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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Mar 18. 2022

인터뷰|새로운 쓰기의 시작 D+7

인터뷰 시리즈: 시작하는 사람들 06


왓츠뉴는 이름 그대로 새로운 것들에 관한 콘텐츠입니다.

왓츠뉴의 인터뷰 시리즈 <시작하는 사람들>은 무언가 새로운 것에 첫 발을 내디딘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시작하는 사람들 #06

새로운 쓰기의 시작 D+7



#크리에이터
#글쓰기, 영상, 경제, 사회적 기업, INFJ.
#좋아하는 아티스트: 오존, 카더거든, 혁오
#최근 좋았던 책: <숨결이 바람 될 때> - 폴 칼라니티, <그냥 하지 말라> - 송길영
#최근 관심사: 인테리어


소개 부탁드립니다. 무엇을 새로 시작하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김한별이고, 최근에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 위한 과정에 한 발짝 내디딘 시점이에요.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니, 완벽한 인터뷰이시네요!

크리에이터로 살기로 했다는 게 흥미로워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지금은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책을 쓰는 게 목표예요.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영상도 제작해서 게시하고, 다양한 것들을 만들 수 있는 '크리에이터' 그 자체가 목표입니다 :)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게 되셨나요?

사실 저는 예전부터 정석에 가까운 인생을 살아왔어요. 주변에도 그런 친구들이 많았고, 남자친구도 그랬고요. 작년에 대학 편입을 했는데 그때까지도 로스쿨을 가려고 생각했어요. 말 그대로 '직업'을 가진다는 관점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하지 못했고요. 몇 년 사이에 생각이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제가 하고자 하는 것들,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되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도 된다는 확신도 얻게 되었죠.


직업관과 가치관 자체가 확 바뀌었군요.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음, 어떻게 보면 저는 '늦은 나이'거든요. 정석이라고 여겨지는 길을 가다 보면 조급함이 많이 들어요. 제때 졸업도 해야 하고, 취업도 해야 하고. 제 인생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았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면서 저도 공부로 성공하겠다는 꿈이 컸어요. 대학 입시에서 실패를 겪었을 때는 학벌에 대한 열등감이 심했어요. 아예 공부를 내려놓고 자퇴를 해서 이것저것 다른 길을 알아보기도 했었죠. 그러다 보니 제가 자꾸 도피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결국 학벌에 대한 열등감에 정면승부를 던지려고 다시 편입에 도전했어요. 여전히 공부로 성공하고 싶다는 제 마음을 인정하고요. 그런데 편입에 성공해서 학교를 들어오고 보니 또 다른 시작을 마주한 거예요. 원하던 걸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취업이든 로스쿨 입학이든 무언가를 새로 시작해야 했죠. "내가 원하던 게 이게 맞나?" 싶었어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이왕 늦은 거 제가 진짜 뭘 원하는지 다시 생각을 해볼까 싶더라고요. "나는 뭘 좋아하는 사람이지?" 그걸 찾기 시작했어요.


다른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찾기 시작했군요.

찾고 보니 한별님은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나요?

글을 좋아하고, 무언가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같아요. 또, 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는 일 자체도 좋아해요. 그러면서 셀프 브랜딩을 토대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앤드류, 이연, 짠부, 혜윤님과 같은 크리에이터들도 발견하게 됐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고, 할 수 있다고 믿게 됐어요.



'시작'에 대한 한별님의 생각이 궁금해요.

전 사실 시작이 조금 힘든 편이에요. '게으른 완벽주의'라고 하죠? 여기에 대해서 글을 쓴 적도 있었는데, 자꾸 제가 늦었다는 생각이 드니까 빨리 가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고, 완벽하게 기획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어요. 준비를 열심히 해야 된다는 생각에 처음엔 계속 준비만 했어요.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클래스101에서 혜윤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유튜브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했는데요. 채널 컨셉 하나 정하는 데도 정말 오래 걸렸고, 영상의 첫 주제를 정하는 데도 오래 걸렸어요. 영상까지 찍었는데 편집을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영상을 올리지 못하겠으니 계속 촬영만 했어요. 그러면서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빨리 내보내고, 피드백을 받고, 린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저는 왜 그러지 못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게 말씀하신 '게으른 완벽주의' 때문이었군요.

네, 강박 때문에 시작하기가 어려웠던 거 같아요. 잘해야 한다는 강박. 결론적으로 느낀 점은 유튜브 영상도 제가 안 해본 영역이잖아요. 경험치도 없고, 시행착오를 해본 적이 없는데 완벽을 바라니 애초에 말이 되지 않았죠. 지금은 시행착오를 많이 할 단계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면 결과로써 완벽이 나오는 거고, 처음부터 완벽을 바랄 순 없다는 걸 알게 됐죠.


결론적으로 지금은 퍼스널 브랜딩을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퍼스널 브랜딩을 포기합니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요. 퍼스널 브랜딩이란 건 저 자신을 잘 알아야 되고, 콘텐츠도 많이 만들어 봐야 하는 건데 저는 아직 경험치가 없잖아요. 조각을 만드는데 찰흙을 뭉치기도 전에 다듬으려고 했던 셈이죠. 하고 싶은 걸 차근차근 찾아서 해보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해 보면서 그 다음에 브랜딩을 하자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시작의 어려움에 대한 고민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완벽한 기획에 대한 강박,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조급함, 모두 참 공감 가는 내용이었어요.

지금은 그냥 "일주일에 몇 번씩 글을 쓰자"는 게 목표예요. 날것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결과물도 바로바로 던져놓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혹시 준비하고 계셨던 영상 컨셉이 어떤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재테크와 시사에 관심이 많아서요. 시사, 경제 같은 분야에 MZ 세대의 감성을 섞어서 이야기하는 유튜브를 하려고 했어요.

