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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Jan 02. 2022

인터뷰|새로운 직무의 시작 D+13

인터뷰 시리즈: 시작하는 사람들 03


왓츠뉴는 이름 그대로 새로운 것들에 관한 콘텐츠입니다.

왓츠뉴의 인터뷰 시리즈 <시작하는 사람들>은 무언가 새로운 것에 첫 발을 내디딘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시작하는 사람들 #03

새로운 직무의 시작 D+13



소개 부탁드립니다. 무엇을 새로 시작하고 계신가요?

엔컴페니언이라는 컨설팅 회사에서 브랜드마케팅을 하고 있는 정한샘입니다. 올해 5월까지 국내 NGO에서 일을 하다가 퇴사한 이후, 12월 1일부터 새로 출근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드리자면, 엔컴페니언은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사회적 기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청년들을 컨설팅, 멘토링하는 회사인데요. 저는 엔컴페니언에서 론칭한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에끌라또’의 브랜드마케팅을 맡고 있어요. 국제개발협력이라는 분야에 오랜 기간 관심을 갖고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사실 브랜드 마케팅이라는 직무 자체는 처음이에요.


첫 출근한 지 2주라니,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고 계시군요.

이전까지의 커리어와 다른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신 점도 독특한데요. 어떤 계기로 마케팅을 선택하게 되셨나요?

제가 마케팅을 하게 된 계기는 퇴사 이후의 5개월에 있어요. 그 시간 동안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거든요. 퇴사할 때쯤 제가 정말 좋아했던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일이 생각과 다르고, 너무나 힘들다는 걸 느꼈고 오랜 기간 꿈꿔왔던 일인데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왜 그 분야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부터 다시 생각해봤어요. 그 분야가 지향하는 방향성과 가치에 공감했던 것 같아요. 문득 꼭 그 일을 직접 행하는 '퍼스트무버'가 되지 않더라도, 어떤 일을 하든 내가 지향하는 가치에 공감하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하자면 저는 그동안 NGO나 한국국제협력단(KOICA) 같은 곳만 생각했는데, 그게 제 한계를 만들고 제한한 것 같더라고요. 안 해본 일에 도전하고 싶어 졌죠.



상징 형용사 / 인스타그램 영감계정
셀프 디깅을 주제로 한 피카 타임


꿈이 저를 제한할 때가 있다는 데 공감해요. 좁은 생각에 갇혀 있지 않으려면 자기 자신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해야 하는 것 같고요. 한샘님은 어떤 방식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셨나요?

우선 저의 '상징 형용사'를 뽑아봤어요. '호기심이 많은', '도전적인', '감성적인'처럼 저를 상징할 수 있는 형용사를 찾은 거예요. 그리고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봤어요. 내가 생각하는 나의 상징 형용사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징 형용사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보았죠.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영감계정(@haru.0gam_)을 만들어서 제가 일상생활 속에서 보고 느낀 것들, 떠오르는 생각을 적고 정리해보며, 저에 대해 탐구했어요. 이렇게 '셀프 디깅'하는 일을 많이 하면서 나중엔 '프립'에서 제가 호스트가 되어 셀프 디깅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피카 타임'을 진행해보기도 했죠.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데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네, 그러고 보니 저는 항상 '퍼스널 브랜딩'에 관심이 많았더라고요. 예전부터 발표하는 것도 좋아하고, 제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웃음) 오랫동안 'Dream maker'라는 이름으로 퍼스널브랜딩을 해왔죠. 또 제가 앞서 상징 형용사로 뽑아본 것처럼 호기심도 굉장히 많은데요. 이런 제 성격과 특성을 살펴보니 마케팅이라는 분야와 잘 이어지더라고요. '마케팅을 한다면 좋아하면서 잘하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미친 듯이 마케팅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인천청년문화살롱 참여 ('인천'에 주목한 로컬 콘텐츠에 꾸준히 주목하고 있다)


결국 마케터로 직무 전환에 성공하시다니, 대단하세요.

