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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주 민감한 장치
by
하리타
Dec 9. 2022
안녕,
간밤에 새로운 칵테일
*
을 먹고 까무룩 잠에 들었다가
아침 알람이 울리기 15분 전
정신이 들었어.
머리가 가볍고 몸에는 힘이 좀 빠져있고.
거의 일주일 만에 글을 쓰고 싶다는 추동력,
그리고 쓸 수 있을 거라는 감각이 감지됐어.
벌떡 일어났지. 와, 이거 이상적이잖아...?
반가우면서도 씁쓸해.
이 마법도 언제나와 같이 언젠가 닳아 없어(wear out) 지겠지.
오래
만나다 결국 헤어진 아고멜라틴처럼.
억울해. 단 하루 만에 이렇게 잘 자다니. 그런 간단한 문제였어?
억울해. 리튬을 피해 다닌 긴 시간.
K는 도스를 낮게 유지하자고 했어.
하이포
타이로이디즘 대 리튬의 대결.
난 문득 생각해.
내 몸이 비행기 같다고.
버튼이 80개쯤 붙은 조종실, 밀고 당기는 색색의 레버들.
반짝이는 이런저런 단추들, 적막과 압력.
좌우로 살짝 흔들리기.
금세 올랐다 금세 내려가기.
나의 정신은 자신이 이 기체의 파일럿이라고 주장해.
그 주장은 주저 없이 꼿꼿하지만
그 퍼포먼스는 너무 미숙해.
수수께끼 투성이, 실수 투성이, 혼란 대혼란.
깨닫지 못한, 깨달아도 소용없는 메커니즘.
매번 완전한 실패, 새로운 시작.
쯧, 파일럿이라면서 자꾸 존다, 저 조종석에서.
그래도 그 자릴 내놓을 순 없어.
자꾸 엇나가고 까다롭고
이제 뭐, 그리 새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딱 한대뿐인 비행기.
리미티드 에디션.
우아하게 위엄 있게 비행해내고 싶어.
나는 나를, 내 삶을.
욕망은 이상적이고, 칵테일은 필요하고.
*
명인탄산리튬정 150mg hs
자나팜 0.125mg PRN
클로나제팜정 0.5mg hs
쿠에타핀 12.5mg 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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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약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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