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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람씨 Jan 20. 2023

가계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10년 안에 무일푼에서 10억 그리고 사 남매를 키우게 된 사람(5)


(아래는 나의 소비와 상관이 없는 예시이다.)

월급 400만 원

이번달 식비 50만 원

기저귀값 15만 원

자동차 할부 30만 원

....

남은 돈 5만 원



여러 커뮤니티를 보면 위와 같은 형태로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공유하고 이러이러한 이유로 자신은 돈을 모을 수 없으며, 결혼을 못하고, 연애도 못하고, 사고 싶은 것도 못 산다는 식의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글들을 보면 개인적으로 '이 항목은 더 줄일 수도 있는데, 이건 없앨 수도 있는데'라는 생각이 날 때가 많지만 사실 항목 하나하나 따져가며 줄이고 없애는 것은 (나의 경험에 의하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계부를 쓰고 정리하다 보면 돈은 늘 부족하다. 부족한 돈을 보면 앞으로의 미래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되고, 어차피 행복한 미래가 어렵다면 지금 당장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선택하며 자신은 현명하다며 자부하게 되기도 한다. 이렇게 어떤 이들은 MZ라고 불리고, 어떤 이들은 FIRE, 어떤 이들은 YOLO, 혹은 N포라고 자신들을 칭하거나 불리게 된다.


그렇다고 미래를 위해 투자하며 순간순간의 소비를 참고, 지난달의 지출과 이달의 지출을 비교하며 어떻게 지출을 더 줄일지 고민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무엇인가를 갖고 싶은데 참는 것, 연애를 하고 싶은데 참는 것(사실은 참은 게 아니고 못 했던 것이지만...), 경험하고 싶은 것들을 참는 것들은 스프링을 쭈그려 뜨리듯 내 마음속에 에너지를 축적하다가 어느 순간 '팡'하고 터져 나왔던 적이 많다. 


돈을 모을지 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정확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수입은 사업가나 유튜버가 아니라면 대부분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 자신의 수입에 기반해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인정하고 그에 비해 과소비가 되지 않을 지출만 한다면 가계부 없이도 파산하지 않고 잘 살 수 있다. 이 것이 내가 월급 200만 원 일 때부터 결혼준비하면서 우리 아내와 함께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경제관념의 첫 번째 규칙(?)이기도 하다. 필요한 것은 사고 과소비를 하지 않는 것, 과소비의 기준은 나의 수입에 기반해서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우리 부부의 돈 관리 철칙이다. 


우리는 사고 싶은 것을 안 사는 것이 없다. 다만 사고 싶은 것들이 남들보다 좀 더 적은 것 같다. 그렇다고 취미 생활이 없지도 않다. 나는 홈카페 프로슈머이고, 우리 아내는 미싱이 취미라 공업용 미싱으로 집에서 옷을 만든다. 아무튼 우리 부부는 이제는 아내도 장사를 시작하면서 맞벌이가 되었지만 평범한 직장생활을 외벌이로 하면서 서울 한복판에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사 남매도 키우면서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돈을 아껴 미래에 투자하지 말고 돈을 써서 현재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지난달보다 이번달에 얼마를 더 아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만원이라도 더 써서 나에게 10분이라도 더 주어진다면 그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공부를 하던지, 부동산을 알아보던지, 세계 경제 상황을 돌아보던지, 새로운 것을 배우던지, 유튜브채널을 오픈하던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열던지, 브런치에 글을 써보던지 해야 한다. 옆으로 새는 소리지만 짧은 거리도 택시 타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하지 마라, 그들은 돈보다 더 귀한 시간을 저축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저축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그들에게 달린 일이 되겠지만...


만약 글을 읽는 당신이 가계부를 쓰는 분이라면 지금 현재 수입과 현재 지출에 집중을 조금 줄였으면 좋겠다.  요즘엔 연동만 잘 시켜 좋으면 앱이 가계부 잘 써준다. 가계부 쓸 시간에 자신에게 조금 더 투자해서 역량을 넓힐 수 있다면, 현재의 즐거움도 잡을 수 있고 우리들의 미래도 조금 더 밝아지지 않을까?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에 집중하지 말고, 우리의 그릇에 집중하는 것이 조금은 더 현명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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