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과 낫또의 차이 그리고 현명한 선택을 위한 Tip
저는 할아버지 입맛이라 생 청국장과 낫또, 홍어, 젓갈과 같이 발효가 만드는 특유의 향과 맛, 질감을 너무 좋아합니다. 그래서 치즈도 꾸릿한 맛과 향이 강한 치즈를 좋아하고, 와인도 농익은 맛과 향, 색을 보여주는 오래된 샴페인이나 레드와인을 좋아합니다.
이번에는 청국장과 낫또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당장은 두 식재료가 가지는 식품으로서의 가치와 공통점 그리고 차이점을 살펴보고, 좋은 청국장을 고르는 방법까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찌개로 만들어 먹었던 재래식 청국장을 생 청국장이란 이름으로 먹게 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은 일입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파된 재래식 청국장을 먹던 일본인들은 1905년 동경대의 한 박사가 발효 과정을 위생적으로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발효 과정에서 가장 많이 증식되는 특정 균만을 분리해 Bacillus Natto 균이라고 명명하였고, 또 타이 쇼우(大正) 시대에 와서 북해도 대학의 교수가 지푸라기를 사용하지 않고 청결하고 효율성 있게 낫또를 만드는 것에 성공하면서 최초의 낫또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재래식 청국장 -> 일본으로 건너가 -> 일본만의 낫또로 재탄생 -> 다시 한국에서도 -> 생 청국장이란 이름으로 한국식 생 청국장을 탄생
최근 들어 재래식 청국장보다 이러한 생 청국장(=낫또)이 각광받는 이유는 식품영양학의 발전과 환경오염을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볏짚에 서식하는 고초균을 이용해 발효하는 재래식 청국장은 고초균뿐만 아니라 볏짚이나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알 수 없는 여러 균에 의한 발효도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어느 누가', '어느 동네에서', '어떤 계절에' 만드느냐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좋게 말하면 어머니의 손맛이고, 나쁘게 말하면 알 수 없는 균에 의한 발효로 인해 유용하지 않은 물질들도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래식 청국장은 생 청국장이나 낫또에 비해 꼬릿한 특유의 향이 매우 강한데 이것은 잡균에 의한 발효의 포함 유무에 따라 그 정도가 비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식약청에서는 이러한 재래식 청국장과 생 청국장(= 낫또)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청국장으로 통칭해 분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청국장을 구입할 때 생 청국장(= 낫또)으로 만들었는지 재래식 청국장으로 만들었는지 확인해야 하며, 혹여나 재래식 청국장으로 만든 청국장이라면 생 청국장으로 바로 먹기보다는 찌개로 끓여먹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만, 청국장을 끓여서 먹으면 청국장의 중요한 성분인 고초균주, 그리고 발효 과정 중에 고초균주에 의해 생성되는 유용 물질들이 대다수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은 알아두세요.
낫또와 생 청국장의 공통점은 잡균은 통제한 상황에서 청국장 및 낫또 발효에 필요한 특정 균주만을 접종해 발효를 시키는 것에 있습니다. 차이점은 생 청국장과 낫또에 접종하는 발효균이 서로 다른 것에 있습니다. 생 청국장은 Bacillus subtilis chungkuk이라는 균을 접종하는 반면 낫또는 Bacillus subtilis natto라는 균을 접종합니다. 크게 보면 같은 종류의 균이기 때문에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특히 2002년 Bacillus natto의 유전자 검사 결과 Bacillus subtilis와 같은 균주로 판정되어 비슷한 균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특정 균만을 접종시켜 발효시키는 생 청국장과 낫또는 재래식 청국장과 달리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요즘 한국의 낫또 제조사들의 제품을 보면 Bacillus subtilis chungkuk 뿐만 아니라 고초균(Bacillus subtilis)의 범주 아래 다양한 유용 균들을 혼합해 접종시킴으로써 발효과정 중에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을 만들어내도록 제조하는 생 청국장들도 많이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청국장이든, 낫또든 먹고 나면 콩 비지나 두부의 형태로 콩을 섭취할 때에 비해 속이 편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는 고분자 물질인 콩의 단백질 일부가 청국장 발효 과정 중에 저분자 물질인 아미노산으로 분해가 되어 체내에서 소화할 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고초균들이 미리 소화, 분해를 해놓았기 때문에 우리는 편안하게 콩의 영양소를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콩을 생 청국장이나 낫또와 같이 발효시켜 먹는 것에 대한 의미를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청국장의 형태로 콩을 섭취하게 되면 원래 콩이 가지고 있는 고혈압 예방 및 지질대사 개선 효과뿐만 아니라 청국장 발효 과정 중에 생성되는 낫또키나제라고 하는 물질에 의한 혈전 용해, 항산화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낫또키나제를 이용한 건강기능식품도 많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또한 미생물에 의한 발효 과정 중 원료인 콩이 본래 함유하고 있는 비타민 이외에 새로운 비타민과 생리활성 물질을 생성하여 콩이 발효된 청국장의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생 청국장이 아닌 가공 식품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청국장을 이용한 제품에는 크게 청국장 알, 청국장 분말, 청국장 환이 있습니다.
청국장 알은 생 청국장을 건조한 것이고, 청국장 분말과 청국장 환은 먹기 편하게 조금 더 가공한 형태입니다.
가공 순서를 보면 생 청국장 알(낫또) -> 건조 -> 청국장 알 -> 분쇄 -> 청국장 분말 -> 환으로 가공 -> 청국장 환이라고 보면 됩니다.
생 청국장의 유용한 여러 물질들, 특히 나또키나제라고 하는 실타래에 있는 유용한 물질을 가장 많이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가공이 덜된 상태에 비례하기 때문에 생 청국장 -> 청국장 알 -> 청국장 분말 -> 청국장 환 순입니다.
위 순서와 같이 생 청국장(낫또)의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특유의 이취와 식감, 냉장 보관, 실처럼 늘어나는 진 등을 이유로 청국장이 몸에 좋은지 알고 있으면서도 섭취를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생 청국장 낱알을 건조해 과자의 형태로 섭취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데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건조 방법에 따른 좋은 생 청국장 알을 고르는 방법입니다.
청국장 알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뜨거운 열풍으로 말리는 방법과 진공 상태에서 급속 냉동 동결 건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청국장 유용 물질의 훼손 없이 가공한 형태는 후자인 급속 냉동 동결건조 방법이며, 이는 열을 전혀 가하지 않은 상태로 오히려 냉동 상태에서 건조를 시키기 때문에 유용 물질이 하나도 손실되지 않는 특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동결 건조된 청국장은 딱딱하지 않고 바삭하여 특유의 바스러지는듯한 씹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열풍 건조한 청국장은 제조공정에서 몸에 유익한 미생물이 사멸되므로 생 청국장(낫또)을 건조한 제품 선택 시 동결 건조한 청국장 낱알 제품을 선택하세요. 청국장 분말과 청국장 환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건조 방법을 동결 건조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에서도 동결 건조한 청국장으로 만드는 간식이 있습니다. 작고 아름다운 과자라는 의미로 '소미과' 라는 식품인데 청국장과 비트, 블루베리를 건조해 만든 건강 간식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생 청국장(낫또)은 콩을 건강하게 먹는 최선의 방법은 아닙니다. 청국장의 발효 형태를 보면 아시겠지만, 콩의 겉표면 일부만 발효 과정 중에 분해가 되기 때문에 콩이 가지는 원래의 다양한 영양소들이 충분히 분해되지는 않습니다. 다음 편에서 그 대안에 대해서 또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