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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 Aug 02. 2019

자네 커리어 목표가 어떻게 되는가?

팀장님과 함께한 정기 면담

팀장님과 면담 일정이 잡혔다.


나 혼자 하는 것은 아니고 팀 전체가 함께하는 정기 면담이었다. 나도 작년 말에 한 번 정기 면담을 하기는 했다만, 그때는 입사해 일을 막 시작하던 때라 면담이 아니라 고민상담만 하고 나왔더랬지. 팀장님은 작년보다 좀 더 생산적인 면담을 위해, 면담 아젠다를 통보하셨다. 팀장님이 제시하신 아젠다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나의 커리어 목표/내가 하고 싶은 일
2. 현재 나의 직무에서 조정이 필요한 것
3. 직무와 관련된 나의 역량/스킬/지식
4. 팀장님에게 바란다! (업무 디렉션, 팀 협업 스타일 등 자유롭게 건의 혹은 피드백)


아젠다를 보고, 나는 커리어에 대해 고민한 지 꽤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닥치는 일을 해내는데 집중하느라 멀리 보는 것을 잊고 있었다. 내가 하고싶은게 뭐였더라. 나는 핸드폰 메모장에 정성껏 답변을 작성했다. 


그래서, 아래가 팀장님과 면담 내용이다.




나의 커리어 목표/내가 하고 싶은 일


저는 제 커리어를 계속해서 의료계와 연결해서 가고 싶어요. 그것 하나는 명확한데, 구체적인 방향은 모르겠어요. 저는 메디컬 컨텐츠를 만들면서 동시에 마케팅 업무를 보고 있는데, 아직은 이런 포지션이 다른 회사에는 없으니까요. 이런 직무에 이름이 붙여져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지금 제가 속해있는 업계는 좋아요. 제 전공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좋고, 무엇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앞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는 확신이 있어요. 이 시장이 더 발전하면 앞으로는 분명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지칭하는 단어도 생겨나고 하나의 직업으로 고정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각하면 제가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지금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지금 제가 하는 일이 굉장히 모호한 일이잖아요. 간호사 경력으로 메디컬 컨텐츠를 만들고 있지만, 동시에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마케팅 업무를 하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메디컬 컨텐츠 특성상 저를 '컨텐츠 마케터'라고 하기도 애매하고요. 그래서 요즘엔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난 지금 엄청나게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어!'와, '지금 이도 저도 아닌 일 하다가 망테크 타는 건가.' 하는 마음이요.


앞으로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은요. 저희 서비스에 노출되는 모든 메디컬 컨텐츠의 방향을 장기적으로 기획하고, 결을 계속해서 다듬는 일이에요. 구글링 하면 나오는 그런 믿을 수 없는 블로그 글 말고, 사용자들이 신뢰할 수 있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팀장님

모니씨 말대로,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는 앞으로 계속해서 발전할 거예요. 업계가 넓어지면 직무도 세분화될 거고, 모니씨처럼 메디컬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더 많이 필요해질 거라고 장담해요. 지금까지는 메디컬 컨텐츠를 돈 주고 사는 시장이 없었지만, 이제는 돈 주고 사는 시대가 올 거거든요. 그런 면에서 모니씨는 정말 좋은 위치에 있는 거죠. 메디컬 백그라운드도 있고, 마케팅 스킬도 있고. 그런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앞으로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은 훌륭해서 더 덧붙일 말이 없네요!



현재 나의 직무에서 조정이 필요한 것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메디컬 컨텐츠예요. 3월 말에 메디컬팀 대리님, 주임님이 퇴사하신 뒤로 제가 혼자 맡아서 하게 되니 확실히 속도가 나지 않는 게 느껴져 속상해요.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적임자를 찾기 힘들다는 것도 너무 잘 알기에... 어떻게 하죠?


또 하나는 업무 비중에 관한 것이에요. 제가 하고있는 업무가 컨텐츠 제작과 마케팅 업무로 나뉘다 보니 항상 중심을 어디에 잡아야 할지 고민돼요. 기준이 없으니 비슷하게 중요하고 급한 일이 쏟아질 때, 어떤 성격의 업무부터 해야 할지 우선순위 설정이 어려워요. 업무를 리스트업 하다 보면 이것도 빨리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빨리 해야 할 것 같아서 쓸데없이 마음만 부산해지고요. 예를 들어, 제 업무의 비중을 컨텐츠 제작에 둔다면 다른 일이 치고 들어와도 "저 지금 이 일이 우선이니 그 일은 나중에 할게요."라는 식으로 기준을 정할 수 있을 텐데요.


