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같은 언어를 쓰는 게 맞나?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들

by 하리


같은 언어를 쓰는 게 맞나?


#나의무해한글쓰기

드라마는 보지도 않으면서 이 대사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

영환 : 세상에 다른 언어가 몇 개인 줄 아나? 우리 통역사 선생님?
호진 : 7,100개가 넘는 걸로 아는데요.
영환 : 땡! 아니야.

세상 모든 사람의 수만큼 있지.
사람들은 각자 다 자기 말을 해.
그러니까 서로 못 알아먹고 거꾸로 듣고 막말을 하지.

월말이 되면 정산할 게 많아서 전무님과 자주 대화를 해야 한다.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말이 진짜 안 통한다. 우리는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각자 이해한 대로 말한다. 큰소리가 오고 가기도 한다. 그래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기만의 언어로 자기 말만 한다는 영환의 대사가 자꾸만 떠오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자기 말만 할까. 그건 우리에겐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사랑이나 미움 같은 감정이 섞여 들어 반응하게 된다. 그래서 동일한 상황에서 다른 말을 하는 거겠지. 나는 전무님을 싫어하고 전무님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음에 따라 다정해질 수도 사나워질 수도 있다. 오늘은 부글부글 화가 끓어오르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건 여기가 회사이기 때문이다.

나의 표정과 말투, 목소리는 무뚝뚝함이 기본값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밝은 에너지를 전하는 사람이 부럽지만 은근히 낯을 가리는 나는 처음부터 상냥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밝고 상냥한 사람,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 사람 자체가 빛나는 기운을 가진 사람. 애써서 노력하지 않아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분명 사랑이 가득한 사람일 테지. 어린 시절보다는 다정해지긴 했지만 불쑥 튀어나오는 나의 쌀쌀맞음에, 무뚝뚝함에 흠칫 놀라곤 한다. 실제 나의 모습을 들킨 것만 같아서 잔뜩 움츠려 들고 만다. 내가 싫어하거나 불편하거나 어렵거나 곤란한 상황에서 더욱 잘 드러나 버린다. 그래서 회사에서 화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서글퍼진다.

내가 쓰는 글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나를 좋은 사람, 다정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변명하듯 나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나를 좋아해 달라고 떼를 쓰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평소의 나와 당신이 보는 나,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나와 당신이 알아차린 나. 내 안에는 내가 참 많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모습이든 그 또한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지.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지 말고 나 자신으로 씩씩하게 살아야지.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