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인풋탐험대, 인터뷰 시리즈
뉴스레터 <인풋탐험대> 아트편의 인터뷰를 모아 소개합니다.
11호 가구 마케팅의 세계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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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마케팅 #브랜드 #기록
혜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스탠다드에이 브랜드팀에서 근무하는 최혜진이라고 합니다.
언제부터 스탠다드에이에서 일하셨나요?
2020년 여름부터니까, 지금이 5년차예요.
어떤 계기로 스탠다드에이를, 또 가구 회사를 선택하셨는지 궁금해요.
사실 스탠다드에이는 제가 다닌 네 번째 가구 회사예요. 어쩌다 보니 쭉 가구 회사에서 근무를 했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걸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데요. 직접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하다 보니, 가구를 만들어 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일단 처음엔 가구 목공 회사를 리스트업하고, 전화를 돌렸죠. 그렇게 파주의 가구 목공소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그 다음엔 카레클린트에 들어가서 소비자가 원목 가구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배울 수 있었고요. 이후 비아인키노에서 보다 다양한 소재로 만든 가구를 경험했고, 다시 원목 가구 브랜드인 스탠다드에이에 오게 됐어요. 일을 하면서 공간을 채우는 가구에 대해 계속 흥미를 가졌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쭉 가구 회사를 거쳐 오셨군요. 스탠다드에이와의 첫 만남은 어땠는지 기억하시나요?
처음부터 자기만의 이야기를 잘 만들어가는 회사라는 걸 알고 지원했는데요.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브랜드의 색이 확고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쇼룸에서 면접을 봤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옹이가 아주 강한 가구가 많더라고요. 소비자들이 흔히 ‘이거 빼주세요’라고 말하는 결의 가구였어요. 그래서 면접 때 물어봤거든요. “이게 스탠다드에이에선 가능한가요?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나요?” 그랬더니, 여기서도 안 된다는 거예요. 하지만 자기들이 좋아하니까 쓴다고. 그 답변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브랜드 매니저로서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소개해주세요.
내부로는 브랜드의 기록을 찬찬히 쌓아가고, 외부로는 그 기록을 활용해 브랜드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모든 콘텐츠를 내부에서 직접 소화하신다고 들었는데, 이를테면 매거진을 만들기도 하시잖아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수행하신 건가요?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소화합니다. 사진, 원고, 디자인, 발주, 전부 다요. ‘Chair 07’이라는 제품의 이야기를 담은 <dialogue> 매거진이 나왔을 때, 그걸 탈탈 털면 제가 나온다고 할 정도로.(웃음) 쏟을 만큼 쏟아보았던 일이었어요. 생각해봤는데, 작은 공방에서 출발해서 찬찬히 소화할 수 있는 일들만 벌여온 것이 이 브랜드가 걸어온 루트더라고요. 그러니까 우리가 할 일을 우리가 소화해내는 게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또, 우리 얘기를 제일 잘하는 건 당연히 우리라고 생각하다 보니까.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공방의 DNA가 브랜드 전체에 녹아있는 것이군요.
그런데 지금은 다시, 꼭 우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야 하는지 자문해보는 단계예요. 회사가 커지면서 A부터 Z까지 다 만드는 게 효율이 떨어진다고 느끼고 있어요. 제작소에서도 조금씩 외주를 맡기고, 테스트를 하는 중이거든요. 올해 초, 스탠다드에이의 10주년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아 브랜드북을 만들자는 기획을 시작했는데, 이게 내부에서 온전히 다 소화해 낼 일이 아니라는 부분에 모두가 동의했어요. 편집자와 디자이너와 가벼운 미팅도 가졌고요. 생각보다 조율할 부분이 많아 내년, 아니면 내후년쯤 선보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스탠다드에이에는 ‘취미생활’, ‘로그’ 같은 독특한 콘텐츠들이 있어요. 내부의 팀원들에 주목하고, 일하는 과정을 친근감 있게 드러내는 게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콘텐츠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요?
모두 제가 합류하기 전부터 진행되어 오던 회사의 주요한 콘텐츠예요. 우리가 만드는 결과물인 가구로 우리를 어필하기 이전에,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해요. 보통 다른 가구 공방에서는 디자인적 차이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했어요. ‘이걸 이렇게 깎았다’든지, 디테일한 디자인과 마감에 대해서 얘기했죠. 그런데 스탠다드에이는 내부 멤버를 이야기하면서 차별성을 두었어요. 브랜딩은 다른 곳과의 한 끗 차이, 어떤 뾰족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일이잖아요. 저희 같은 콘텐츠를 만드는 곳이 없었고, 그 콘텐츠가 꾸준히 쌓여서 브랜딩의 차원에서도 어필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저희 홈페이지에 ‘제작자의 노력이 가구의 수명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말이 적혀 있어요. 로그나 취미생활도 결국 업무 시간에 진행되는 거니까 일은 일이지만요. 어쨌든 평소와 다른 이벤트로 일터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거잖아요. 네가 웃는 모습을 보고 나도 웃고, 그게 공간으로 이어지는 데 분명 좋은 환기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중요시해요.
실제로도 사내 분위기가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사진 찍을 땐 카메라 들고 '웃어봐' 이러기도 하지만(웃음) 그런 장난도 건넬 수 있는 사이인 거죠. 다들 결이 비슷해요. 사실 저희가 회식을 자주 하거나, 으쌰으쌰 집단적인 분위기는 아니거든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서, 퇴근하면 서로 끝(웃음) 이러는데, 다들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이라 고맙고 신기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내부 사람들에게 주목해 콘텐츠로 보여주는 일이 사람들에 대해 정말 깊숙이 알지 않으면, 또 애정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잖아요.
