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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낙형 Aug 20. 2017

투자자를 위한 배틀그라운드와
블루홀의 성공 분석 #2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비결 트위치

2. 배틀그라운드는 어떻게 입소문을 타고 성공할 수 있었나?

이전 글에서 인터넷 게임방송 '트위치'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이 트위치가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키 팩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는 직접 플레이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보는 재미’가 더 쏠쏠한 게임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개발단계에서도 이를 고려해서 트위치와 연계되는 여러 시스템들이 들어가 있는데요. 

배틀그라운드의 탄생과 성공 과정을 살펴보면, 트위치로 대표되는 개인 인터넷 방송의 유행이 만들어낸 세계적인 흐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배틀그라운드와 트위치의 콜라보레이션 결과인 전용 코스튬. >


블루홀의 김창한 PD는 전작 ‘데빌리언’의 실패와 서비스 종료이후 차기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되는데, 그동안 눈여겨 봐왔던 트위치 방송랭킹 10위안에 메이저 게임사의 타이틀이 아닌 'H1Z1'이라는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이 있다는 것에 주목합니다. 

전작의 실패로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를 제안하기 힘들었던 김창한 PD는 소규모 개발팀으로 (30명을 소규모라고 부를 수 있을 지는 논란이 있겠지만, 대형 MMORPG 만들던 회사에서 30명 수준의 개발팀은 소규모가 맞습니다. 테라 개발팀은 피크때 180명이 넘기도 했습니다.)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저예산 프로젝트를 기획합니다. H1Z1이 보여준 것처럼 배틀로얄 장르의 FPS 게임을 언리얼 엔진을 써서 별도의 패키지 게임으로 개발한다면, FPS 주류장르는 아니지만 확실한 팬층이 있는 장르인만큼 개발비 이상의 수익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이었죠.

패키지 판매는 오프라인 유통 없이 스팀을 통해서 진행하고, 마케팅도 H1Z1 처럼 트위치의 스트리머(아프리카의 BJ처럼 트위치 방송을 하는 사람을 부르는 용어) 중심으로 전개를 하면 저예산으로도 의미있는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전략이었습니다. 실제로 H1Z1이 그러한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던 상황이었구요. 우여곡절끝에 이 제안은 블루홀 경영진의 승인을 받아 통과됩니다. 나중에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만, 아마 블루홀이 아닌 다른 한국 개발사였으면 이 제안이 절대 통과될 수 없었을 겁니다.

니치마켓이지만 글로벌로 타겟을 확대한다면 충분히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어있기 때문에 그렇게 무모한 계획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슈는 과연 FPS 게임의 개발경험이 없는 팀이 그런 게임을 짧은 기간내에 완성해서 출시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김창한 PD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배틀로얄 MOD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브랜든 그린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고, 아일랜드에 살던 브랜든 그린이 한국으로 와서 함께 게임을 개발하기로 결심함으로써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이 비로소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배틀그라운드의 정식 타이틀이 Playerunknown’s Battleground 인데, 여기서 'Playerunknown'이 바로 예전부터 브랜든 그린이 사용해오던 MOD 개발자 아이디입니다. '시드마이어의 문명’처럼 개발자의 이름을 아예 제목에 넣어버린 케이스이죠. 그래서 해외 유저들 사이에서는 배틀그라운드를 PUBG(펍쥐)라고 줄여서 부르더군요. (참고로 한국 유저들은 ‘배그'라고 줄여부릅니다.)


< 배틀그라운드 탄생의 주역 김창한 PD와 브랜든 그린 디렉터>


개발자의 아이디를 게임 제목에 넣을 정도로 배틀로얄 장르의 게이머들에게 브랜든 그린은 인지도가 있는 스타개발자였고, 이 영입을 통해 배틀그라운드는 단순한 카피게임이 아닌 배틀로얄의 원조 게임(별게 아닌 것 같지만, 이게 매니아층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플레이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위로 올라서게 됩니다. 덕분에 게임이 베타테스트를 하거나 얼리 억세스로 막 출시되었을 때, 브랜든 그린의 고정 팬들이 열성적으로 지지하면서 트위치 방송을 통해 계속 게임을 홍보해 줍니다. 물론 게임이 재밌으니까 이것도 가능했지, 이들은 정말 냉정해서 게임이 별로였다면 아마 돈주고도 그렇게 하기 힘들었을 거에요.