퇴사 이후 5개월에 대해서도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조급하게 새로운 일을 구하기보다는 마케팅이라는 분야나 정말 하고 싶은 일들에 도전하며 지냈어요. 마케팅에 관한 책이나 강연, 유명한 마케터들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많은 것들을 배웠고, 무엇보다도 여러 프로젝트를 주체적으로 만들어봤어요. 다시 취업을 하게 된다면 하지 못할 일들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중에 '워밍업 프로젝트'라는 게 있는데요. 제가 살고 있는 인천 송도라는 지역에서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진행한 인터뷰 프로젝트예요. 7회 동안 이 지역에서 일을 하고 있는 분들, 소상공인 분들, 또는 환경미화원 분들처럼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갔던 분들을 주목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글로 풀어 블로그로 전하는 일이었죠.


또 '지역'이라는 키워드에 계속 관심을 가지면서 문화복합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큰 꿈을 가지고, 팀원들을 모아 브랜드를 만드는 실험을 해보기도 했어요. 직접 인스타그램에 공개 모집 글을 올렸죠. 워낙 큰 프로젝트다 보니 실현하기 위해선 아직 많은 단계가 더 필요하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이런 모든 활동과 기록이 쌓여서 결국 마케팅 직무에 취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정말 주체적인 방법으로 마케팅 직무 취업에 성공하셨네요.

어떤 직무에 맞는 사람이 된다는 게, 꼭 스펙이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식 공교육이나 스펙 중심의 사회를 절대 따르지 않겠어!'라는 식의 어떤 오기가 있었는데요. (웃음) 지금도 취업을 생각하면 다들 정형화된 스펙을 떠올리곤 하잖아요. 토익 성적, 인턴 경험, 수상 경험, 그런 정량화된 것들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저 같은 사례를 보며 떠올릴 수 있으셨으면 좋겠어요. 한편으로는 제가 가진 평범함이 오히려 제 무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신만의 방법대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누군가에겐 스펙이자 스토리가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맞아요. 직무에 맞는 성향과 경험을 과정을 통해 증명하는 게 멋진 것 같아요.

마케팅 일을 시작하게 된 소감도 말씀해 주세요.

아직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아요. '이게 내 천직이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웃음) 마케터라는 직업 자체가 한계가 없다는 점, 아이디어나 창의력,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과정과 결과가 모두 보람차요. 지인들에게서 제게 잘 어울리는 직무를 선택했다는 말을 들으면 기쁘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경계심도 들어요. 언젠가는 이 일을 하면서도 똑같이 힘든 시기가 찾아올 것이고, 권태기도 생기고, 딜레마도 생길 거니까요. 그때 정말 긍정적이고 지혜롭게 극복하는 방법을 지금 잘 찾아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도미니카공화국 해외봉사단 수업 중인 모습


인터뷰를 하다 보니 도전적인 성향을 가지신 것 같은데, 취업하기 이전에는 어떤 도전적인 선택을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고, 복수전공으로도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했는데요. 그러면서 하게 된 여러 해외 경험이 저에게는 도전적인 선택이기도 했고, 결국 제 인생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어요.


해외 경험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15살, 필리핀 빈민가, 해외선교>

첫 해외 경험은 15살, 중2병이 심할 때였어요. (웃음) 세상에서 제가 제일 불행한 줄 알 때였죠. 해외선교로 필리핀의 빈민가를 가게 되었는데 많은 충격을 받았어요. 처음 보는 어려운 환경도 충격적이었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은 무척 행복해 보였거든요. 겉으로 봤을 때는 옷도 허름하고, 집도 무너져 가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누가 함부로 불행하다 말할 수 있을까 싶었죠. 동시에 어린아이들이 커가면서 어려운 현실에 부딪혀 절망하지 않기를 바랐어요. 이때 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4년 전, 도미니카공화국, 해외봉사>

