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다
거짓이나 없는 것을 사실인 것처럼 지어내다.
책을 꾸준히 읽고 있지만 서평을 전부 쓰지는 않는다. 시집의 경우 서평 쓰기가 어렵고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편이라 쓰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 서평단에 당첨되어 서평을 쓸 때는 마감기한이 있기 때문에 서둘러 읽고 쓰는 편이다. 그동안 책을 읽어온 지 오래되었는데 서평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이다. 서평단 활동을 한지는 10년 가까이 된 것 같다. 쉬지 않고 했던 것은 아니고 2014년 달출판사의 서포터즈인 클럽달을 시작으로 창비손글씨당을 4회 정도 이어서 했고 쌤앤파커스 서포터즈 2회, 일회성 서평단에 가끔씩 쓰는 정도였다. 작년부터 병렬독서스타일에서 좀 벗어나고 싶어서 완독 후에 필사하고 서평까지 쓰고 있다. 매달 독서결산을 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읽기 시작한 책도 기록하면서 읽다만 책과 완독한 책을 구분하고 있다. 병렬독서는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완독한 책을 꾸준히 기록하다 보니 작년에는 100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 현재 2024년 6월까지 60권 이상을 읽었으니 올해도 100권은 넘게 읽을 것 같다. 책을 많이 읽는 것과 권수에 집착하고 싶지 않지만 매달 결산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다독에 집착하게 된다. 그래서 서평을 미루기만 하다가 서평을 쓰면서 완독과 서평까지 마무리된 책을 늘려나가고 있다.
내가 읽고 싶어서 직접 구매 읽는 책과 서평단에 당첨되어 읽는 책이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나 누군가의 서평이나 필사를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서평단은 출판사에 모집하는 경우를 신청하기도 하고 필사모임에서 모집하는 서평단을 신청하기도 한다.
내가 좋아서 산 책이 별로인 경우가 있지만 서평에는 별로인 부분은 거의 쓰지 않는다. 서평단의 경우는 더 그렇다. 서평을 쓰는 고민이 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서평을 쓸 때 꾸며서 쓰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별로인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거나 싫은 부분을 좋다고 쓰지는 않는다. 다만 좋은 부분을 좀 더 극대화시킨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읽고 나서 정말 나무에게 미안할 정도로 별로인 책은 많지 않다. 그럴지도 모르는 책은 애초에 사지 않는다. (나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지만) 쓰레기라고까지 표현할만한 책도 만나지 못했다.(기억에서 지워버렸을지도) 하지만 굳이 돈 주고 사고 싶지 않은 책이 있다. 그런 책을 만나고 조금 슬프고 곤란하다. 분명 어떤 문장은 공감이 가고 나의 처지나 상황에 맞는 글귀들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좋은 부분을 중심으로 서평을 쓰고 있는데 자꾸만 찔릴 때가 있다. 꾸며서 쓰는 나의 서평이 가짜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좋았던 부분이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썼으니까 거짓으로 꾸민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쓰는 서평은 출판사나 읽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서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감정적이고 내용보다 내가 느낀 마음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방식이라 누군가에겐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실제 느낀 감정보다 더 꾸며진 느낌을 남들이 아닌 내가 받는 것 같다. 완벽하게 솔직한 감상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간결하고 담백한 서평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구구절절 감정을 쏟아내고 주인공에게 이입하고 굉장히 많은 문장을 필사하는 내가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 항상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편안하게 쓰면 되는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오늘은 오랜만에 서평을 썼는데 단편이라 하나하나 감상을 쓰려니 피곤해져서 전체적인 감상으로 서평을 썼다. 열심히 쓰지 못한 서평은 언제나 찜찜하다. 더 잘 쓸 자신은 없어서 대충 마무리해버리고 말았다. 노트북 옆에 쌓인 밀린 서평은 못 본 체하고 매일글쓰기를 서평으로 대신할까 하다가 이렇게 글을 쓴다.
서평 쓰기는 어렵다는 말을 이렇게 구구절절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