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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Mar 12. 2024

빨간 열매 06-엄마표 이야기

06 하품이의 등장

빨간 열매 표지-아홉 살 쫑

 

한 시간 넘게 차를 타고 와서 피곤했던 물범은 처음 보는 친칠라가 자기를 깨우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도 소리를 지르면서 말이다.   

  

 "야, 너 왜 소리를 질러. 넌 예의도 몰라?"

 "미안해, 내가 아무리 건드려도 깨지 않고, 너랑 얘기를 하고 싶은 급한 마음 때문에 그랬어."

 

 자신의 잘못을 바로 인정하는 친칠라 덕분에 물범은 화가 금방 수그러들었다. 물범은 잠에서 덜 깬 상태라서 자신 앞에 와 있는 친칠라를 빤히 쳐다보았다. 동글동글하게 생겨서 퍽이나 귀여운 인상이었다. '킁킁' 목소리를 가다듬고 물범은 입을 열었다.     


 ”네가 소리를 질러서 기분이 좀 그랬는데, 이젠 괜찮아. 넌 종현이네 언제 왔어? “

 ”괜찮다니, 다행이다. 3월 말에 종현이가 날  데리고 왔어. 처음에는 고향에 있는 친구들과 떨어져서 슬펐는데, 종현이가 잘 대해줘서 이제는 있을 만 해. 거기는 여전히 활기차지? 혹시 내 친구들을 만난적 있니? 거긴 여전히 빨간 열매가 가득하지? “

 ”하나씩 질문해 줘. 한꺼번에 너무 많은 질문을 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어. “

    

  친칠라는 고향에서 온 친구가 처음이라서 자신이 수다스러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물범은 친칠라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아는지 들뜬 목소리의 친칠라를 이해하며, 하나씩 답해주었다. 놀이공원은 넓은 곳이다. 그곳에는 수많은 인형들이 있고, 상점도 많아서 서로를 다 알지 못한다. 아쉽게도 친칠라와 물범은 같은 상점에 있지 않아서 친칠라가 알고 싶어 했던 소식들을 자세하게 전해 주지는 못했다.     


 ”그래도 놀이공원에는 여전히 행복해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어서 빨간 열매가 가득해. 어떨 때는 너무 많아서 다 먹지도 못할 때도 있어. “     


 종현이가 예쁜 말과 행동을 하면 생기는 빨간 열매. 놀이공원에도 같은 열매가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들이 에버랜드에 와서 행복감을 느끼면 상점 곳곳에 생긴다는 것이다. 인형들만 볼 수 있게 말이다. 코로나가 끝나고 나서 놀이공원에는 열매가 늘 가득하다. 친칠라는 자신이 아는 친구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고향이 여전히 활기차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었다.    

  

 ”물범아, 그런데 넌 이름이 뭐야? 종현이가 새로운 이름을 지어 줬어? “

 ”응, 내 이름은 하품이야. “

 ”졸릴 때 하는 그 하품? 하하하하하 웃기다. 이름이 하품이라니. “

 ”친칠라. 난 내 이름이 마음에 든단 말이야. 웃지 마. 그럼 넌 이름이 뭐야? 얼마나 특별하고 멋있는지 알려줘. “

 ”어,,, 그게 내 이름은 그냥 친........ 칠....... 라야. “


하품리이는 친칠라가 특별한 이름을 가지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친칠라의 이름은 친칠라였다.


하품이, 친칠라는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인형들 사이에서는 누가 먼저 태어났다고 해서 형, 누나, 언니라고 부르지 않는다. 서로의 이름을 부를 뿐이다. 친칠라와 하품이는 놀이공원에서의 추억을 주고받았다. 서로 머물렀던 상점은 달랐지만 둘의 공통점은 있었다. 바로 달콤한 빨간 열매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친칠라, 혹시 빨간 열매 남은 거 있어?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배가 고프네."     


친칠라는 ’ 고맙습니다 ‘라는 말을 해서 생긴 빨간 열매를 먹은 뒤여서, 혹시나 하나 더 생겼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물범이 있던 소파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총총총 걸어서 문이 열린 안방으로 들어갔다. 점프를 잘하는 친칠라는 짧은 다리에 온 힘을 주어 침대 위로 뛰었다. 너무 힘을 준 나머지 '부앙'하고 방귀가 터져 나왔다. 자신의 방귀 소리를 들었는지 소파에서 앉아 있는 하품이가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흥, 내가 누구 때문에 빨간 열매를 가지러 가는 건데, 방귀 좀 뀌었다고 웃어? 그냥 빨간 열매 가져다주지 말까. 에잇, 그냥 배고프게 내버려 둘까.'    


친칠라는 잠깐 고민을 했다. 자신도 처음 종현이네에 와서 배고파서 눈물이 찔금 났었다. 하품이도 배고플 거라고 생각하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칠라는 종현이 베개가 있는 곳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종현이는 처음 잘 때는 머리를 베개 위에 올려놓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다른 곳에 머리가 있다. 지금은 종현이의 얼굴은 종현이 엄마 발바닥에 놓여있다.