앞서 배틀그라운드는 100명의 이용자가 동시에 게임을 진행해 최후의 1명만 살아남는 게임이라고 설명을 드렸는데, 플레이어가 섬에 낙하산을 타고 착지한 순간부터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됩니다. 죽으면 바로 그 순간 게임이 끝나는 데다가, 나 빼고는 모두가 다 적이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 발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쿵쾅하고 온몸에서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옵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유명한 경구가 딱 이런 상황을 묘사한 말일 겁니다.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극한 상황에서 느껴지는 심장의 쫄깃함이 이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만이 줄 수 있는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 하다보면 굉장히 재미있지만 이런 극도의 스트레스 때문에 금방 피로해져서 오래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가학적 성향 때문일까요? 다른 플레이어가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 하면서 고통 받는 모습을 보면 진짜 재미납니다. 심지어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을 잘 몰라도, 플레이 내내 긴장해서 f-word 를 남발하다가 마지막에 승리해서 미칠듯이 좋아하는 스트리머의 모습을 보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배틀그라운드 트위치 방송의 인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무한도전의 물공헤딩 같은 몸개그 예능을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직접 게임 할 때도 재미있지만, 편안한 곳에서 팝콘을 씹으면서 남들의 고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게 이 배틀그라운드의 또다른 성공 이유입니다. 물론 그 전에도 e-sports 방송들처럼 고수의 플레이를 보는 재미가 있긴 했지만, 배틀그라운드는 스트리머가 꼭 게임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인기를 끌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게임방송 컨텐츠를 만들어 냅니다.


< 스트리머의 표정만 봐도 재미있는 배틀그라운드 방송 >


덕분에 트위치에서 배틀그라운드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들은 자신의 시청자가 폭증하는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게임도 재미있는데다가, 내가 이 게임 방송을 하면 시청자들도 증가하니 일석이조. 게다가 배틀그라운드는 처음부터 트위치 스트리머들의 방송을 생각하고 개발된 게임이라, 블루홀과 제휴한 스트리머들은 일반 이용자와 달리 방송을 위한 커스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VIP 대우를 해줍니다. 스트리머와 개발사간의 윈윈 구조가 형성이 되어서, 배틀그라운드는 큰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았음에도 트위치 스트리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방송 순위가 급상승 하게 됩니다.

이런 방송의 인기는 곧 게임의 판매량으로 이어지고, 그 판매량으로 인해서 다시 뉴스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인기가 있으니까 새로운 이용자와 스트리머들이 관심을 갖고 배틀그라운드를 찾는 과정이 반복되며, 배틀그라운드는 스팀 얼리 억세스 출시 후 4개월도 안되서 500만장 판매라는 얼리 억세스 사상 최고의 성과를 기록합니다. 그리고 이 기록은 지금도 계속해서 갱신되고 있는 중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방송과의 궁합이 좋다는 장점 덕분에, 트위치 같은 서양권 방송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에서까지 비슷한 흐름으로 인기가 쑥쑥 올라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통 새로운 게임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만약 이 게임이 성공하면 대략 얼마정도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라는 예측은 필수입니다. 그리고 보통 그런 예측은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 현재 시장에서 얼마정도를 벌고 있는 지를 토대로 계산을 하게 됩니다. 

배틀그라운드도 마찬가지로 H1Z1 같은 게임들의 판매량을 보고 그에 맞는 예산을 투입해서 만들어진 프로젝트 입니다. 30명 내외의 개발팀이 1년 반정도를 개발했다는 것으로 볼 때 많게 잡으면 런칭까지 40억원 정도의 개발비가 투입되었을 텐데, 예상 매출도 아마 개발비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블루홀의 전작 테라가 런칭까지 400억의 개발비가 들었으니, 블루홀 입장에서는 정말 저예산의 실험적인 프로젝트였음이 분명한데 벌써 500만장(1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걸 보면, 정말 게임의 흥행은 예측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음 글에서는 이런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얼마나 크게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을 지를 한 번 예상해 보겠습니다. 이게 사실 제 지인들이 저에게 가장 묻고 싶어하는 질문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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