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창업 첫해, 가장 크게 배운 것

회사를 버티게 하는 습관

by 브랜들리

창업 첫해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처음인 시간이었다.
사무실을 마련하고, 사업자등록을 하고, CI를 디자인해 사인보드를 걸고, 명함을 만들고, 회사 이름으로 첫 계약서를 쓰던 순간까지. 겉으로 보면 작은 디자인 회사 하나가 시작된 것뿐이지만, 나에게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열리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회사를 설립했다고 해서 갑자기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이전에는 회사에 출근하면 자연스럽게 프로젝트가 주어졌지만, 이제는 내가 직접 일을 만들어야 했다. 디자인을 하는 사람에서 일을 찾아야 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그 변화가 낯설었다. 디자인을 잘하면 일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지만 현실의 회사는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일을 맡기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시작되지 않았고, 그 ‘누군가’를 만드는 과정 역시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일을 기다리는 대신 나서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주변에 회사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조심스럽게 알리기도 하고,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대외 활동을 시작했다.


작은 상담 하나, 짧은 미팅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하나둘 이어진 작은 일들이 회사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큰 프로젝트가 아니어도 괜찮았다. 이익이 많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견적만으로 무산된 일들도 기회로 여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나를 알리는 일에 집중했다.


디자인 의뢰 하나, 리플릿 한 장, 간단한 편집 작업이라도 정성을 다해 마무리했다. 단순한 스타일링이 아니라 목적에 맞는 결과물을 만드는 데 집중했고, 상담의 시간을 통해 디자인의 방향을 함께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고객들에게 반드시 전달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디자인은 단순한 스타일링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디렉팅의 영역이라는 것이었다.


스타일링 중심의 결과물은 인쇄소나 간판 업체와 경쟁하기 어렵다. 당시에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고, 디자인을 서비스 항목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래서 의뢰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목적에 맞는 디자인과 형식을 함께 기획하고, 제작 이후의 사후 관리까지 세심하게 챙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다음 일로 이어질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시간 속에서 우리 회사의 시스템도 조금씩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부딪힌 것은 시간의 구조였다. 디자이너로 일할 때는 대부분의 시간을 디자인 작업에 쓸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를 시작하고 나서는 하루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갔다. 전화 한 통으로 하루의 계획이 바뀌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수정 요청이 프로젝트 전체 일정을 흔들기도 했다. 작업을 하고 있으면 계약 이야기가 들어왔고, 계약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세금이나 비용 문제가 따라왔다.


업무가 복잡해진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영역이 넓어진 것이었다. 특히 작은 디자인 회사에서는 일의 순서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디자인을 하다가 견적서를 쓰고, 견적서를 쓰다가 미팅을 준비하고, 미팅을 다녀와서는 다시 디자인을 해야 한다. 그 사이사이에 일정 관리와 비용 관리, 클라이언트 대응까지 이어진다. 이 모든 일이 같은 하루 안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창업 첫해에 나는 이끌어 주는 사람이 없어 그 사실을 하나하나 몸으로 배웠다. 회사 운영은 능력이 아니라 리듬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일이 몰릴 때도 있고 한동안 조용할 때도 있다. 끝나지 않을 것처럼 수정이 계속 이어지는 프로젝트도 있고, 예상보다 빠르게 끝나는 프로젝트도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읽는 감각이었다.


어느 시점에 일이 들어오는지,
어느 시점에서 정산을 요청해야 하는지,
어느 시점에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하는지.

그 리듬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은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창업 첫해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시간 덕분에 나는 한 가지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회사는 거창한 전략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선택들이 쌓여서 유지된다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는 것.
약속한 일정과 기준을 지키는 것.
프로젝트 하나하나를 성실하게 마무리하는 것.


단순해 보이지만 그 반복이 결국 회사를 유지시킨다. 돌이켜보면 창업 첫해는 성장을 보여주는 시간이 아니라 좌충우돌하면서 회사를 버티게 하는 습관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회사 운영은 능력이 아니라 리듬에 가깝습니다. 먼저 회사를 버티게 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1. 일을 만드는 활동

□ 명함과 회사 소개 자료를 준비했다

□ 주변 네트워크에 창업 사실을 알렸다

□ 상담이나 견적 문의는 모두 기록하고 관리한다


2.기본 운영시스템

□ 견적서, 계약서 기본 양식을 만든다
□ 작업 일정 및 공유 관리 방식(캘린더, 노션 등)을 정한다
□ 프로젝트 진행 단계를 정리한다


이전 02화02. 디자인만 잘하면 될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