그렇다고 컨텐츠 제작만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지금 마케팅 업무도 정말 즐겁게 하고 있어요. 특히 마케팅 머테리얼을 쓰거나 마케팅 플랜을 세우고 세부사항을 기획하는 것, 전시를 준비하고 사람들에게 우리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이 정말 좋아요. 


팀장님

컨텐츠 제작에 일손이 부족한 것은 대표님도, 나도 잘 알고 있어요. 모니씨 혼자 하고 있는데 속도가 느린 것은 어쩔 수 없죠. 지금은 괜찮아요. 추후에 컨텐츠 제작 속도를 높여야 하는 때, 모니씨가 컨텐츠 기획이나 구성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인원 채용을 고려하고 있어요. 물론 컨텐츠 제작자도 적임자가 있다면 채용 예정이고요. 업무 우선순위는, 모니씨가 정하면 될 것 같아요. 아주 급하거나 특히 중요도 높은 일이 있다면 미리 말해줄게요. 


사실, 모니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모니씨가 밀고 나가면 돼요. 예를 들어 컨텐츠 쪽으로 전문성을 쌓고 싶다면 직접 KPI를 설정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플랜을 세우고, 실행하고, 보고하세요. 그렇게 만들어낸 프로세스나 컨텐츠 결과물은 모니씨 성과가 되는 거예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모니씨가 집중하는 업무 영역이 형성될 거고요. 말이 나온 김에, 컨텐츠 연간 플랜을 한 번 세워 보죠.(좋아요!) 모니씨가 생각하는 컨텐츠 운영방안을 정리해서 회의 한 번 해요.



직무와 관련된 나의 역량/스킬/지식 (직무상 장, 단점)


간호사 면허와 병원 경험이 저의 중요한 스킬 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회사에 들어올 수도 있었던 거고, 메디컬 컨텐츠도 만들 수 있는 거고요. 의료진이나 병원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데도 부담 없다는 게 큰 장점이라는 것을 여기서 알았어요.


마케팅의 관점에서 말씀드리자면, 일 년정도 일을 해보니 마케팅 머테리얼을 작성하는 데는 어느정도 선에 오른 느낌이 들어요.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톤은 어떻게 써야 할지, 어떤 것을 강조해야 할지, 사람들에게 행동 유도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힌다고 할까요.


다만, 업무를 할 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것 같아요. 특히 외부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메일은 작성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것이 보통이에요. 메디컬 컨텐츠를 구성하는 것도 대부분 오래 걸려요. 어떤 컨텐츠는 제가 따로 공부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내용에 따라서는 레이아웃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고민하고 시간을 들여 메일을 적거나, 컨텐츠를 만들어도 별로 티가 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 허무해요. 내가 일을 못하나 싶고.


팀장님

아까 말했던 것처럼, 메디컬 백그라운드와 마케팅 스킬을 동시에 가진다는 건 정말 좋은 역량이에요. 모니씨 지금 마케팅 업무들도 잘하고 있어요. 이제는 좀 더 깊이 있는 일을 할 때인 것 같아요. 이번에 A 서비스 유저에게 정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발송하려고 하는데,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모니씨가 맡아서 해봤으면 해요. 필요한 건 공부하고 나랑 상의하면서. 이걸 할 수 있다면, 이제 모니씨는 뉴스레터 관련한 마케팅 스킬을 가지게 되는 거죠.


메일을 쓰거나 컨텐츠 만드는 것은 원래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에요. 특히, 우리에게 메일 쓰는 일은 수단이 아니라 업무 그 자체예요. 메일 쓰는 데 오래 걸리는 것은 당연해요. 컨텐츠 구성하는 것도 원래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에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팀장님에게 바란다! (업무 디렉션, 팀 협업 스타일 등 자유롭게 건의 혹은 피드백) 


저희 팀이 정기적으로 회의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팀장님이 너무 바쁘셔서 가끔은 팀장님이 하시는 일을 전체회의에서 처음 들을 때도 있거든요. 그 시간에 업무 체크 외에도 함께 업계 정보를 리서치해서 공유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팀장님

나도 동의해요. 서로 업무 보고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듯하고, 마케팅 팀의 업무 역량을 쌓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네요. 2주에 한 번 정도 서로 돌아가면서 발제하고, 의견 나누는 식으로요. 다음 주부터 모니씨가 발제하는 것으로 하죠(!)




살아오면서 수많은 면담을 해봤지만, 이렇게 기분 좋은 면담은 처음이었다. 면담 내내 팀장님은 내가 잘하고 있는 부분은 확인해주시고, 함께 만들어나가야 할 그림을 알려주셨다. 역시 큰 그림을 봐야 동기부여가 된다. 


나는 살짝 들뜬 지금의 기분이 오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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