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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찬 Feb 02. 2021

유타 가는 길에 만난 나바호 브리지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애리조나 북쪽의 거점도시 플래그스태프(Flagstaff)를 떠나 89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운전을 하면 잡초 뿌리 하나 제대로 붙어있지 못할 만큼 삭막한 사막지형이 우리의 시선을 가로질러 끝을 알 수 없는 대자연의 신비한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니 이 작품은 그리 투명하지 못하고 너무 신비하여 차마 그 속을 드려다 볼 수 없습니다. 

나이프로 캔버스 위를 힘껏 긁어버린 예술 작품이 가득한 89번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차라리 물감을 두껍게 칠한 그리고 나이프로 캔버스 위를 힘껏 긁어버린 빛의 예술 이름 모를 인상파의 유화 작품이라 표현하는 편이 옳을 듯싶습니다. 이렇게 삭막할 줄은…… 그런데 이런 모습이 커다란 캔버스에 하나로 모이기 시작하며 곳곳에 흩어진 모습을 하나의 위대한 조물주의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승화되고 있습니다. 정리될 듯 정리되지 않은 모습 속에서 인간의 때묻지 않은 순수한 작품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89A 도로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협곡이 만들어 놓은 웅장한 풍경

  오늘은 일부러 애리조나에서 유타로 들어가는 길을 89번 도로를 페이지(Page)시를 통하지 않고 그랜드 캐년 노스림(North Rim) 입구가 있는 89A 도로를 선택하였습니다. 콜로라도 강을 따라 이어지는 거대한 협곡이 만들어 놓은 웅장한 풍경을 가슴에 품고자 선택한 이 도로는 언제가 꼭 드라이브를 해봐야 되겠다는 꿈을 꾸었는데 오늘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애리조나 사막 위에 어느 하나 거칠 것 없이 이어진 붉은색 절벽들이 사막을 보호하는 거대한 병풍이 되고 있습니다. 

거대한 병풍이 89A 도로에 가득합니다.

  89A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계속 운전을 하여 콜로라도 강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차마 이곳을 70마일 이상으로 달리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습니다. 차라리 1마일로 자동차를 달리며 이 아름다운 순간 하나 하나를 가슴속에 기록하고 싶은 것입니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대륙의 거대한 보호막은 마치 세상에 찌든 형편없는 우리의 불행을 가로막는 듯한 거대한 방패가 되어 우리의 가슴을 품고 있습니다.

마블 캐년(Marble Canyon)에 있는 나바호 브릿지(Navajo Bridge)

손에 잡힐 듯 높고 가파를 절벽을 이마에 이고 한참 운전을 하다 보니 저 멀리 평생에 그토록 건너고 싶었던 마블 캐년(Marble Canyon)에 있는 나바호 브릿지(Navajo Bridge)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1927년에 유타와 애리조나를 연결하기 위해 공사를 시작한 이 다리는 1929년부터 본격적으로 자동차 통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바호 브릿지(Navajo Bridge)에 가면  나바호 인디언들이 직접 제작한 물건을 팔고 있습니다.

  470피트(143미터) 높이의 지금은 보행자만 다닐 수 있는 Historic Bridge와 새로 만들어진 Modern Bridge가 콜로라도 강을 가로질러 놓여있습니다. Historic Bridge는 관광용 인도교로 무료로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여행객들에게 열려 있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이곳을 찾는 곳입니다. 

Navajo Bridge Interpretive Center에서 나바호 브릿지(Navajo Bridge)의 역사를 볼 수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북쪽 편에 Navajo Bridge Interpretive Center 가 있습니다. 이곳은 매일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오후5시까지 오픈 하는데, 서점과 더불어 다리의 역사와 이곳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콜로라도 강을 가로 지르고 있는 이 다리는 그 모습이 아름다워서 이 지역의 명소로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는 곳입니다. 

나바호 브릿지(Navajo Bridge) 아래를 흐르는 콜로라도 강. 여기에서 조금난 서쪽으로 가면 콜로라도 강이 대 협곡을 이룬 그랜드 캐년에 도착하게 됩니다.

 걸어서 여유 있게 834피트(254미터) 길이의 다리를 건너가면서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짙은 초록의 콜로라도 강과, 깎아 지른듯한 붉은 절벽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은색의 견고한 철제 교량을 감상할 수 있는 묘미가 있는 곳입니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애리조나 사막. 여기에서 서서히 Kaibab National Forest가 시작됩니다.

  다리를 지나 89A도로를 따라 그랜드 캐년 노스림 입구를 통과하여 동북쪽으로 운전을 계속하다 보면 이제 삭막했던 그렇지만 너무나 아름다웠던 애리조나 사막의 모습이 Kaibab National Forest를 만나면서 울창한 침엽수림의 숲으로 변하더니 저 멀리 유타 주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몰몬교도들이 미국의 가장 아름다운 땅을 전부 차지해 버렸다고 입담을 할 만큼 미국의 가장 아름다운 비경, 어느 곳 하나 버릴 것 없이 모두가 국립공원이라 해도 아깝지 않은 신의 땅 유타로 들어설 즈음에 그리움의 잔을 바닥까지 마실 만큼 내 가슴의 상실을 슬픔을 가득 메워버리는 애리조나의 마지막 태양이 서쪽 하늘을 불사르고 있습니다. 옹이가 많은 불쏘시개처럼 오래 오래 이 장면이 지속이 되고 있으면 너무나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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