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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Dec 02. 2021

인터뷰|새로운 커리어의 시작 D+45

인터뷰 시리즈: 시작하는 사람들 02


왓츠뉴는 이름 그대로 새로운 것들에 관한 콘텐츠입니다.

왓츠뉴의 인터뷰 시리즈 <시작하는 사람들>은 무언가 새로운 것에 첫 발을 내디딘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시작하는 사람들 #02

새로운 커리어의 시작 D+45



소개 부탁드립니다. 무엇을 새로 시작하고 계신가요?

스타트업 브랜드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한예진입니다. 저는 멀티미디어디자인을 전공했는데요. 마케터로서 일을 새롭게 시작한 지 한 달 반 정도 되었습니다. (인터뷰 당일 기준)

전공이 마케팅이 아니다 보니, 저에게는 새로운 다짐과 결심이 필요했던 선택이었어요.


디자인을 전공하다가 마케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원래 한 번도 안 해본 새로운 일에 관심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항상 넘쳐났어요. 아마 호기심이 많아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졸업 후에도 아직 배울 게 많다는 생각에 취업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는데요.

대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한 달에 대여섯 개씩 진행하기도 했죠. 그러다 디자인에 대한 회의감이 느껴지는 시기가 찾아왔어요. 디자인 자체가 싫다기보다는 디자인에 앞서 콘텐츠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무언가 충돌을 느꼈어요.


와, 취업 대신 프로젝트라니 멋지네요. 그나저나 디자인뿐만 아닌 기획에 대한 욕심도 있으셨나 봐요.

네. 그때부터 막연히 기획이나 마케팅 쪽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한 프로젝트에서 만나게 된 마케터 언니와 여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프로젝트가 끝난 뒤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와서 "네가 좋은 마케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한 스타트업을 추천해주셨어요. 정말 의아했던 건 그 언니와 딱 두 번 본 사이었는데···. 그 사이에 절 너무 좋게 봐주셨죠. 또 감사하게도 소개해주신 스타트업이 멋있는 미션을 갖고 있었고, 함께 그 미션을 가꾸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바로 합류하게 되었어요.


업무중


마케터로서 일하고 있는 지금은 어떠신가요? 만족하시나요?

현재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요즘의 워라밸 트렌드에 맞지 않게 워커홀릭 감성을 갖고 있어서 일을 하는 게 너무 행복해요. 물론 제 적성에 맞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내가 만드는 문장, 내가 기획하는 콘텐츠, 내가 운영하는 SNS로 누군가를 설득시키는 일이 너무 즐거워요!


스타트업이라서 특히 좋은 점도 있나요?

스타트업에서의 일이 매력적인 이유는 내가 나아가는 방향대로 발자국이 진하게 남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내가 한 일에 대한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이 더욱 일에 대한 책임감이나 부담을 갖게 만드는데요. 저는 그 부담이 재미있어요.


새로운 일을 접하며 힘든 점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마케팅 전공이 아니다 보니, 일을 하다가 문득 "이 방향이 맞나?"하고 의심하는 때가 많은 것 같아요. 내 역량이나 감에 대해 되도록 의심하지 않으려는 편이지만, 작업하는 콘텐츠나 카피에 대해서는 "이게 최선일까"하는 의심을 멈추지 않아요. '가볍게!'라는 마음가짐이 애초에 잘 안 되는 사람이라서, 한 번에 최대치를 뽑아내야 한다는 강박도 조금 있는 것 같고요. (웃음)


저도 마케팅을 하면서 강박 때문에 힘들 때가 많아요. (웃음) 혹시 힘든 점을 극복하는 예진님만의 방식이 있나요?

힘들수록 팀원들과 소통을 많이 합니다! 혼자서만 생각하면 자기만의 틀에 갇혀서 신선한 게 나오기 어렵더라고요. 혼자 골머리를 앓던 문제가 의외로 대화 한 마디로 간단하게 해결될 때도 많고요.

이건 제 습관인데 어떤 막막한 부분이 생기면 메모장에 한번 적어봐요. 내가 어떤 부분이 힘든지, 뭐가 문제고 어떻게 해결되길 바라는지. 이렇게 스스로 정리하다 보면 팀원들과 의논해야 할 부분이 어떤 것인지도 더 명확해져서 효율적이고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져요.


소통하기 전에 메모장 쓰기, 좋은 방법이네요!


디자인과를 전공했지만 브랜드마케터를 하게 되었다는 이력이 독특한데요. 디자인 전공자로서 오히려 '나만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되었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나요?

우선 디자인과 마케팅은 매우 밀접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을 하면서 마케팅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예요. 저만 가질 수 있는 장점은 구상한 것을 눈으로 바로 보이게, 시각적인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전체적인 스케치에 색감까지 입혀볼 수 있다고 해야 할까요? 디자인적인 영감이 더해진 마케팅은 콘텐츠를 좀 더 생기 있고, 맛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앞으로도 추구해야 할 방향이고요!


생기 있고, 맛있는 콘텐츠! 기대가 되네요.

항상 새로운 일에 임하는 예진님만의 마음가짐이나 팁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래요?

