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가는 거래는 관계에서 시작된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거래처를 바라보는 시선은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디자이너로 일할 때는 거래처를 단순히 일을 맡기는 클라이언트라고 생각하기 쉽다. 좋은 디자인을 만들고 납품하면 일이 마무리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를 운영하게 되면 상황이 다르다. 거래처는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회사 운영과 직접 연결된 관계이기 때문이다.
작은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거래처 한 곳의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 어떤 거래처는 몇 달의 매출을 만들기도 하고, 어떤 거래처는 회사 전체 일정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거래처는 단순히 프로젝트 단위로 끝나는 대상이 아니라 회사의 흐름을 함께 만드는 관계가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거래처와 일하는 방식에 몇 가지 기준이 생긴다.
첫째, 일정은 충분하게 설명하고 정해진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것이다.
일정과 작업 범위가 명확하지 않으면 대부분 문제가 생긴다. 작은 회사일수록 일정 하나가 어긋나면 다른 프로젝트까지 영향을 받는다. 하나의 일정이 밀리면 전체 작업 흐름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을 시작할 때는 작업 범위와 일정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한 번 정한 약속은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일정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 거래는 훨씬 안정적으로 이어진다..
둘째, 문제가 생기면 늦지 않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디자인 작업은 대부분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협업이다. 충분히 검토하고 대비했다고 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문제를 숨기거나 시간을 끌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작은 문제도 시간이 지나면 더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경험상 거래처는 문제가 없는 회사를 기대하기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태도로 대응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셋째, 지속 가능한 거래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모든 거래가 좋은 거래는 아니다. 과도한 수정 요청이나 반복되는 일정 변경, 무리한 요구가 계속되면 프로젝트 운영 전체가 흔들리기도 한다. 이런 거래는 시간적 압박뿐만 아니라 심정적 부담이 크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거래처를 두 가지 기준으로 보게 된다. 매출 이익의 폭이 큰 거래인가, 아니면 지속 가능한 관계인가라는 기준이다.
매출 이익의 폭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익만으로는 오래가기 어렵다. 관계가 좋지 않으면 결국 문제가 반복된다. 반대로 관계만 좋고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거래도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일과 관계가 균형을 이루는 거래처다.
돌이켜보면 오래 함께 일하는 거래처에는 공통점이 있다. 단순히 큰 프로젝트를 많이 주는 곳이어서가 아니다. 자신의 제품을 소중하게 생각하듯 타인의 능력도 존중하는 곳이다. 협업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고자 하는 태도가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필요하다고 판단해 찾아온 고객이다. 결국 일하는 목적과 방식이 서로 맞는 곳이다. 일정에 대한 이해가 있고,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대화가 가능한 곳이다. 그런 관계가 오래 이어진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거래처는 단순히 매출을 만드는 대상이 아니라 회사 운영의 한 축을 함께 만드는 관계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제 막 출발하는 경영자에게 중요한 것은 거래처의 수를 늘리는 일이 아니다. 함께 오래 협업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고객의 제품 가치를 함께 키워갈 수 있는 거래처, 그런 지속성이 결국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만든다.
작은 회사에게 안정적인 거래처 몇 곳은 단순한 매출 이상의 의미가 있다.
회사가 흔들리지 않고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기반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거래처는 매출을 만드는 대상이 아니라 회사를 함께 지탱하는 관계이다.
거래처와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위한 체크리스트
□ 고객의 제품 가치와 우리의 디자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인가?
□ 정해진 일정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부 준비가 되어 있는가?
□ 예상되는 문제나 변수에 대해 미리 공유했는가?
□ 문제를 해결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