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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찬 Jan 09. 2024

바하의 무반주 첼로 조곡과 어울리는 1번 도로 여행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누군가 당신에게 말한다. ‘자기야 봤어? 어젯밤에 걸린 11월의 거대한 보름달을… 이는 누군가가 맑고 투명한 수채화로 그림을 그려 저 나뭇가지 사이에 걸어 놓은 것 같지 않아? 사랑의 머무는 언덕에 수채화 붓을 들어 거기에 그리움이라는 느낌표를 찍고 싶어. 그리고 우리의 그림을 완성하고 싶어.’ 그리고는 삶의 긴 그림자를 가슴에 담고 점점 짙어가는 가을의 색채를 더해가며 조용히 문을 나설 것입니다. 가을이 더욱 빨갛게 물들수록 우리의 마음은 더욱더 조급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을이 우리에게 늘 아쉬움만을 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조용히 흐느끼는 명 첼리스트 로스트로포지치(Rostropovich)의 명 연주 바하 무반주 첼로조곡 1번에서 6번 전곡을 MP3 플레이어에 가득 집어넣었습니다. 영화 ‘피아니스트(The Pianist)’에서 스필만이 도로타의 집 소파에서 잠들었을 때 그를 위해 도로타가 연주한 음악, 가장 완벽한 첼로 연주, 이번 가을은 어쩌면 첼로의 깊은 소리처럼 삶의 깊이도 더해질지 모릅니다.

가을 단풍이 절정인 오클라호마와 알카소를 연결하는 1번 도로

  나는 조용히 깊어가는 가을의 정적을 깨기 싫어 조용히 음악을 틀고 달라스 다운타운을 출발했습니다. 달라스를 벗어날수록 가을의 흔적은 나의 마음을 투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가을을 닮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75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한없이 달려가니 어느새 오클라호마로 도착합니다. 거기에서 20여분을 북쪽으로 운전하면 듀런트(Durant)라는 도시를 만나고 70번 도로를 만나게 됩니다. 여기에서 70번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한참을 운전하면 휴고(Hugo)시를 만나기 전에 271번 도로를 만나게 됩니다. 여기에서 271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계속 운전을 하다 보면 탈리나(Talihina)시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에서 5분 정도 북쪽으로 운전을 하면 오른쪽으로 1번 도로를 알리는 사인이 나보면 본격적으로 1번 도로에 진입을 하게 됩니다.

1번 도로는 오클라호마 주의 탈리나(Talihina)에서 시작해 알칸소의 메나(Mena)라는 시까지 약 50마일 산악도로입니다.

  이 길은 탈리메나 시닌 드라이브(Talimena Scenic Drive)로 아주 잘 알려진 곳으로 미국의 중남부에서 가장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합니다. 이 길을 따라 동쪽 알칸소까지 이어지는 길인데 아마도 탈리메나(Talimena)라는 용어는 이 드라이브 코스가 오클라호마 주의 탈리나(Talihina)에서 시작해 알칸소의 메나(Mena)라는 시까지 약 50마일 구간이기 때문에 탈리나와 메나라는 말이 합성되어 만들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은 2,000피트이상의 고도 위에서 경사와 굴곡이 심한 산악도로인데 운전하다 보면 곳곳에 아래를 내다볼 수 있는 전망대와 캠프장, 그리고 등산코스들이 즐비합니다. 그래서 아무 곳이나 여러분들이 편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11월의 투명한 가을의 정취를 호흡할 수 있을 것입니다. 

퀼 윌헬미나 스테이트 팍(Queen Wilhelmina State Park)에 위치한 퀸 윌헬미나 호텔(Queen Wilhelmina lodge)

  이곳에 오려면 물론 당일코스도 가능하지만 가능하면 1박2일 코스를 선택하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숙박은 1번 도로의 동쪽 끝에 위치한 퀼 윌헬미나 스테이트 팍(Queen Wilhelmina State Park)에 위치한 퀸 윌헬미나 호텔(Queen Wilhelmina lodge)를 이용하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이 호텔 2,500피트가 넘는 산정상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다른 곳과는 차별된 많은 경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숙소를 정하고 수려한 대지의 용모를 연모하며 확 트인 퀸 윌헬미나 레스토랑에서 커피 한 잔에 맛깔스러운 식사를 즐기는 것도 멋진 경험이 될 것입니다. 숙박료가 매우 저렴하며 이 주위에는 간단한 등산 코스들이 있어 잠시 등산에 심취하여 가을의 깊은 맛을 바하의 첼로음악과 같이 호흡해보는 것 또한 특별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1번 도로에서 바라본 11월의 단풍

  가을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과 함께 떠난 가을여행, 작은 마음을 자신에게 나눠주는 것 또한 늘 푸를 수 없는 잎만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가 그러함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항로에 영원하지 않은 꽃과 잎 그리고 그것들을 아쉬워하는 그리움이라는 단어 하나에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을 이곳에서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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