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두 번한 여자가 말하는 결혼

나도 내 이야기가 될 줄 몰랐지.

by 이혼광탈녀

이 글은 이혼을 겪고 나서야 다시 보게 된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기록이다.

결혼과 이혼에 대한 조언이 아니라, 하나의 간접 경험으로 읽히기를 바란다.


예상하지 못한 이혼, 실패한 전략


이혼이라는 단어가 내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두 번이나 하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

이혼은 내 인생의 선택지에 없던 말이었다.

나는 이혼을 피하기 위해 나름의 전략을 세웠다.

첫 번째 결혼 전에는 “장수 연애 커플은 이혼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8년을 연애했다.

서로를 충분히 알면 이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었다.


두 번째 결혼에서는 재혼이라는 공통점이 오히려 이혼을 막아줄 것이라 생각했다.

한 번의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더 신중할 것이고 더 참을 것이라 여겼다.

돌이켜보면 나는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위해 전략을 세웠다고 믿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전략은 실패했다.


이혼을 겪은 뒤, 결혼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래서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은 결혼하는 커플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는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하겠다는 맹세는 어떤 마음으로 하는 것일까?

나는 결혼을 영원한 약속이라 믿지 않는다.

다만 그 순간, 서로를 책임지겠다고 선택하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사람을 떠올려보자. 선언하는 순간만큼은 누구나 진심이다.

그러나 어떤 이는 끝까지 실천하고, 어떤 이는 실패한다. 결혼은 의지뿐 아니라 환경, 상황, 조건에 따라 그 결심은 지켜지기도, 무너지기도 한다. 결혼 시작이 사랑의 끝이 아니다. 임종이 끝인 것이다.


드라마 속 자주 나오는 대사가 있다.

“처음에는 안 그랬잖아.”
"이러려고 결혼했어?"


자녀를 위해서라도 참아야 하는 결혼?


나는 아기가 있다.

아이가 6개월이 되었을 때 별거를 시작했고, 12개월이 되었을 때 이혼 서류를 정리했다.

첫 번째 이혼은 자녀가 없는 상태에서의 이혼이었고, 두 번째 이혼은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의 이혼이었다. 괴로움의 성격은 달랐다.

하나는 ‘이혼이라는 경험의 부끄러움’이었고, 다른 하나는 ‘책임져야 할 생명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재혼했던 두 번째 남편은 말했다.

“아기가 있으니까, 우리가 참아야 하지 않겠냐.”

신혼과 임신, 출산을 거치며 나는 이미 남편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라는 단어 앞에서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나는 결혼 전부터 다짐했었다.

아이 때문에 결혼생활을 유지하지는 않겠다고.

“내가 너 때문에 네 아빠랑 여태 산 거야.”
“너 아니었으면 진작 이혼했어.”

이 말은 결국 아이에게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지우는 말이 된다.

나는 이 선택이 내 인생을 소모하는 일일 뿐 아니라,

자녀에게도 무거운 짐을 씌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녀는 원치 않은 책임감을 안고, 엄마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성장하게 될 것이다.


엄마 날 위해 참고 견뎌줘서 고마워요. 나 이제 엄마를 위해 헌신하며 살게요.

행복한 자녀는 독립해서 본인을 위해 사는 것이다.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은 부모의 도리가 아니다.


부부라는, 굉장히 독특한 관계


가족은 선천적인 애착관계다. 하지만 부부는 선택적인 애착관계다.

동시에 부부는 혼인 제도라는 틀 안에서 맺어진 계약 관계이기도 하다. 혼인에는 유책 사유가 있고,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결혼을 통해 가족이 되었지만,

우리가 경험해 온 기존의 가족관계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관계임을 인식해야 한다.

결혼생활을 하며 나는 종종 이런 감정을 느꼈다.

“사랑하는데 왜 화가 나지?”

“부부인데 왜 내가 손해 보는 것 같지?”

사랑하는 대상에게는 자연스럽게 요구가 생긴다.

그리고 그 요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불만이 쌓인다. 이 불만은 부부 관계를 흔드는 균열이 된다.


이혼을 두 번 겪은 나는 부부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기대와 교환, 그리고 애착이 공존하는

가장 친밀하면서도 가장 조건적인 관계.


이상하다.

부부관계는 헌신을 바라면서도 계산하게 된다.


이혼확정일, 나는 두 개의 커피를 사 갖고 갔었다.


다양한 부부 관계에 대한 상상


세상에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정상적인 부부’ 외에도 각자의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다양한 부부가 있다.


동성 부부, 주말 부부, 졸혼 부부.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하나의 형태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나는 이혼 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부모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한 채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혼인 중인 부부,

혼인 관계는 종료되었지만 협력하는 부부,

법적으로는 부부이나, 혼인 관계는 종료된 부부 등등


부부의 형태는 하나가 아닐 수 있다.

나는 이러한 다양한 부부관계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조금은 사라지기를 바란다.


이 글은 결혼이나 이혼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한 글이 아니다.


다만, 부부 사이에 힘든 순간이 찾아왔을 때

이혼을 경험한 사람의 시선을 잠시 빌려보는 간접 경험이 되었으면 한다.



이 글을 통해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이혼을 잠시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