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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Dec 16. 2023

왜 뉴스레터를 발행했나? -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나의 사이드 프로젝트 연대기 03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시리즈 세 번째.

사이드 프로젝트의 핵심은 이 문장에 있는 것 같다. 시키지 않은 일을 도대체 왜 하는 걸까?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먼저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니고, 안 하면 페널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모두가 뉴스레터를

발행하던 시대


  2020~21년에는 뉴닉으로 대표되는 뉴스레터 붐이 있었다. 앞서 소개했던 인스타그램과 함께 2020년에 처음 '왓츠뉴' 뉴스레터를 만들었다. 마케팅 큐레이션 뉴스레터였다. 인스타그램과 달리, 뉴스레터는 정말로 미디어를 만들었다는 감각이 더 강했다. 개인이 이런 걸 발행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디자인을 다듬고, 콘텐츠의 형식을 만들고, 글을 써서, 구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모든 과정이 흥미로웠다. 


  에너지가 넘쳐서 남들이 하는 건 다 해보고 싶었고, 뉴스레터도 그랬다.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뉴스레터에는 마감의 압박이 있었다. 매주 발행하다 격주로 발행주기를 바꿨다. 격주의 마감도 쉽지 않았다. 포트폴리오에 뉴스레터 경험을 실을 때 종종 '33회의 자발적 마감'이라고 표현한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발행 전날 밤마다 마감을 앞둔 작가의 고통을 느끼며 뉴스레터를 이어나갔다.



뉴스레터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


  뉴스레터를 만드는 순서는 이렇다.

  1. 소재 기획 > 2. 리서치 (도중에 1로 돌아가거나, 1과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 3. 원고 작성 > 4. 포맷에 얹히기 + 사진/디자인 작업 > 5. 타이틀 작성 (때때로 ab 테스트) > 6. 검수 (오탈자, 팩트체크, 링크 연결 확인) > 7. 테스트 발행 > 8. 예약 발행


  대체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1~2번이다. 이 부분이 마무리된다면 3번은 의외로 쉽다. 5번에서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뉴스레터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때때로 오류에 맞서서 여러 번 확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볼드가 풀린다든지, 링크가 잘못되었다든지, 혹은 단순히 오탈자가 있기도. (아무리 봐도 걸러내지 못하고 오타가 난 채로 발행되기도 했다) 뉴스레터는 한번 발송하면 취소할 수 없기 때문에 검수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발행' 버튼을 누를 때는 항상 식은땀이 난다. 여러 번 발송해도 매번 그렇다. 



마케팅 공부에서

시작


  첫 왓츠뉴 뉴스레터는 말 그대로 뉴스 큐레이션이었기 때문에, 소재 3가지 정도를 정해서 목차를 구성했다. 주목성이 좋은 이슈를 활용해 제목 카피를 작성하고, 소재에 대해 딥하게 알아보는 '왓츠모어'를 작성했다. 왓츠모어를 구성하면서 스터디를 많이 했다. 한 개의 뉴스만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 있었다. 핀테크, 이커머스,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르는 개념과 단어가 튀어나왔다. 그걸 찾고, 쉽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조금은 더 똑똑해졌을지도. (그리고 지금은 까먹었다)


  뉴스레터를 쓰는 일은 계속 공부를 해야 하는 과정이었고, 그런 점이 고통스럽지만 좋았다. 그러나 '2 인스타그램'편에서 이야기했듯이 마케팅 뉴스를 전달하는 콘텐츠는 개인/기업을 막론하고 넘쳐흘렀고 나는 이 주제에 금세 지쳐버렸다. 



교훈 : 구독자는

리뉴얼에 관대하다!


  뉴스레터를 리뉴얼한 건 1년쯤 지나서다. 사이드 프로젝트 없이 직장생활을 계속하다가 어느 순간 공부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다시 말하면 '인풋'이 부족했다. 업무에 당장 도움이 되진 않더라도 나를 채우는 공부(인풋)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인풋탐험대'라는 이름을 붙여 뉴스레터를 재발행했다.


  인풋탐험대는 '마케팅 뉴스'를 벗어나서 다양한 분야에서 인풋을 찾아 소개했다. 매호 주제가 달라졌는데, 1호 주제는 출판이고 2호 주제는 인스타그램, 3호는 아이스크림 이라는 식이다. 일관성은 없다. 개인적인 관심사에서 선택한 주제라는 점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 모든 주제를 모으고 나면 인간 양유정이 보일지도 모른다. 선택할 수 있는 소재가 넓으니 글쓰기는 더 재밌었다.


  기존 구독자들에게 (긴 휴재 기간을 거쳐) 새로운 뉴스레터를 소개하는 순간에 얼마나 긴장했는지 기억이 난다. 아마 구독 취소가 폭주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했다. 의외로 구독자들은 복귀와 변화에 너그러웠다. 오픈율도 높았고, 수신거부는 1~2개에 그쳤다. 그렇게 다시 인풋탐험대 뉴스레터를 15회 정도 연재했다. 이 연재 횟수는 초반부터 정해져 있었는데, 이번에는 꼭 기약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였다. '탐험 지도'와 '아날로그 문구'를 컨셉으로 잡아서 매호 끝자락에 '탐험 스티커북'을 첨부했다. 호마다 스티커를 만들어서, 연재가 끝나면 다 모으게 되는 방식. 초반 기획으로는 스티커를 다 모으면 선물을 준다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그러려면 구독자의 오픈 횟수도 체크해야 하는 등 고려해야 할 게 많았고, 15호를 발행할 땐 출판으로도 충분히 바빠 하지 못했다.



창작의 원동력을 

찾아서


  중반에 스티비의 '비레터'에 소개되는 영광도 있었다. 그 이후에 구독자가 확 늘었으니 스티비 파워를 실감하기도 했다. 크리에이터 트랙에 들어가서 운영비를 지원받고, 내 인터뷰를 게시하는 등 홍보에 도움을 받기도 했는데, 이런 소소한 이벤트가 창작에 원동력이 되어줬던 것 같다.


  마지막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구독자는 1,700명이 되었다. 초기에는 바라기도 어려운 숫자였다. 지금도 이 숫자를 생각하면 다시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20년도에 비해 뉴스레터 플랫폼 이용에 드는 비용이 커졌고, 뉴스레터를 쓰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도 만만치 않기에 미뤄두었다. 지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아마 모든 뉴스레터 창작자들의 숙제가 아닐까? 


  지금도 뉴스레터 재발행이나 유료화, 새로운 뉴스레터 기획에 대한 생각이 많다. 인풋탐험대는 가장 즐겁게 만들었던 콘텐츠다. '아웃풋' 코너를 운영하면서 실제 나의 본업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돌아보는 일도 의미 있었다. 인풋탐험대 시즌 2를 다시 할 것인가, 새로운 뉴스레터를 기획해 볼 것인가 여전히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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