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작문

횡단보도

by 사람

신호등이 없는 짤막한 횡단보도 가운데

배가 터져 죽은 고양이


죽음에 도달한 표정이

그 어느 것보다 평화로워 보인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의 마지막엔 어떤 표정을 지으면 좋을지 고민한다


고민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넌다


식어버린 고양이와

목덜미 뒤로 부는 바람이 시리다


길 위에 혼자였던 고양이는

죽어도 혼자고


세상 위에서 길을 잃은

나도 혼자다


나에게 죽음이란 그런 것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거리에 널려있는 것


희소성이 없어서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바닥보다 더 바닥을

내려다봐야 아는 것


지금도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나의 마지막엔 어떤 표정을 지으면 좋을지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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