일부러 일주일에 한 번은 파주 제작소로 출근해요. 제가 원래 내향인인데, 거기서는 항상 사람들에게 요즘 취미는 뭔지, 무슨 작업하는지 계속 물어보는 거예요. 제가 사진을 찍잖아요. 찍는 사람이 이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가 사진에 드러난다고 해야 할까요? 이 사람의 가장 멋진 모습을 담아주고 싶은 거예요. 분명히 어떤 애정에 기반한 일이겠죠. 친구들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처음엔 어색해 하는데, 점점 편해지는 게 느껴져요. 그러다가 제가 파주에 못 가는 시기가 있으면 다시 어색해 하는 친구들이 생겨요. 그럼 그땐 제가 미안하다고 말해요. 그러곤 더 들이대죠.(웃음)
사실 진행하는 사람의 애정도 중요하지만, 참여하는 사람들의 호응이 정말 중요해요. 새로운 팀원을 뽑을 때 브랜딩적인 지식, 다른 브랜드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보다도, 멤버들이랑 잘 어울릴까를 먼저 보는 것 같아요. 가끔 새로 입사한 분들한테 ‘브랜드팀이 만든 이미지에 넘어간 거다’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웃음) 제작소는 특히나, 안전이 가장 중요한 곳이라 막상 업무 중엔 하하호호하는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거든요. 확실한 건, 언제나 제 몫 이상을 해내려는 멤버들 덕분에 (회사가)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 같아요.
제가 브랜드 매니저로서 일하다 보니까 내부에 우리 회사를 소개하는 일도 하게 돼요. 왜 여기서 일을 해야 하는지, 외부에서 어떤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고, 어떤 부분에서 뿌듯해도 된다고 인지시켜 줘야 하는 사람이기도 한 거죠.
내부 브랜딩의 역할도 하고 계신 거네요.
가구만 찍는 게 아니라 사람을 찍는데, 심지어 퀄리티도 높아서 놀랐거든요.
프로젝트가 끝났는데, 현장 사진만 남아 있으면 왠지 찝찝해요. 자꾸 사람들의 인생사진을 찍어주고 싶고.(웃음) 저도 자꾸 욕심이 나는 거죠. 가끔 일부러 절제하기도 해요. 사심을 담은 글은 블로그에 쓰고, 홈페이지에는 팩트 위주로 쓰고요.
그런 혜진님의 개인적인 욕심과 성향이 스탠다드에이의 콘텐츠와 브랜드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일에 어떤 즐거움이 있던 걸까요?
제 직무가 브랜드 매니저긴 하지만,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없어요. 현장을 다니고, 제작소를 다니고. 그게 오히려 이 회사를 다니면서 즐거웠던 점이에요. 저는 과정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여행 갈 때 공항부터 설레는 사람 있잖아요. 과정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게 환기가 돼요. 특히 현장 가는 걸 좋아하는데, 미완성의 공간은 정말 일시적인 거잖아요. 거기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면도 궁금해요. 원래 사진 찍는 걸 좋아하시나요?
원래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어요. 지금을 남기는 방법 중 가장 간편하니까요. 기록하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필름 카메라를 자주 쓰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기술적인 부분을 배우면서 카메라로 찍기 시작한 건 여기 입사한 뒤가 처음이에요. 초기에 찍은 사진을 보면 핀이 다 날아가 있어요.(웃음) 생각해 보면 대학교 때도 사촌 오빠의 카메라를 빌려서 학교 사람들을 막 찍어주었던 기억이 나요. 내가 느낀 지금을 간직하고 공유하려는 마음은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글 쓰고, 사진 찍고, 기록을 남기는 일을 좋아하시는 거군요.
사실 업무적으로 그 일들을 하다 보니, 취미로는 조금 줄어들었어요. 저는 원래 연필 사각거리는 걸 좋아해서 일기를 많이 썼거든요. 일기장으로 책장 한 칸을 다 채울 정도였어요. 옛날에는 그렇게 기록을 남기는 것 자체에 만족감을 느꼈는데, 요즘은 짐이 된다고 느끼기도 해요. 핸드폰도 512기가를 꽉꽉 채워서 사진과 동영상을 남겼는데, 이젠 줄이려고 하고 있어요. 아카이빙한 걸 어떻게 다시 활용할지가 요즘의 화두예요.
기록을 다시 활용하는 방법이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어요?
이전에 소소문구에서 전시를 할 때, 스탠다드에이의 일원으로서 저를 초청해주셔서 소소문구의 노트를 제 기록으로 채우고 전시한 적이 있어요. 대학교 때 어학연수를 다녀오면서 찍은 아이폰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서 보관했거든요. 그때 그린 그림을 다시 스티커로 만들어서 노트에 옮기고, 글을 써서 완성했어요. 기록을 한 번 털어내고 나니까 후련했어요. 모아둔 것들이 놓아줘도 되는 것이 되더라고요. 앞으로도 사진이나 영상 기록을 너무 많이 남기기보다는 영상으로 찍고 바로 브이로그를 만들어서 올리고, 남은 건 다 지워버리는 방식을 취하려고요. 기록이 저에게 영감을 줄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저를 압도하는 거예요. 기록을 어떻게 재편집할지가 가장 고민입니다.
회사 이야기와도 연결되는데요. 그동안 기록을 쌓고, 그 속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충분히 잘 해왔는데, 과연 듣는 사람도 읽고 싶어 하는 정보일지 자문하게 되더라고요. 앞으로의 콘텐츠는 그쪽으로 좀더 고민해보려고요. 회사가 처해 있는 새로운 도약의 시기와 맞물려서 고민이 많아요. 기존과 다르게 어떻게 또 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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