졸업 후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파견하는 해외봉사단에 참여했어요. 1년이 조금 넘게 도미니카공화국이라는 생소한 국가에서 봉사 활동을 했어요. 사실 봉사를 넘어 그곳에서 삶을 살았죠. (꽤 긴 시간이었으니까요) 청소년 개발 직무로 한 초등학교에 파견을 갔어요. 근무하면서 동료들과 학교 프로젝트나 캠페인을 기획하기도 하고, 부모 교육이나 교사 교육을 맡기도 했죠. 교육에 대한 생각도 깊어졌던 것 같아요. 살면서 교육 없이 이루어지는 것들이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교육이 갖고 있는 힘을 믿거든요. 삶에 필수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한편으로 의지할 한국인 한 명 없이 그곳에서 생활하며 지내는 일이 힘들기도 했는데요. 자연을 보거나, 아이들을 보면 힘이 되곤 했어요. 한국에 돌아가면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버틸 수 있을 만한, 내가 행복을 느낄 만한 요소가 무엇일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도미니카공화국 해외봉사 시절 / 세계시민교육 강사로서의 초등학교 출강


국제개발협력부터 교육, 로컬 문화, 마케팅까지. 서로 전혀 다른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가치를 지향해온 일들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굉장히 따뜻한 가치로요.

맞아요. (웃음) 또 저는 저에 대한 생각을 워낙 많이 하다 보니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에도 항상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아요. 저의 자세는 항상 자기 성찰이 기본인데요. 좋은 일이든, 힘든 일이든, 결과가 어떻든 간에 우선 그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게 무엇인지에 더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요.


매번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과거에는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 성취감이었는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어요. 누군가에게 쉽게 공감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늘리고, 또 더 나아가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새로운 일을 해나가고 있어요. 제가 배우고, 경험한 것이 조금이나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큰 행복과 보람을 느끼게 될 것 같아요.


제가 그 원동력에 이름을 붙이자면, '이타적인 원동력'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이번엔 다른 질문입니다. 본인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존재가 있나요?

'모베러웍스'요! 저는 모베러웍스의 찐팬인 '모쨍이'예요. 덕분에 일에 대한 관점이 넓어졌거든요. 진로를 바꾸는 데도 정말 큰 역할을 했어요. 유튜브 채널인 모티비를 보고, '프리워커스' 책도 읽었고요. 최근에는 안산에서 진행한 북토크에 다녀왔어요. 사진도 있는데요. 맨 앞자리에서 열성팬처럼 들었어요. (웃음) 더현대에서 하는 전시도 꼭 갈 거예요.



인천 탐방 사진


앞으로 또 새로운 일에 도전할 계획도 있으신가요?

그럼요. 지금 막 시작하고 있는 일 중에 인천에 대해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계획이 있는데요. 인스타그램 콘텐츠로 꾸준히 발행하려고 하고 있어요. 저는 인천 토박이인데 생각보다 인천의 매력을 잘 모르고 살았더라고요. 제가 사는 지역에 대한 프라이드도 없었고요. 그런데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도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딜 가든 그 지역의 매력을 잘 알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래서 인천의 여러 장소를 큐레이팅해 선보이는 콘텐츠를 기획하게 되었어요.


관심을 갖고 보니 인천은 굉장히 매력적인 도시예요. 옛것과 현대적인 것들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거든요. 인천이 항구도시다 보니 예전에는 사람들도 많이 모이는 곳이었는데 현대화를 거쳐 지역 상권이 많이 무너졌어요. 그래서 최근에 여러 지자체나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인천의 지역 색채를 유지하면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현대적인 재해석을 시도하면서 상권을 부흥시키고 있는데요. 개항로를 중심으로 매력적인 카페나 서점 등 멋진 장소가 많이 생기고 있어요.


살던 지역의 콘텐츠에 주목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이네요.

인터뷰로 많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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