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즈음에 라라할머니도 토요일에 친구분과 함께 어딜 다녀오신 후로 수요일쯤부터 기침을 하시더니 몸살을 하셨다. 처음에 어깨랑 팔이 너무 아프다고 하시더니 다음날엔 등이 아프다고 하셨다. 다행히 열은 없었다.
그다음 날은 다리가 아프다고 하셨고 나중엔 손가락 발가락까지 아프다고 하셨다.
그렇게 꼬박 일주일을 힘들어하셨다.
증상이 아무래도 그 당시 유행하던 독감인듯했다. 정해진 방문 시간 외에도 수시로 오고 가며 간호를 해드렸다.
할머님이 괜찮아지실 때쯤 내 몸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엔 으레 갱년기증후군이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나도 독감에 걸린 거였다. 그렇게 아파보긴 처음이었다. 그런데 아프다고 자리보존하고 누울 상황이 아니었다. 회복되고 있긴 했지만 할머님이 편찮으시니 약을 먹고 할머니를 뵈러 갈 수밖에 없었다. 1년에 먹을 진통제를 그 일주일에 다 먹은듯하다. 그래도 내가 감기를 옮긴 게 아닌 게 그나마 다행이라 계속 간호해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젊은 나도 독감에 이리 맥을 못 추는데 할머님은 정말 힘드셨겠다 싶었다.
그렇게 할머니와 똑같은 증세로 아프고 난 후 한주정도 지나고 나니 나도 괜찮아졌다.
그때가 크리스마스 한주전쯤이었다.
내가 조금 나아지니 그때부터 라라할머님이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도 딸은 동생이나 나를 통해서만 소식을 전했다.
그 소식이란 것도 주로 약사인 딸이 할머니의 약이 떨어질 때쯤 우편으로 약을 보내오는 게 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