선생님이 제일 먼저 알려주시는 게 있다. 그건 몸에 힘을 빼는 것이다. 힘을 빼야 물에 가라앉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내 몸은 자꾸 힘이 들어간다.

" 몸에 힘을 빼세요..

선생님이 반복적으로 외치는 소리였다. 20대 후반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어 배웠던 수영이 마치 붓과 내손에 느끼는 감각과도 같았다. 그 감각을 손으로 느껴 힘을 빼보니 내 손은 붓과 가볍게 춤을 추고 있었다.

내 파트너가 되어줄래?

그 고민을 풀어가면서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라는 걸 알았고 내 머릿속 잡념이 사라졌다.

그래.. 이거야..

Relax

몸의 긴장감 풀고 흘러가는 대로 붓에 내손을 온전히 맡기는 것이다.

그 깨달음을 얻으니 붓이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이기고 평온함이 왔다.

붓은 미세한 움직임에 반응한다. 그리고 강약의 조절도 중요하다. 나의 미세한 힘과 떨림이 글자를 쓰는데 방해가 되었다.

나의 인생의 길도 어쩌면 이와 같이 할 수 있는데.. 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요소들이 없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방해 요소들을 깨닫고 관리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어떤 일이든지 해낼 수 있다고 다시 용기를 얻었다.

모든 배움에는 버릴 게 하나도 없이 나에게 공부가 된다. 이 배움을 통해서 붓과 한결 가까워지고 가볍게 쓸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신념을 잘 지켜가며 편안함마음으로 다시 레이스를 가볼까 다짐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