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취미로 뮤지컬을 배우고 있다. 극단에서 운영하는 직장인반으로 일주일에 한번 모여서 3시간씩 연습을 한다. 6개월정도 연습을 한 뒤 공연을 올리는 걸 목표로 했고 드디어 다음주에 공연을 앞두고 있다.
처음에 14명이서 시작한 우리반은 중간중간 이탈자가 나와서 이제는 10명이 되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동기들의 나이대는 다양하다. 사실 정확히 동기들의 나이를 모르는데 대략 어림잡아보면 20대 중반부터 50대까지 있다. 극단의 운영 방침이 동기 간의 친목을 극도로 제한해서 서로 이름 밖에 모르지만 그래도 6개월정도를 함께 연습하니 어느정도 정이 들었다.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아쉬운 점이 많다. 절대적인 연습량이 부족했다. 뮤지컬은 개인장면과 앙상블 장면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앙상블은 단체연습이 필요하다. 여러 사람이 등장하기 때문에 동선, 대형, 화음 등 많은 것을 신경써야 한다. 단체장면은 집에서 혼자 연습하기도 어려워서 미리미리 함께 연습하고 익혀놔야 했다. 하지만 극단에서 진도를 제대로 신경을 안 썼고 공연 3주 전에야 처음으로 앙상블 장면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연출과 조연출 분들도 이제야 우리 반이 진도가 너무 안 나갔다는 걸 알고 당황해서 서둘러 진도를 나가기 시작했다. 급하게 여러 장면들을 배우고 익히려니 당연히 실수도 많고 잊어먹는 장면도 많았다. 춤을 거의 춰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서 짧은 시간에 암기하기가 어려웠고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것도 다들 어려워했다.
아쉬운 건 연출 분이 대부분의 잘못을 배우는 사람들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을 해봐도 극단 측이 놓친 것들이 많았다. 연출이 연습에 참여를 안 해서 진도를 놓친 것도 많았고, 담당 조연출 분들도 계속 바껴서 중복된 수업들도 많았다. 하지만 모든 잘못을 배우는 사람들 탓으로 돌리고 짜증과 꾸지람을 하니 다들 기가 많이 죽고 연습 분위기가 많이 쳐졌다. 조금 더 어린 동기들은 기를 못 펴고 주눅이 들어 자기가 준비해온 것들을 많이 못 보여줬고 텐션도 갈수록 떨어졌다. 처음 배우는 아마추어들이기에 분위기가 굳으니 거기에 따라 몸도 굳는 것이 보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싶었다. 그래도 6개월을 함께 연습을 하고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서로가 아쉬움을 남긴채 마무리하고 싶진 않았다. 내가 공연을 위해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이 뭘까 생각했다. 어디까지가 주제넘지 않고 진짜로 도와줄 수 있는 건지 생각했다. 근데 계속 생각을 해봐도 내가 실력이 안되니 크게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연기를 잘 하는게 아니니 연기를 봐줄 수도 없었고 춤을 잘 추는게 아니니 춤선을 고쳐줄 수도 없었다. 도와주고 싶어도 역량이 없으니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걸 오랜만에 느꼈다. 그렇다고 구경꾼처럼 내 일 아니니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처다만보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았다. 동기들이 헷갈려하는 앙상블 등/퇴장 타이밍, 순서, 대형 등을 기록해서 공유했다. 삼촌뻘인 동기분과 따로 만나 헷갈려하는 춤을 알려주었다. 주인없는 허드렛 일은 내가 하겠다고 했다. 내가 동기들보다 체력이 많기에 내 마음만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하려고 했다. 완벽하진 않겠지만 다들 조금이라도 덜 후회가 남는 공연을 하길 바랬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뭘까? 오랜만에 단체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 남을 도울려면 분명 역량이 있어야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역량만큼 도울 수 있는 범위가 커진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멍때리고 있으면 도울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도 느꼈다. 그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한 게 무엇인지 능동적으로 고민하면 작은 것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마음이 있다면 쉽게 포기하지 않고 내 역할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 허들은 상대가 원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도움을 줘도 될까? 하는 생각이었다. 상대가 원치 않는 도움을 줘서 거절 당하거나 오히려 욕을 들을 수도 있다는 걱정도 들었다. 가까운 관계가 아니기에 부담이 되지 않게 조심스럽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정도에서 필요한 것들을 찾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정도까지 신경을 써서 상대를 대하면 결과가 어떻든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은 진심이었으니 결과가 안 좋게 나더라도 감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정말 일주일 남았다! 이번 공연이 끝나고 다시 할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후회없이 즐겁게 공연을 마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