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완벽한 거짓말
나는 거짓말을 능숙하게 잘하는 편이다.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거짓말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몇 가지 기술이 필요한데, 오늘은 그 기술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거짓말의 첫 번째 기술은 진심을 얘기하지 않거나 확정적인 대답을 피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특히 친한 관계에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받을 때 써먹기 좋다.
친구의 남자 친구를 소개받고 난 후 소감을 물어볼 때 “나쁘지 않네(별로다).”라고 하거나, 반찬이 짜지 않냐고 묻는 엄마에게 “밥이랑 같이 먹어봐(짜다).”라고 하는 것이다.
사실 이 기술은 거짓말이라기보다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배려(?)에 가깝다.
두 번째 기술은 조금 더 복잡하다. 거짓말을 잘하려면 전부 거짓인 것보다 약간의 진실을 섞는 편이 좋다. 만약 다섯 가지의 내용 중 서너 가지가 진실이라면 더 완벽한 거짓말이 탄생한다.
예를 들어보자.
학생일 때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돈을 더 받기 위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거짓말,
"엄마, 이번 학기 교재를 사야 하는데(진실) 안에 들어가는 그림이 중요해서(진실) 그림은 꼭 원서로 봐야 한대(거짓). 번역본엔 그림이 흑백으로 들어가서(진실) 원서랑 번역본 둘 다 사야 할 것 같아(결론)."
회사에선 주로 이런 거짓말이다.
갑작스러운 회식에 빠지고 싶을 때,
"팀장님, 사실 지난주에 엄마가 올라오셨는데(진실) 내일 내려가셔야 하거든요(거짓). 그래서 오늘 저녁은 엄마랑 같이 먹어야 할 것 같아요(결론)."
갑자기 연차를 내고 싶을 때,
"팀장님, 제가 자궁이 좀 안 좋아서(진실)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는데요(진실), 담당 선생님이 이번 달은 주말 진료를 못 하신다고 해서(거짓), 부득이하게 평일에 연차를 내고 검진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결론)."
두 번째 기술의 단점은 시간이 지나면 거짓말 중 일부의 진실만 기억난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너 그때 블라블라 했었잖아!”라고 한다면 “내가? 아닌데?”라고 하는 것보단 “아, 그랬나?”라고 하는 편이 안전하다.
… 쓰고 보니 내가 너무 거짓말쟁이 같다. 누구나 이 정도의 거짓말은 하고 사는 것, 아닌가?
아, 거짓말과 더불어 뻔뻔함도 점점 늘어 가는구나.
사실, 지금 이 글에도 거짓말이 섞여 있다. 과연 어느 구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