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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Apr 18. 2024

조개맨들 그림책

유산 이야기


제목을 보고 조개맨들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강화도 교동면에 조개들이 쌓여 만든 조그만 언덕을 조개맨들이라고 부른다. 강렬한 색채와 원근법이 생략된 솔직한 선의 형태는 마치 아이의 그림일기 같다. 소제목이 붙은 이야기는 낱장으로 연결되어 아버지와의 추억이라는 끈을 묶는다. 이렇게 다정하고, 이렇게 자랑스러운 아버지는 6.25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진다. 아버지를 잃은 영재는 슬픔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영재를 홀로 키운 어머니는 고충을 어떻게 견뎠을까. 마지막 페이지에는 실존하신 아버지의 사진과 그들에게 헌사하는 글이 적혀있다.



 만약에 내가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다면, 만약에 지금 나의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없다면, 그런 상상은 이별을 만든 전쟁이라는 실체에 대한 공포로 이어진다. 당연히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모두를 파멸시키는 전쟁의 명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붉은 색채의 전쟁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고 또 전쟁 이야기일 거라 생각하지 못하고 읽어서인지 그 부분이 마치 반전효과처럼 기억에 오래 남았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영재는 아버지의 사랑을 잊지 않고 있다. 서울에서 사 온 턱받이 이불을 기억하고 시계를 고치던 모습도 자랑스럽게 기억한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줄 유산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다정함,  평범한 친절, 나의 편이라는 확신, 사랑스러운 눈길, 성실한 노동, 그런 것들이다. 성경 "탈출기"를 읽는 도중 내가 후손에게 대대로 물려주고 싶은 유산은 무엇이냐는 거창한 질문을 받았다. 물질적인 유산은 결국 사라진다. 아닌가, 땅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자손들은 자신이 힘들게 벌어서 산 땅이 아니므로 금방 팔 수 있다. 영원히 남는 것은 나의 행동과 말일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정신을 차리지 않을 수 없다. 버지니아 울프가 인세를 받을 때마다 수리한 몽크스 하우스를 보았다. 남편과 함께 출판사를 차리고 자기만의 방에서 소설을 쓴 그녀는 자신이 번 돈으로 자신의 집을 고쳤다. 베란다를 만들고 정원을 가꾸었다. 물론 그 집은 남아있다. 그러나 집 안에서 그녀의 흔적, 글을 썼을 모습, 독립적인 태도, 문학에 대한 가치관 등이 아이들에게는 유산처럼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자손들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 유산같이 뭉크스 하우스와 책이 남아 있다. 부러운 일이다. 조개맨들이라는 이름도 참 예쁘다. 그 안에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남아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조개맨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역사를 제대로 고스란히 소중히 물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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