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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찬 Jan 01. 2022

유타의 숨겨진 비경 Goosenecks 주립공원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있지 않을 것 같은 황량한 대지를 혼자 묵묵히 걸어가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나타난 한 무리의 새들이 잠시 머물러 있는 대지를 그림자를 딛고 저 멀리 날개 짓을 하고 있습니다. 계절의 불충분함을 온 몸으로 같이 느끼고 어디론가 떠나는 무리 중에 제일 시끄럽고 큰 놈이 뭐라고 지절거립니다. 계절을 거슬러 자신의 길을 찾아 묵묵히 떠나는 거위의 무리였습니다. 철새인 거위는 계절의 대 이동 중에 지치고 낙오되지 않도록 서로에게 큰 격려와 자극을 주는 것을 보면서 때로는 인간인 저로서 우리의 부족함을 한없이 느끼고 있습니다. 

  세상이 온통 붉은 사막과 바위로 덮인 살아있는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조차 힘든 삭막한 유타주의 163번 도로를 운전하였습니다. 나바호(Navajo) 인디언 성지로 유명한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를 찾아 텍사스에서부터 먼 여행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 멀리 모뉴먼트 밸리가 보일 쯤에 자그마케 구즈넥 주립공원(Goosenecks State Park) 사인이 차창을 살짝 스쳐 지나갑니다. 혹시나 하는 호기심으로 핸들을 돌려 316번 도로를 따라 십여 분 서쪽으로 운전을 하니 크게는 그랜드 캐년, 아니 애리조나 주의 페이지(Page)라는 도시의 숨겨진 비경 Horseshoe Bend와 너무나 비슷한 너무나도 아름답고 장대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이곳은 모뉴먼트 밸리를 향하는 길에 유타의 숨겨진 비경 중의 하나입니다. 이름에서 느끼는 것처럼 계곡이 거위의 목처럼 휘어졌다고 해서 구즈넥(Goosenecks)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유타주를 가로 지르며 대협곡을 만드는 산 후한 강(San Juan River)을 따라 이어진 구즈넥 주립공원은 말이 주립공원이지 그 속에 숨겨진 비경은 모뉴먼트 밸리를 찾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꼭 방문해볼 가치가 있는 멋진 곳입니다. 


  입장료 5불을 봉투에 넣어서 셀프 입금을 하고 들어가면, 수백 만년 동안 산 후안 강의 물과 바람, 그리고 오래된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자연의 대협곡이 펼쳐집니다. 미국의 다른 공원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안전장치 없이 1000피트 깊이의 협곡을 내려다 보게 되는데, 산 후안 강을 따라 지그재그로 4번을 휘어감은 Gooseneck이 보여주는 엄청난 역동성은 이곳의 지형이 만들어 놓은 또 하나의 멋진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이곳에 살았던 인디언들에게는 모뉴먼트 밸리도 그러하지만 이곳을 매우 신성시 되는 곳으로 여겨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왜냐 하면 북미에 사는 대부분의 인디언들이 그랬듯이 거위는 매우 중요한 아이템으로 그들의 생활 속 깊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미 원주민 토템폴 중 거위 문양이 바로 Encouragement 즉 격려를 상징하고 있지요. 그래서 이곳을 찾았던 수많은 이곳의 원주민들이 어쩌면 그들의 삶의 척박함을 통해 이곳에서 용기를 얻고 서로에게 격려를 했을지 모릅니다. 

인디언의 전설 속에 내려오는 ‘왕자와 거위 신부’ 이야기가 자꾸만 마음 속에 다가옵니다. 한국의 ‘나무꾼과 선녀’와 같은 북미 인디언 버전의 스토리…….   현실의 삶은 이상과 동떨어져 있지만 순수한 꿈속에서 만들어진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이곳에서도 계속 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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