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좋아한다. 눈이 오는 날을 특히 사랑한다. 어릴 때는 눈이 많이 내리는 곳에 살았다. 동생과 눈사람을 만들었고 집 옆 언덕에서 눈썰매를 탔고 눈싸움을 했다.
그런 날들이 내 어린 시절의 즐거운 추억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눈이 좋았고 자주 볼 수 없어서 눈을 보러 삿포로에 다녀오기도 했다. 삿포로에 갔을 땐 새하얀 눈 세상이 마냥 좋았고 그 시간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아있다.
얼마 전 폭설이 내렸다. 밤중에 알아차리고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밖에 나가 한참에 걷다가 들어왔다. 당장 내일 출근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야 지금 난 너무 좋은데. 그리고 눈사람들을 보았다. 귀여운 눈사람. SNS에 눈 오는 풍경과 눈사람이 가득했다. 나는 눈사람이 기분 좋은 선물 같았다. 사람들도 그렇겠지 생각했는데 낄낄거리며 부수는 사람들이 있었다. 먼저 드는 생각은 왜 그럴까? 였다. 왜? 대체 왜? 이해가 안 가니까 화가 났다. 그걸 만드는 건 대부분 아이들일 것이다. 아이들이 부서진 눈사람을 보며 느꼈을 실망감과 속상함이 느껴져 나까지 속상해졌다.
오늘은 이적이 썼다는 짧은 소설을 보았다. 눈사람을 부순 사람은 동물에게도, 그다음은 인간에게도 폭력을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누군가에겐 비약이라고 확대해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적극 공감했다. 그저 눈덩이일 뿐이라 하기엔 만든 이의 정성과 시간이 있지 않은가.
<눈사람 아저씨>라는 동화책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동화책인데 하루 종일 만든 눈사람과 꿈속에서도 노는 상상 동화인데 결말이 매우 슬프다. 눈사람은 그저 눈덩이가 아니란 말이다.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을 짓밟을 필요가 있느냐 말이다. 같이 만들지는 않아도 그대로 둘 수는 없었을까. 눈사람을 부수는 사람들 때문에 씁쓸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