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커피 아직 따뜻했다.

법정 앞, 커피와 함께 1분의 이별

by 이혼광탈녀

2년 전 가정법원에서 이혼확정받은 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초겨울,

나는 이혼 법정 앞에서 커피 두 잔을 들고 있었다.

컵이 미지근해질까 봐 손에 힘을 줘서 꽉 쥐고 법원을 향했던 2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글을 쓴다.


이혼 접수를 하면, 자녀가 있는 경우 3개월의 숙려기간이 주어진다.

그 시간 동안 재산분할은 어느 정도로 할지,

양육비와 면접교섭은 어떻게 할지 하나하나 협의해야 했다.


이 과정이 가장 길게 느껴졌다.

접수할 때는 아무것도 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다.


숙려기간 동안 교육을 받고, 상담을 받는다.

이혼을 순간의 감정으로 결정하지 않게 하기 위한 시간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 기간 동안 화해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


나 역시 많이 고민했다.

밤에 누우면 머릿속에 가장 떠오르는 단어는 "이혼"이었다.

아침에 눈을 떠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접수할 때보다, 오히려 이혼에 대한 마음은 더 확실해졌다.


이혼, 돈의 싸움


사랑해서 결혼한 남녀는 결혼할 때도 돈을 이야기하고, 이혼할 때도 결국 돈을 두고 거래를 한다.

누가 더 많이 가져갈 것인가의 문제다.


첫 번째 이혼은 사실혼 관계였기에 큰 재산분할은 없었다.

그 남자는 내가 혼수로 준비했던 물건들을 가능한 한 돈으로 챙겨서 돌려줬다.

몇 달 뒤, 돈이 없으니 몇 십만 원만 빌려달라는 연락이 왔고

나는 별 고민 없이 입금해 줬다.

지금 생각해도 참 배려심 있는 이별이었다.


남자가 항상 똑같은 법은 없다.

두 번째 남편은 달랐다.

2~3년 동안 본인이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내놓으라고 했다.

여유자금은 없었지만, 나는 이혼이 너무 하고 싶었고 빨리 끝내고 싶어서 돈을 마련해 입금했다.

그 과정에서 부부라는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사랑과 부부 / 돈과 부부


사랑했던 관계가 언제부터 계산하고 거래하는 관계가 되었을까.
많이 허탈했다.




이혼을 확정하는 순간


법정에서 숙려기간이 끝나고 확인기일이 되었다.

대기 시간에 마시려고 커피 두 잔을 샀다.

하지만 법정에는 액체류 반입이 금지였다.

입구 앞 상자에 커피를 올려두었다.


입구를 지나 대기실로 들어왔을 때 그가 법정에 나타나지 않으면 어떡하나 계속 걱정했다.

다행히 그는 약속대로 나와주었다. 그때 나는 정말 안도하고 기뻤다.


드디어 이혼을 할 수 있겠구나!

심장이 천근만근에서 풀리듯 가벼워졌다.

안도와 기쁨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가 나쁜 사람이라 벗어난다는 느낌이 아니라,

나를 옭아맨 고통 속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기쁨이었다. 자유다!!!



간단한 안내를 듣고, 법정 대기표를 뽑는 순간,

그는 빛의 속도로 달려가 1번을 뽑았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법정에 들어가는 순서라는 걸.


대기실에는 부부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부부도,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부부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사이가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그들 사이에서는 이혼이라는 단어가 잘 보이지 않았다.

상상했던 ‘이혼 대기실’ 풍경과는 달라, 나는 조금 놀랐다.


우리는 그들과는 다르게 눈에 띄게 달랐다.

남편은 맨 뒤에 서 있었다. 의자에 앉지 않았다.

서서, 팔짱을 끼고, 바닥만 보고 있었다. 턱에 힘을 준 채였다.


이혼을 앞둔 사람처럼 보이는 건,

유난히 우리 둘 뿐이었다. 부끄러웠다.


우리는 대기표 1번이라 가장 먼저 법정에 들어갔다.

이미 모든 협의가 끝난 상태라

확인만 하고 절차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커피가 식기도 전에..


이혼확인서 등본을 발급받고 법정을 나서는 순간

문 앞에 두었던 커피가 생각났다.


커피를 집어 들었다.

컵이 아직 따뜻했다.

이상하게도, 그게 조금 서운했다.


“커피 마실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이혼확인서 등본 서류제출을 위해 구청 쪽으로 먼저 걸어갔다.


결국 나는 커피 두 잔을 들고

혼자 걸었다.

모든 절차가 끝날 때까지 커피는 식지 않았다.

그렇게 오래 고민하고, 결정하고, 협의했는데

서류로 끝나는 이별은 이렇게 빨랐다.


니는 두 잔의 커피를 집으로 가져왔다.

그날 이후로 나는 커피를 두 잔 사는 습관을 고쳤다.

이혼확정 날, 커피 두 잔을 집으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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