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호 collection
컬렉션 <부조화의 풍경>은 고장 난 비디오테이프가 강제 정지된 순간에서 영감을 받아, 멈춰진 시공간의 흔적을 포착한다. 정지된 화면 속 고요한 풍경들은 현대인의 불안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고독 속에서 우리의 존재와 감정의 단면을 성찰하게 한다.
-NANT
오랜 인연의 사람을 통해 서완호 작가의 그림을 만났다.
(전에) 내가 본 서완호 작가의 (몇 점의) 그림들은 명확한 개성을 지닌 작품들이었다.
무거운 느낌의 인물 시리즈는 내면의 억눌린 (소통의) 의지나 세상을 보는 비관적(혹은 비판적)인 시선이 느껴졌다.
눈부신 빛이 캔버스를 밝히는 가벼운 질감의 (수채화 같은) 유화들은, 집요한 탐색과 집중의 시기를 지나(혹은 잠시 비껴 나?) 또 다른 감수성을 장착한 듯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 10기 입주작가 결과보고전 『각색, 간섭의 무늬』에 다녀왔다.
오늘 만난 서완호 작가의 작품들은 부드러운 색감과 안정적인 구도가 편안함을 주는 반면, 화면을 가르는 미세한 잔물결이 일상 속 존재의 흔들림과 균열을 암시하듯 사소한 불안을 안긴다.(우리의 평범한 삶이 그러하듯)
많은 작품을 보지는 못했지만, 볼 때마다 다른 세계를 품고(어쩌면 그에게는 같은 세계의 확장이거나 심화일 수도 있겠다.) 다른 감흥을 전달하는 작가의 다양한 도전과 연마가 놀랍다.
서완호 작가는 꾸준히 개인전을 열고 부지런히 단체전에 참여하는 작가다.(그의 작가 약력을 한참 읽었다.) 다양한 수상 경력을 통해 이미 유망한 작가임을 입증한 작가이기도 하다. 나처럼 그림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그의 그림 앞에서는 한참을 집중하며 감상하게 된다.
작가의 작품 앞에 서면 한 세계를 온전히 창조하려는 욕구로 긴 시간을 고통받는 한 영혼의 무게가 느껴진다. 작가는 어떤 세계를 창조하고자 했을까. 보는 이가 작품에서 작가의 의도를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되도록 가까워지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작품이 세상으로 나온 이상, 이미 그것은 보는 이의 몫이다. 그저 내 마음에 감지되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한다.(내 좁은 안목이 작가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산을 등지고 몇 채의 집들이 잠잠히 모여 앉은 마을이 마주 보이는 창작촌. 말간 겨울 볕 아래 건넛마을 지붕들이 순하고 다정하게 빛난다. 희고 푸른 하늘 아래 늘어선 산등성이 나무들마저 쓸쓸하게 정답다. 이곳에서 작가는 작품들을 빚어냈다. 그의 개인 스튜디오를 둘러볼 때는 혼자 감내할 작업의 무게와 인간적 고뇌가 만져졌다. 인간은 종내 외로운 존재이나 특히나 이런 작업 앞의 개인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존재일 것이다.(그 누구도 그 순간의 자신에게 손내밀 수 없다는 점에서)
서완호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그의 다음 개인전을 기다리며, 그의 노고가 세속적으로도 풍성하게 보상받길 기원한다. (작가의 고뇌와 열정의 결정체인 작품을 누군가가 구입하면 다시는 자신의 그림을 볼 수가 없다는 점에서 작가는 슬프다. 그 슬픔에 값하는 무언가를 그가 갖게 되길 바란다.)
*사진이 원 작품의 무게를 전혀 담아내지 못해 안타깝네요.
https://nant.app/curation/JBgzDuN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