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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찬 Nov 23. 2022

거대한 바위 Enchanted Rock에 서다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늦은 가을 저녁 무렵에 가을을 담아봅니다. 불빛이 만들어 내는 보케와 같이 알록달록한 가을의 풍경은 흐린 날씨에도 그 흔적을 숨길 수 없나 봅니다. 날씨 탓하지 않게 촉촉히 늦은 가을비가 내리지만 그 색깔의 찬란함은 서둘러 돌아오는 텍사스의 겨울을 시샘하나 봅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을 인생이란 커다란 배에 태워 지금 나이의 두 배와 같은 속도로 빨리 지나간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버텨온 자연의 그윽한 자태에 비하면 흘러가는 나이에 대한 나의 조급함은 자신만의 경주임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엄청난 자연의 흔적을 여유 있게 간직할 수 있는 신비야 말로 이곳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향해 살며시 고개를 숙일 수 있는 겸손함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신비의 바위’란 뜻을 가진 Enchanted Rock
독일의 모습을 간직한 마을 프레드릭버그(Fredericksburg)

  텍사스에는 ‘신비의 바위’란 뜻을 가진 Enchanted Rock이라는 이름을 가진 엄청난 바위산이 있습니다. 1800년대에 독일 이주민이 세웠고 지금 현재도 독일의 모습을 간직한 마을 프레드릭버그(Fredericksburg)에서 965번 도로를 따라 20분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왼쪽으로 거대한 핑크색 화강암의 바위산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곳 주위는 텍사스의 다른 지역하곤 확연히 구분된 뛰어난 경관들이 모여 있어서 이 지역을 Enchanted Rock State Natural Area로 구분하여 텍사스 연방에서 관리하는 곳입니다. 

옛날 인디언들은 이곳을 성스럽게 여기며 살아갔습니다.

  거대한 하나의 화강암으로 이뤄진 Enchanted Rock은 텍사스의 혹독한 겨울 추위와 한여름에 100도 이상으로 달궈진 바위가 이상한 소리를 내게 되고, 이상한 바위소리에 놀란 이 지역에 살던 아파치 부족과 코만치 부족의 인디언들이 이곳에 신이 있다고 믿게 되었고 성스러운 신비의 바위란 이름 즉, Enchanted Rock이란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옛날 인디언들은 이곳을 성스럽게 여기며 이곳의 돌로 창과 화살촉을 만들어 사냥을 하였다고 합니다. 

Enchanted Rock에서 바라본 Little Rock, 이곳은 이렇게 거대한 두 개의 바위산으로 이뤄졌습니다.

  Enchanted Rock과 Little Rock의 거대한 두 개의 바위산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일년 365일 오픈합니다. 단 비가 와서 바위가 젖어있는 경우는 입산 금지가 되어있습니다. 성인 기준 입장료 7불을 내고 들어가서, 화강암 정상까지 해발 1,825 feet (556m)를 오르는 0.6마일 거리의 정상 트레일(The Summit Trail) 코스를 비롯하여 다양한 트레일 코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해발 1,825 feet (556m)를 오르는 0.6마일 거리의 정상 트레일(The Summit Trail)

  바위산 앞으로는 Sandy Creek이 흐르며 이곳을 따라 Buzzard Roost 캠핑장소가 있어서 다양한 캠핑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암벽타기를 좋아하거나 깊고 맑은 가을밤에 수많은 별들을 이곳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선인장과 이름 모를 식물들의 삶이 투쟁을 느끼게 하는 바위산입니다.

  Enchanted Rock을 오르는 것은 그냥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된 인생의 바위산을 오르는 것입니다. 척박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이름 모를 식물의 눈물겨운 삶의 투쟁을 느끼기도 하고 수백 만년 동안 풍화작용에도 굿굿한 원형을 간진한 채로 오랜 세월을 지켜온 신비스런 바위산을 오릅니다.

바위산을 조금만 오르면 확 트인 텍사스의 대평원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산이 흔치 않은 텍사스인지라 바위산을 조금만 오르면 벌써 확 트인 텍사스의 대평원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이 텍사스 힐 컨츄리(Texas Hill Country)지역이라 제법 야산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Enchanted Rock에서 바라보는 대지는 텍사스를 한 가슴에 전부 넣은 듯 합니다. 평지로만 달려왔던 인생의 대로에서 모처럼 산다운 바위산에서 세상의 끝을 바라보는 여유는 달라스에서 쉬지 않고 4시간을 달려온 우리에게 나그네로 이 땅의 여행자로 살아가는 이민자의 삶에 많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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