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시리즈 Name Series' 를 발표하며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하리타 Harita, <세상의 연못 A Pond of World>, 2025. 혼합재료 mixed media, 50x70cm.
하리타 Harita, <세상을 이롭게 하는 물 Water’s Benefits>, 2025. 혼합재료 mixed media, 50x70cm.
하리타 Harita, <물로 그은 획 Water Strokes>, 2025. 혼합재료 mixed media, 50x70cm.
하리타 Harita, <귀한 것 A Precious>, 2025. 혼합재료 mixed media, 50x70cm.
이 ‘이름 연작’에는 이름에 거는 희망과 더 나은 삶에 대한 열망이 담겼다. 삶이 가장 캄캄하고 무거웠을 때, 잠들지 못하고 떠돌던 거리에서 붙잡은 보케(bokeh)들, 그 위에 글자들이 반짝인다.
원래 나의 이름은 진달이었다. 나아갈 진(進), 통달할 달(達). 상당히 씩씩하고 진취적인 뜻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들을 위해 준비된 이름이었고 내가 딸로 태어나자 어른들은 좀 더 여자아이다운 이름을 다시 지었다. 그런 사연을 지닌 내 이름이 자라면서 점점 더 못마땅했고, 좀 촌스러워도 특이하고 뜻이 멋진 ‘진달’인 편이 낫다고 자주 생각했다.
해외에 나가 새로운 자아를 움틔우며 이름이 나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을 때, 스스로에게 새로운 이름을 선물로 주었다. ‘하리타’. 산스크리트어로 ‘초록’이라는 뜻이다. 초록은 나무, 나무는 자연, 자연은 나의 집이자 힘. 마침내 흡족했다. 누구나 발음하기 쉽고 때 입술이 강한 파열음을 끝으로 열린다는 것도 좋았다. 입을 연다는 것은 언제나 의미심장한 일이 아닌가.
다시 모국으로 돌아와 나의 이야기를 계속하려고 할 때, 이번에는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하리타’에 한자 뜻을 붙여주었다. 물 하(河), 이로울 리(利), 타자 타(他). 이름난 성명학자 김중산 선생이 골라주신 글자들인데, ‘타인을 이롭게 하는 물’처럼 살라는 기원이 담겼다. 물의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서 본명의 마지막 글자를 예쁠 연(娟)이 아닌 연못 연(淵)으로 바꾸기도 했다.
누군가는 이름에 너무 집착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나고 자란 문화에서 이름은 누군가를 대표할뿐 아니라 그 사람을 담고 있는 그릇이며, 평생토록 수천 수만번 불리고 쓰이는 그 사람의 상징이자 그 자체이다.
이 작품들은 이제 나의 집에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