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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Jun 17. 2024

035. 손에 꼭 쥐고서

영원이 뭔데


영원 (永遠)

1. 어떤 상태가 끝없이 이어짐. 또는 시간을 초월하여 변하지 아니함.
2. 보편적인 진리처럼 그 의미나 타당성이 시간을 초월하는 것.
3. 신(神)이나 진실성처럼 시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것.


손에 꼭 쥔 그거 뭐야.

이거 영원이야.

영원이 뭔데?

영원? 변하지 않는 거. 사랑 같은 거.

그런 게 있어?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내 손안에 꼭 쥐고 절대 놓지 않겠다 다짐했으니까.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흩어질까 손톱이 손바닥을 짓눌러도 새파랗게 멍들고 피가 나더라도 붙잡고 싶었지.


영원히 사랑해?

멍청한 소리를 하는구나.

영원히 잊지 않을게?

그걸 누가 믿어?

영원한 게 있다면 절망뿐이야.


밤이어서 깜깜했던 게 아니었던가. 한 발짝 움직일 수 조차 없을 만큼 어두운 건 절망이 와서였던가. 나는 영원을 빌었는데. 절망은 부르지 않았는데.


아니지.

처음부터 곁에 있던 건 절망뿐이었잖아.

누가 영원하자고 했는데?

킥킥.


녹슨 열쇠로 무얼 열 수 있을까.

망가진 문은 이미 삐걱거리고

내 집에 온 것을 환영해.

고장 난 문은 열리지 않고

우리 여기에서 함께 있자.

영원은 여기에 머물고

더 깊이, 더 가까이 오지는 말고

여기까지만.


그거 가짜야.

몰랐니?


영원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꼭 쥐고 있었는데

손가락은 툭툭 하나씩 떨어지고

가만히

가만히

죽은 손가락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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