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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Jun 15. 2024

034. 나의 K에게

함께한 시간이 쌓여

함께
한꺼번에 같이. 또는 서로 더불어.

K는 나의 대학동기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는 갓 스무 살이었다. 대학동기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나의 친구 K. 우리는 처음부터 친하게 지냈던 것은 아니었다. K에게는 아주 절친한 동네친구가 있었고(같이 대학을 왔고 매일 같이 다녔다.) 해맑음 아우라를 뿜어내는 둘에게는 어쩐지 다가가기 어려웠었다. 3학년 졸업여행을 다녀오고 나서야 가까워진 우리는 매일같이 학교 앞에서 낮술을 마셨다. 어두워지기도 전에 얼굴이 붉어진 채로 버스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같이 즐겁게 놀고먹고 마시면서 우리는 점차 가까워졌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 비슷한 일을 했던 우리는 더 자주 만나서 일 얘기를 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신나게 술을 마셨다. 다른 친구들과는 점차 멀어졌지만 K와는 계속 이어졌다. 같은 직종에 있어서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의외로 대화가 잘 통했고 즐거워하는 포인트가 비슷했으며 잘 먹고 잘 마셨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꽤나 흘렀다. 풋풋했던 스무 살 청춘의 학생에서 어느새 웃으면 주름이 생기고 오래 밖에 있으면 피곤해지는 나이가 되었다.

함께하면 편안한 나의 친구 K.
네가 힘들고 괴로울 때  내가 힘이 되었으리라 믿어. 나도 힘들고 지칠 때 네가 힘이 되었으니까.

오늘도 함께하는 시간이 편안하고 즐겁다. 아침부터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예쁜 카페에 가고 아름다운 호수에 갔다. 함께 사진을 찍고 함께 웃고 함께 걷던 시간들이 평온해서 좋았다. 내가 필사를 하고 있어도, 네가 인스타그램에 글을 쓰고 있어도, 우리가 서로 가만히 휴대폰을 보고 있어도 다 괜찮다. 어린 날의 상처받았던 마음을 얘기하는 것도, 지금 살아가는 얘기를 하는 것도, 쓸데없는 얘기도, 바보처럼 웃고 떠드는 시간도 다 좋다. 나의 좋은 모습도 미운 모습도 다 아는 네가 있어 좋다. 너의 허술한 모습이나 빈틈을 보이는 상대가 나라서 좋다. 이토록 편안한 사이가 된 것은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 때문일 것이다. 그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서 지금의 우리가 있다. 1명이 10명의 몫을 하고 있으니 너 하나로도 충분하다.

고마워. K.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하자.




2014년 일본여행에서.



2024년 오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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