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은 어떻게 가나요?
성인이 된 후 가장 많은 시간을 창가의 책상에 앉아 보냈다.
첫 번째 창가 책상 자리는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1층 노트북 열람실이다.
학교에는 정말 많은 열람실이 있었는데 적당한 소음이 있어야 마음이 편했던 나는 일반 열람실보다는 노트북 열람실을 자주 찾았다. 중앙도서관 1층 노트북 열람실은 우리 과 건물에서 가깝기도 했고, 복사실도 바로 옆에 있어 자주 찾았던 곳이다. 그중에서도 바깥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창가 자리를 좋아했다.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이 되자 대부분의 선배, 동기들은 이미 취업 전선 또는 갖가지 고시에 뛰어들어 있었다. 나도 이제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결정해야 될 때가 온 것이다. 1학년 때부터 막연하게 로스쿨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아니, 사실은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법조인이 되고 싶었고, 학창 시절 장래희망에도 종종 법조인을 적어왔다.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로스쿨이 설치된 대학들의 법학과는 없어지게 되었고, 내가 대학에 입학한 해는 첫 법학적성시험이 치러진 해이자 마지막으로 학부 법학과를 뽑는 해였다. 마지막 법학과 학생으로 입학해서 법조인에 도전할지, 이전부터 공부해보고 싶었던 교육학을 공부할지 고민하며 (아마도) 나군에는 교육학과를 다군에는 법학과를 지원했다. 등록 직전까지 어떤 과에 진학할지 고민을 거듭하다 교육학과에 진학했는데, 대학에 들어와 강의를 들어보니 적성에 전혀 맞지 않았다.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생각하며 부전공으로 경제학 강의도 듣고, 교양으로 법학 강의도 들으며 여러 분야를 접해보았는데, 역시나 법학이 제일 재미있었다.
매년 1명씩 법조인을 꿈꾸는 대학생 후배를 멘토링 해주고 있는데, 친구들의 첫 번째 질문은 역시 이것이다. "로스쿨은 어떻게 가나요?" 어떻게 로스쿨 진학을 준비해야 하는지, 로스쿨 진학 후 삶은 어떠한지 궁금해하는 그 마음을 이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로스쿨을 준비할 때는 로스쿨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1기 졸업생도 나오지 않을 때였다. 가족은 물론 지인 중에도 법조인이나 로스쿨 재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기에 1부터 10까지 모든 정보를 혼자 찾아봐야 했다. 하다못해 동기 중에 로스쿨을 준비하는 친구도 없었다. 지금은 로스쿨 제도가 정착하여 얼마 전 7월에는 14회 법학적성시험이 치러졌다.
전국에는 25개의 로스쿨이 있고, 한 해의 전체 로스쿨 입학 정원은 2,000명이다. 서울대 로스쿨의 입학 정원이 150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경북대, 전남대 로스쿨로 입학정원이 각 120명이다. 로스쿨은 법학전문대학원이기에 학사 학위를 소지한 자가 입학할 수 있다. 입시에 필요한 정량 요소로는 'LEET(법학적성시험) 성적', 'GPA(학부 학점)', '공인 영어 점수'가 있다. 물론 자기소개서 및 기타 활동 내역이 정성 요소로 반영되기는 하지만 입시를 경험해본 바로는 역시 정량 요소가 정성 요소보다는 우선시된다.
'LEET'라고 불리는 법학적성시험은 매년 7월경 시행된다. 그리고 매년 10-11월경 로스쿨 입시가 치러지며, 지원자는 가군과 나군 두 개의 로스쿨에 지원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정량 요소 및 정성 요소로 1차 합격자를 선발한 후 각 로스쿨별로 2차 면접 전형을 진행한다. 로스쿨 지원을 위해서 학부에서 법학 관련 강의를 수강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나이 제한도 없다.
다른 분야에서 사회생활을 하다가 로스쿨 진학을 고민하는 사람들로부터 "공식적으로 나이 제한은 없으나 실질적으로는 나이가 많으면 불리하지 않느냐." 하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로스쿨과 법조 생활을 경험해본 바로는 각 로스쿨이 요구하는 수준의 정량 요소와 각자의 분야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이력만 있으면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전의 사회경력을 살려서 법조 직역에서 날아다니는 멋진 변호사님들을 많이 봐왔기에 법조인에 대한 뜻만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로스쿨 진학에 필요한 정량 요소에 대해 다시 얘기해보자. 'LEET 성적', 'GPA', '공인 영어 점수' 이 세 가지 요소가 있는데 당연히 모든 점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다만, 'GPA'는 로스쿨이 아닌 취업이나 다른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1학년 때부터 관리하는 것이므로 로스쿨 입시에만 특별히 요구되는 요소는 아니다. 또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는 시점에서는 이미 바꾸기 어려운 요소이기도 하다.
'공인 영어 점수'도 'GPA'와 마찬가지로 로스쿨 입시에만 특별히 요구되는 요소가 아니고, 체감상 입시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여러 로스쿨이 P/F로만 영어 점수를 반영하기도 하고, 요즈음은 대부분의 지원자가 높은 '공인 영어 점수'를 보유하고 있어서 영어 점수가 높다고 해서 큰 가점을 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로스쿨 입시를 치른 10여 년 전에도 내 토익점수가 955점이었는데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닌 평범한 점수였다.
'GPA'는 이제 바꿀 수 없고, '공인 영어 점수'로도 큰 가점을 얻을 수 없다면 결국 지원자에게 필요한 것은 높은 'LEET 성적'이다. 2021학년도 로스쿨 입시 기준으로 리트 성적 반영 비율은 서울대 30%, 연세대 37.5%, 고려대 40%이고, 리트 성적을 58.3%까지 반영하는 로스쿨도 있다. 리트 성적은 그 자체로 반영비율이 높은 전형요소이기도 하고, 로스쿨에 지원하는 시점에서 지원자가 컨트롤할 수 있는 가장 유의미한 요소이기도하다.
'LEET' 시험은 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아니, 일단 공부를 하면 'LEET' 성적이 과연 오르기는 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