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되고, 공채 신입사원(인턴)들이 들어왔다.그리고나는 우리 팀 인턴 중 한 명의 멘토가 되었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알리는 인사팀의 공지 메일을 읽으며 내가 이런 중책을 맡을만한 자질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멘토링의 시작은 멘토링 프로그램 계획서 작성으로 시작된다. 나는 내가 내근하는 날 내 멘티를 회의실로 잠깐 불렀다. 오늘은 첫날이니까 십 분 정도 얼굴 보며 인사하고, 간단히 계획서 작성 방법도 알려줄 생각이었다. 만난 지 오 분 만에 멘티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전 까지는...
아이고,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나는 급하게 캔틴에서 휴지를 잔뜩 뽑아 들고, 따뜻한 차를 내려다가 멘티에게 쥐어줬다. 차를 마시고 조금 진정이 된 멘티는 (간간히 눈물을 닦으며) 속사포처럼 눈물의 이유를 말했다. :
팀장님께서 지시한 사항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대응을 미숙하게 한 일이 있었고, 관련해서 피드백을 들었어요. 업무 지시사항이 한 번 들어서는 잘 이해가 안 되고, 하다 보면 모르는 것이 생기는데 이게 질문해도 되는 수준인지도 모르겠어요. 잘하고 싶은데 자꾸 실수만 해서 괴로워요. 실수를 이미 많이 해서 팀장님이 나를 미워하시는 것 같아요. 등등...
음... 알지알지.
보아하니, 아직 사회에 대한 굳은살이 배기지 않아 말랑한 마음에 생채기를 입은 듯했다. 이런 현상은 모든 사회 초년생에게 나타나지만, 특히 ‘빨리’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 격렬하게 온다.
이 친구, 일을 정말 빨리, 잘하고 싶은가 보다.
멘티 얘기를 들어주면서, 아직 인턴 일주일 차니까 조급할 필요 없고, 지금 느끼는 감정이 당연한 과정이다. 앞으로 궁금한 부분 있으면 내가 도와주겠다. 하니 표정이 조금씩 풀린다.
조잘조잘 얘기하며 진정되는가 싶더니, 어라... 이제는 조금 흥분하는 것 같다. 멘토링 계획을 설명해주니, 멘토링 활동으로는 마사지를 받으러 가는 게 어떠냐는 둥, 오늘 같이 점심 먹는 건 어떠냐는 둥 말도 잘한다.
아까 울던 사람 맞니. 생기발랄 사회초년생의 감정선의 속도를 굳은살이 가득한 직장인은 따라가기 너무 벅차다.
생각보다 길어진 멘토링을 끝내고(결국 점심까지 같이 먹었다), 오후 업무를 시작했다. 퇴근 전에 잠깐 팀장님과 논의할 일이 있어 이야기하다, 멘토링 이야기를 꺼내니 안 그래도 멘티를 직접 만나보니 어땠는지 후기를 궁금해하신다.
나는 아까의 대화를 상기하며 멘티가 열의가 넘치는 친구이고, 지금 당장 잘하고 싶은 조급한 마음과 다르게 상황이 잘 안 따라줘서 속상해하고 있다고, 첫 사회생활이라 모든 에피소드가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고 말씀드린다.
팀장님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내 멘티가 나이도 어리고 첫 사회생활인 게 티가 많이 난다고,앞으로 “많이 닦여야 하는 친구”라고 하셨다.
“많이 닦여야 하는 친구”
참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면담을 끝내고 자리로 돌아왔다. 팀장님의 말이 머리에 맴돌아 그 친구의 ‘닦여야 하는 것’에 대해 곱씹어보게 된다.
내 멘티는 인턴기간 동안 회사의 목적에 맞도록 잘 닦여지고 제련될 것이다. 모든 과업을 달성하고 성공적으로 직장인으로서 적응한다면, 더이상 어느 순간 일을 잘하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지도 않고, 상사의 피드백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때가 오겠지. 처음 만난 직장 동료에게 내밀한 속마음을 활짝 보여주거나, 본인도 모르게 눈물부터 쏟는 일도 없을거다. "잘 닦여진 직장인"이란 그런 것이니까.
퇴근길에 오늘 멘티와의 만남을 생각해본다.직장에서 오랜만에 본 사회초년생의 생기발랄함과 감수성의 결도 천천히 다시 상기해본다. 멘티는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