        

전공도 궁금해지는데요.

첫 학교에선 국문과였어요. (저도요!) 그런데 생각과 좀 달랐거든요. 문학적인 걸 할 줄 알았는데 형태소가 어떻고, 음운이 어떻고 이런 걸 배우니까요. (정말 공감해요.) 한 번의 자퇴 후에 학교로 돌아와서는 문화인류학을 전공으로 택했고,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했어요. 새로운 학교로 편입한 지금은 사회복지학이 주 전공이고요. 약자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게 한 학문이라서 좋았어요.


한별님이 꾸며놓은 공간. 글을 쓰는 작업 공간이다.


글을 쓰는 일은 언제부터 좋아했나요?

중학교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블로그를 계속 써왔는데, 글이 한 몇 천 개쯤 쌓여 있어요. 계속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저 자신을 표현하는 걸 좋아했어요. 제가 INFJ라서요. (웃음) 저는 지금도 힘들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면 일단 써요. 글로 쓰기 시작하면 제 생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잖아요. 저는 쓰는 데서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은 다 내 안에 있다", 저는 이 말을 되게 좋아했는데, 쓰다 보면 스스로 정답을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몇 천 개의 글이라니, 그런 성실성도 진짜 대단한데요. 그래서 글쓰기로 다시 크리에이터의 길을 시작하고 계시는 건가요?

처음 크리에이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뒤에, 제가 좋아하는 콘텐츠가 어떤 것이고 어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인지 알고자 했어요. 그러니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야겠더라고요. 가장 저 다운 것부터 시작하려고 보니 글쓰기였어요. 그리고 글을 써서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을 찾다 보니 '브런치'였고요.


사실 브런치 작가 신청도 통과하기 굉장히 힘들잖아요. 어떤 기획안과 글을 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유튜브 채널 중에 '삼프로 TV'의 대선 특집 콘텐츠가 큰 성공을 거뒀는데, 그 특집이 왜 잘 되었는지 분석하는 글을 썼어요. 콘텐츠나 브랜드 전략을 저만의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그런 컨셉이었어요. 이것도 제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지 깊이 고민한 결과였는데요. 단 한 편의 글이었는데도 다행히 신청한 뒤 바로 통과가 되었어요.


기획이 정말 탄탄했기 때문인가 봐요.

유튜브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영상도 원래 좋아하셨나요?

글쓰는 것만큼 친숙한 일은 아니지만, 한동안 사회적 기업에서 영상을 편집하는 일을 했어요. 다른 게 아니라 제가 예전에는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이런 이상과 신념이 워낙 컸어요. 그래서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하기도 했고요. 또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찾아보다가 사회적 기업을 알게 되었는데요.


사회적 기업이요?

사회적인 문제들을 기업 활동을 통해 풀고자 하는 일이에요. 가방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마리몬드'처럼요.

마침 제가 정말로 같이 일하고 싶은 스타트업을 찾았는데, 팀원을 구하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그냥 컨택해버렸어요. 저는 이런 사람이고, 이 팀의 사명에 너무 공감하고 있고, 보수가 없어도 상관없으니 같이 일해보고 싶다, 이렇게 자기소개서를 길게 써서 보냈어요. 그걸 신기하게 봐주셔서 한번 만나보자 하셨고, 당시 하고 있던 프로젝트에 단발적으로 같이 참여하게 됐어요.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거리낌이 없으시네요.

사실 처음에는 제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열심히 찾아야 했어요. 영상 기획을 해봤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 다음엔 편집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영상 편집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 이전에는 할 줄 몰랐거든요. 그런데 초기 스타트업은 한 사람이 일당백을 해야 하니까 (웃음) 탈잉 같은 곳에서 영상 편집 수업도 듣고 실전에서 부딪히면서 배웠어요.



노션에 만든 개인 스페이스. 이곳에 영감을 주는 인풋을 기록하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일을 계획한다.


무언가 새로운 일에 임하는 한별님만의 팁이 있나요?

팁이라기 보단 제가 기록하는 걸 좋아해서요. 시작을 기록하고 아카이빙하기 위해 노션(notion)을 쓰는데요. 제가 또 생산성 툴 같은 것도 좋아하거든요. 책이나 기사, 제가 읽고 본 '인풋'도 정리해두고요. 새롭게 시작한 일들도 제 스페이스에 정리해뒀어요.


68 space라는 이름은 어떤 뜻이에요?

for168이 제가 쓰는 아이디인데요. 168cm까지 크고 싶었는데 클 수 없다는 걸 깨달았고 (웃음) 68만 남겨서 쓰고 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예요.


문득 '시작하는 사람들' 인터뷰는 어떤 계기로 신청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해요.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모두 서로 시작하는 지점에 있다는 게 좋았어요. 같이 시작하는 사람의 시선은 위나 아래에서 바라보는 시선과는 다르잖아요. 앞으로 서로가 어떻게 될지 계속 지켜보고 응원하고, 그런 게 좋았어요. 인터뷰는 상호작용이고 대화인데, 그게 가장 잘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인 거 같아요. 동등한 위치에 있는 서로가 시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지한다는 게 의미 있게 느껴졌어요.


인터뷰에 새로운 의미 부여를 해주시다니, 감사해요. 어쩐지 저도 제 얘기를 많이 하게 됐어요.

언젠가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을 모아서 밋업을 만들면 재밌을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같이 나눌 사람들이나 커뮤니티를 찾기가 힘들었거든요.


좋은 아이디어네요!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는 것으로 이 인터뷰에 의미를 부여해주신 것처럼, 앞으로의 근황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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