이렇게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실패란 없다. 오직 경험만 있을 뿐이다!" 그동안은 겁먹어서 시도조차 안 하거나 머뭇거리다 시간을 보낸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민은 많이 하는데 일에 진척이 없는 것 같고, 그러면서 일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곤 했어요. 지금은 어차피 생애 처음으로 하는 새로운 일이니까 부딪히면서 배우자는 마음입니다. 실패했던 경험도 결국엔 공부하는 과정이고 나중에 저의 자산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알라딘에서 산 책과 다이어리 / 쌓인 일기장 / 문구 브랜드 아이디어 아카이빙


혹시 이전에도 새로운 일에 도전해본 경험이 있었나요?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사실 저는 문구 브랜드를 창업하려고 했어요. 대학 시절 같은 과 친구에게 자극을 받았는데요. 패션 브랜드를 창업해 금전적인 문제와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한다는 것에 굉장히 행복해하더라고요. 그 친구도 패션디자인이 아닌 저와 같은 미디어디자인 전공이었기 때문에 사실 전공과 다른 길을 택한 셈이에요. 그 친구의 행보를 지켜보며 저도 나만의 브랜드를 하나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두루뭉술한 꿈이라 구상으로 끝나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문구에 대한 애정은 많고, 아이디어도 차곡차곡 아카이빙하는 중입니다. 언젠가 세상에 선보일 그날을 위해 다듬는 중이랍니다!


나중에 론칭하면 꼭 소개해주세요! 문구 브랜드라니 너무나 매력적이네요.


이번엔 새로 산 물건으로 본인을 소개해주셨으면 해요. 어떤 물건이 있나요?

다이어리를 두 권 샀어요. 한 권은 텀블벅 펀딩 제품, 나머지 한 권은 알라딘에서 책을 구경하다 우연히 보게 된 굿즈예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문구 브랜드를 창업하려고 했을 정도로 문구 덕후입니다. 특히 다이어리와 노트류를 사랑하는데, 두 권의 다이어리는 제 마음에 쏙 들었어요.

다이어리나 노트는 보통 한 해에 한 제품만 쓰지 않고, 여러 개에 각각 다른 용도를 부여해서 쓰곤 해요. 이번에 산 펀딩 제품은 자유롭게 쓰는 형식이 아닌 짜인 틀을 채우는 형식이라 부담스럽지 않게 채울 수 있어요. 알라딘 굿즈는 줄이 빼곡해서 하루 일기를 쓰는 데 특화되어 있고요.


하루 일기를 쓰시는군요? 저는 매일 도전하지만, 실패합니다.

하루 일기를 길게 쓰는 건 사실 매일 하기 어렵고, 저도 안 한 지 오래되었는데요. 연말이 다가오면 의무감으로 사게 되는 거, 다들 공감하시지 않나요? (웃음)

이번에는 꼬박꼬박 써볼까 해요. TMI지만 초등학교 시절 숙제라서 억지로 썼던 일기가 지금 봐도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로 재밌거든요.



최근 읽고 있는 마케팅 도서


최근에 새로 시도하게 된 취미가 있나요?

책 읽는 게 제 새로운 취미예요! 최근에는 마케터의 일에 관련된 책을 많이 봤어요. 무언가 시작하게 되면, 그 분야에 대한 기초 지식을 확실히 공부하고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전공이 아니다 보니 관련 공부를 하기도 어렵고, 물어볼 선배도 없었기 때문에 책에서 많은 걸 얻으려고 했어요.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서 책을 읽었는데 그러다 보니 출퇴근 시간도 일의 연장선처럼 되더라고요. (웃음) 그래도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아, 내가 잘하고 있구나" 또는 "이렇게 한번 해봐야겠구나" 하고 얻어가는 것들이 많아요.


그동안 책 읽는 걸 좋아한다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책을 많이 읽지 못했는데요. 이제 출퇴근 시간이 왕복 네 시간이라 책을 읽을 시간이 아주 많아졌어요. (웃음) 마케팅 직무 관련 서적으로 시작했지만 앞으로 다른 분야로도 독서 반경을 넓혀볼 생각입니다. 어떤 분야의 책이든 멋진 문장을 수집하는 것은 마케터에게 좋은 취미가 아닐까 생각해요.



새롭게 즐겨 듣는 음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그것에 꽂히게 된 이유와 함께 설명해주시면 좋아요.

요새 듣는 음악이라 하면 <쇼미더머니10>에서 나온 것들이에요. 원래 힙합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고, <쇼미더머니>도 매 시즌 챙겨봐요. 이번 시즌 역시 재미있어요. 랩이 어떻고, 심사위원이 어떻고, 하는 걸 다 떠나서 기존의 쇼미더머니 관습과 같았던 여러 잔인한 룰들이 많이 착해졌다는 점에서 좋았어요.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래퍼 분들을 보며 같이 울고 웃고 했어요. 특히 소코도모의 <회전목마> (feat. Zion T, 원슈타인) (Prod. Slom) 너무 좋아요. 가사가 항상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저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존재가 있나요?

아직 영감을 주는 명확한 존재가 있다기보다는, 세상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디자인을 할 때는 자연에서 색감에 대한 영감을 얻고, 영상을 만들 때는 TV나 넷플릭스 등 모든 영상물을 보면서 영감을 얻고, 마케터인 현재는 지나다니는 모든 곳에서 마케터의 손길이 묻은 곳을 찾아요. 예를 들면 회사 옆 스타벅스의 길게 선 줄을 보고 스타벅스 마케팅에 대해 생각한다든지, 혹은 한 번 더 시선이 갔던 카피나 이미지를 보고 어떤 이유에서 눈길이 갔을까 생각하며 저장해두기도 하죠.


역시 저장은 마케터의 직업병이군요.

지금까지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쯤 또 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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