종현이가 맛있게 구워져 있는 빵 냄새를 맡는 꿈을 꾸고 있다. 자신의 코를 엄마 발에 가까이 대고 코를 킁킁 거리며 미소를 짓는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엄마 발을 한 입베어 먹을것 같다. 친칠라는 그냥 내버려 둘까 고민하다가 자신도 엄마 발 냄새를 아는지라 종현이의 머리를 꼬리고 살짝 밀었다. 종현이는 뭐가 기분이 좋은 피식 웃더니 몸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빨간 열매를 찾으러 간 친칠라는 얼른 종현이의 베개를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아주 빨간 열매가 두 개가 있었다.과연 어떤 맛일지, 종현이가 어떤 말과 행동을 했을지 궁금해지는 색이었다.  

                                      

친칠라는 배고픈 물범을 위해 빨간 열매 두 개를 작은 손으로 꼭 쥐고, 거실로 달려갔다. 달려가다 물컹한 종현이 볼을 밟고 말았다 부드러운 솜이 가득 들어 있는 쿠션처럼 종현이 볼은 친칠라의 무게로 푹 들어갔다. 종현이의 볼이 푹신해서 친칠라는 그 위에서 계속 폴짝폴짝 뛰었다. 너무 열심히 뛰었더니, 종현이가 짙은 두 눈썹을 움찔 거리며 입에서 '끙'소리를 뱉어냈다.      


'아차,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친칠라는 배고픈 물범에게 다가갔다. 물범의 말을 빌리자면 물범은 배가 고파서 뱃가죽이 천장에 붙었다고 했다. 등짝아닌가?  친칠라는 물범의 입안에 빨개 열매 두 개를 던지다시피 넣어주었다. 작은 입을 오물거리면서 빨간 열매를 깨물어 먹던 물범은 배고픔을 언제 느꼈는지도 모르게 두 눈에서 힘이 느껴졌다.    

  

 "친칠라, 고마워. 네 덕분에 살았어."

 "서로 힘들면 도와주는 거지. 그런데 봤어. 오늘 종현이가 뭐 했어?"     


다시 한번 '오도톡' 터지는 빨간 열매를 먹던 물범은 잠시 눈을 감았다. 모든 것들을 빨아들인다는 블랙홀처럼 물범은 자신의 몸이 종현이가 빨간 열매를 만들 수 있었던 장면으로 빨려 들어갔다.     

 

 "엄마, 나 배고파."

 "김밥 싸 왔으니, 조금만 참아.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곳만 찾으면 거기서 먹자."     


 아침밥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종현이는 동물원을 구경하기 전부터 배가 고팠다. 먹고 싶어도 사람들이 많아서, 먹을 만한 장소를 찾기 어려워 엄마 말을 따르기로 했다. 한 시간 넘게 돌아다니다가 테이블이 있는 곳을 찾아냈다.

    

 치킨, 김밥, 샌드위치, 삶은 달걀, 음료수로 한 상이 차려졌다. 종현이는 뭐부터 먹을까 고민하다가 치킨을 집어 들었다. 에버랜드에 오는 내내 치킨은 식고 딱딱해져 버렸지만 꼭꼭 씹어서 종현이는 먹었다. 그리고 먹기 전, '먹겠습니다.'를 큰소리로 외쳤다.     


 힘들어도 참고, 예쁜 말을 했던 종현이 덕분에 빨간 열매가 생긴 것이었다. 물범은 친칠라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커억‘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큰소리로 트림을 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물범은 갑자기 똥이 마렵다고 했다. 인형들은 사람들의 베개에서만 똥을 눌 수 있다. 물범은 소파에서 뛰어내려 안방으로 달려갔다. 종현이와 아빠의 베개가 비어 있는 게 보였다. 물범은 고민이 되었다. 종현이? 아빠? 잠시고민하던 물범은 뛰어갔다.      


’과연 물범은 누구 베개에 똥을 싸러 간 걸까?



아홉 살 쫑은 자신이 잠을 자고 있을 때 인형이 마음껏 돌아다녔으면 했어요.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부드러운 몸으로 자신을 툭툭 건드려 주길 원하더라고요. 이 이야기를 쓰고 쫑이 친칠라와 하품이를 바로 옆에 두고 자기 시작했어요.


언제든지 자신의 부드러운 볼을 건드려 주길 원한다면서요.


이야기에 아이의 언어습관을 잡아주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보다 이야기로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더라고요. ^^


시중에 나와있는 이야기 책저럼 재미있지는 않지만 아홉 살 쫑 맞춤형 유머가 녹아있답니다. 앗, 어제 읽은 글에서 나만 재미있는 이야기는 글로 쓰지 말라고 했는데, 뜨끔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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