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또!오해영>
그녀가 말했다.
"엄마, 나 심심해."
그 말은 그렇다.
'엄마, 나 슬퍼..' ,
'엄마, 나 그 사람 사랑해.',
'엄마, 나 외로워.' 보다
백만배 슬프다.
엄마는 말했다.
“뭐가 심심해?.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는데
뭐가 심심해!"
그래… 그럴 때가 있었다.
엄마만 있어도,
아빠만 있어도
심심하지 않을 때가...
엄마도 안다.
이제 엄마가 있다고
아빠가 있다고,
심심하지 않을 나이가 아니라는 걸.
그런 나이도 있었다.
친구가 있으면,
애인이 있으면,
심심하지 않을 때가.
그러다가
그런 시간이 온다.
애인이 있어도,
결혼을 했어도,
누군가와 술을 마시고
또 누군가와 함께 노래를 불러도,
그래도 심심해지는 할 때가.
그러다,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되면
그나마 함께 심심해할 이들조차
하나 둘 사라져
홀로 심심해 해야할 때가 오겠지.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그렇게 하나하나 더 심심해지는 것들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엄마만, 아빠만 있어도
심심하지 않던 아이는
어느 순간, 무얼 해도 심심하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면
인사처럼 묻는다.
“뭐 재미있는 일 없어?"
다들 고개를 갸웃거린다.
사람들은 그래서
산에 오르고,
클럽에 가고,
술을 마시고
사랑을 한다.
심심해서...
사람들이 심심하지 않았더라면,
세계 1차 대전은 몰라도
2차 대전 정도는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녀가 알지 못한 한 가지는 그렇다.
인간은 원래 심심하다는 것.
솔로가 아니라 커플이어도,
싱글이 아니라 기혼이어도,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도,
서른 둘이 아니라 마흔 둘이 되어서도....
가끔은 한 번쯤 엄마에게 전화해,
"엄마, 나 심심해."라고
울먹이며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는 걸.
전화를 받아줄 엄마가 있다면
그나마도 다행인 거겠지..
인간은 원래 심심하다.
살아갈 날을 생각하면
그렇게 무모히 태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는데,
어쩌다 태어난 우리는 그렇게
심심함과 평생을 함께 해야만 한다.
인간은 원래 심심하다.
아마 그래서 나도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거겠지.
아…참 심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