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진 의지 중 많은 부분은 결핍이 만들어낸 것들이 많다. 그리고 결핍이 채워졌을때 진짜 나의 욕망인지 아닌지 드러난다.
돈을 벌고 싶었다. 그래서 사업도 했고 스타트업 투자자로 취업도 했다. 그렇게 10여년간 일을 해오면서 많진 않지만 일정정도 저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쓰는게 많이 없다보니 또래애들보다 조금 더 많은 돈을 저축할 수 있었고 월급도 어느정도 계속 올랐다. 서울에 혼자 살 수 있는 오피스텔 전세금 정도는 낼 수 있는 돈이 모였고, 한달에 어느정도 써도 모자라지 않는 월급이 되니 돈에 대한 결핍이 이전보다는 줄어들었다. 당연히 서울 아파트 자가, 남부럽지 않은 차,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당장 내가 생활하는데는 큰 부족함은 없었다.
어느정도 돈을 모으고 월급이 오르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의 욕망이 아니라는 걸 알게됐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 욕망이 아닌건 진작에 알았다. 2019년부터 이 일을 했으니 1년정도 일을 하고 알게됐다. 하지만 돈에 대한 결핍이 있으니 내 욕망이 아니라도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일을 할 의지가 유지됐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돈을 모으기 위해서 일을 해야된다는 의지가 내 안에서 스스로 생겼다.
하지만 시간에 지나고 나서 돈이 어느정도 모이고 나니 그 의지는 뚝하고 사라졌다. 결핍이 어느정도 사라지니 내 욕망이 아닌 일, 하기 싫은 일을 할 의지가 점점 더 줄어드는게 느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의지는 바닥이 났다. '내가 이 일을 왜하고 있지?' 이런 생각이 점점 더 강하게 들었다. 조금씩 이 일을 하는게 힘들어지더니 단 하루도 이 일을 하기 싫은 지경까지 오게되었다.
하기 싫은 일을 매일, 8시간씩 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하기 싫은 정도가 크면 고문과도 비슷한 일이다. 그런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동력은 결핍밖에 없다. 돈에 대한 결핍, 명예에 대한 결핍, 권력에 대한 결핍이 주된 결핍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기싫은 일을 할때 과한 소비를 하는 지도 모르겠다. 소비를 지속적으로 해돈에 대한 결핍이 생겨야 하기 싫은 일을 계속 할 의지가 생기니까. 그리고 명예, 권력에 대한 결핍이 있는 사람일 수록 그 결핍을 계속 채우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을 잘할 것이다.
비슷한 예시도 삶에는 많다. 외로움, 사랑에 대한 결핍으로 애인을 만났다고 해보자. 분명 만나기 전에는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별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그 마음을 외면하는 것이다.) 결핍으로 시작된 만남은 외로움이 사라지고 안정감이 생겼을 때 사랑이라 착각한 '의지'는 확 줄어들고 이 사람을 왜 만났지에 대한 의문과 후회가 그 자리를 채운다. 물론 결핍으로 시작된 만남이 모두 사랑으로 발전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랑에 가까운 마음으로 시작한 관계보다 사랑의 밀도는 낮을 것이고 서로에게 상처를 줄 것이다.
진정한 내 욕망은 어쩌면 결핍이 사라졌을때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결핍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어느정도의 결핍을 없애고 나면 나의 진정한 욕망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명확한 건, 진정한 욕망이 아닐때 결핍이 없어지면 그 의지도 사라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