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작은 회사의 시작은 늘 조용하다

창업의 책임과 마음가짐

by 브랜들리

작은 디자인 회사의 시작은 대부분 아주 소박하다.

나 역시 그랬다. 처음 사무실을 마련했을 때 공간은 크지 않았다. 책상 몇 개와 작은 미팅 테이블 하나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 공간은 단순한 작업실이 아니라 회사라는 이름을 가진 책임의 공간이었다. 회사라는 이름을 달고 출발하지만 창업식 같은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무언가 거창하게 시작하기에는 스스로도 아직 준비가 덜 된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명함에 ‘대표’라고 적는 것조차 어색했다. 그래서 처음 명함에는 대표 대신 ‘총괄’이라는 직함을 넣었다. 누군가에게 회사를 소개할 때도 규모를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쑥스러웠다. 사무실 한쪽에 책상 몇 개를 놓고 컴퓨터를 켜고, 명함을 만들고, 간판 하나를 달았을 뿐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시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회사라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회사라는 것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공간의 크기일까, 장비일까, 아니면 인원의 숫자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눈에 보이는 규모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구조였다. 외부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회사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 결국 그것은 시스템이었다. 작은 조직일수록 더욱 그렇다. 화려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조용히 회사를 지탱하는 힘은 결국 시스템에서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시작할 때 자유를 먼저 떠올린다.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고, 시간도 스스로 정할 수 있으며, 자신의 이름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회사를 시작해 보면 그보다 먼저 찾아오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책임과 불안이다. 일이 없을 때의 불안, 월급을 줘야 할 때의 부담, 잘못된 판단이 회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무게가 함께 따라온다. 회사라는 이름은 생각보다 훨씬 무겁다.


그래서 나는 종종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회사를 시작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신중해야 한다.”

디자인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 디자인을 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은 디자인이라는 일 위에 경영이라는 또 하나의 역할을 얹는 일이기 때문이다. 견적을 계산하고, 계약을 관리하고, 현금을 흐르게 하고, 사람을 책임지는 일까지 모두 함께 시작된다.


그래서 무턱대고 회사를 시작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당장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선택으로 창업을 결정한다면 그 길은 생각보다 훨씬 거칠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시작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미 회사를 시작했다면 이제는 두려움보다 책임감을 먼저 선택해야 한다. 작은 회사일수록 대표의 생각과 태도가 곧 회사의 방향이 된다. 대표가 흔들리면 회사도 흔들린다.


작은 회사의 시작이 조용한 이유는 아직 보여줄 것이 없어서가 아니다. 버텨야 할 시간이 먼저 시작되기 때문이다. 조용한 시작 속에서 대표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이 길을 계속 갈 수 있을까. 이 선택이 맞는 걸까.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 질문들과의 싸움을 견디는 시간이 바로 회사의 초반이다.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작은 회사의 시작은 크게 알릴 일이 아니라 조용히 버텨야 하는 시간이라고. 그리고 그 조용한 시간 속에서 대표라는 사람은 조금씩 만들어진다.


회사는 어느 날 갑자기 성장하지 않는다. 대표가 하루하루 조금씩 단단해지면서 회사도 함께 단단해진다. 그래서 작은 회사의 시작은 늘 조용하다. 하지만 그 조용한 시작 속에는 수많은 고민과 결심이 담겨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작은 회사 대표들은 그 조용한 시작을 아무에게도 크게 말하지 못한 채 묵묵히 일을 시작한다.

그렇게 회사는 시작된다.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작은 회사의 경쟁력은 화려한 장비나 큰 사무실이 아니라 조용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에서 나옵니다.


창업 전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3가지

□ 특화된 디자인 분야와 경력이 충분한가?

□ 경영자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 최소 6개월 이상의 운영비를 준비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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