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영화

by 홍지현




파이는 원주율을 의미한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수학 영화인 줄 알았다. 왜 제목이 파이 이야기가 되었을까? 주인공의 이름은 피신이다. 불어로 '수영장'을 의미한다. 그러나 친구들이 '오줌 누다'의 의미로 피싱이라고 놀린다. 주인공은 그 놀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주율 숫자를 외운다. 3.1415926535897.... 아이들은 이제 파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제목이 주인공 이름으로 파이 이야기가 된 것일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드는 생각은 끝없는 이야기라서 파이 이야기로 한 것 같다. 표류해서 겪은 이야기가 동물들 이야기인지, 사람들 이야기인지 듣는 사람에게 결정하라고 한다. 또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로 가서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야기는 끝이 없다. 내 마음대로 각색되고 사라진다. 종교도 마찬가지이다. 동일한 종교를 믿지만 믿음은 사람마다 다르다. 무엇이 진실인가를 판단하기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양함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든 것이 인간이기 때문인가 보다.


주인공 파이는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물에 빠질 때 살려줄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한다. "생각중이야"라고 크게 소리친다. 생명이 소중한 것인가, 나의 안전이 우선인가. 내가 당장 잡아먹힐 것 같은 상황에서 호랑이의 생명이 소중하기 때문에 살려야 한다는 생각은 순수하지만 어리석어 보인다. 도덕보다는 이익으로 따지게 된다. 나에게 호랑이는 이득이 될 것인가, 해가 될 것인가, 그러나 파이는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파이에게는 삶의 의미를 찾는데 도움을 준 리처드 파커가 무척 소중한 존재였다. 그러나 파이는 리처드 파커가 없으면 나는 어떨까 라는 계산보다는 그냥 도덕적으로 생명을 모른 척 할 수 없었기에 보트 안으로 올려준다. 도덕이란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 것인데 나는 많은 상황에서 항상 기준이 도덕보다는 이익이 앞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싸하고 논리적인 말로 설득하지 못했지만 단호하게 살려줘야 한다고 결정한 파이의 말과 눈빛이 오래 남는다.


1884년 여름, 영국 선원 네 명이 작은 구명보트에 탄 채, 육지에서 1,600킬로미터 떨어진 남대서양에 표류하고 있었다. 이들이 타고 온 미뇨네트호는 폭풍에 가라앉았고, 구명보트에는 순무 통조림 캔 두 개를 제외하곤 마실 물조차 없었다. 이 보트에는 선장 토머스 더들리, 일등 항해사 에드윈 스티븐스. 일반 선원 에드먼드 브룩스가 타고 있었다. 그리고 네 번째 승무원은 배에서 심부름과 잡일을 하던 열일곱 살 소년 리처드 파커였다.

처음 3일 동안은 순무를 정해 놓은 양만큼 조금씩 먹었다. 4일째 되던 날 바다거북을 한 마리 잡았다. 이들은 바다거북과 남은 순무로 연명하며 며칠을 더 버텼다. 그리고 이후로 8일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이즈음 파커는 구명보트 한쪽에 누워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충고를 듣지 않고 바닷물을 마시다가 탈이 났기 때문이다.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던 19일 째 날. 선장 더들리는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할 사람을 제비뽑기로 정하자고 했다. 하지만 브룩스가 거부해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다음 날도 지나가는 배는 보이지 않았다. 더들리는 브룩스의 고개를 돌리게 하고는 스티븐스에게 파커가 희생되어야 한다고 몸짓으로 말했다. 더들리는 기도를 올리고 파커에게 때가 왔다고 말 한 뒤 주머니 칼로 파커의 목에 있는 정맥을 찔렀다. 양심에 찔려 그 섬뜩한 하사품을 거절하던 브룩스도 나중에는 자기 몫을 받았다. 그렇게 세 남자는 파커의 살과 피로 나흘을 더 연명했다. 이윽고 그들은 구조되었다. 영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다. 당신이 판사라면 어떤 판결을 내리겠는가?


정의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부분이다. 그리고 파이 이야기를 쓴 작가 얀 마텔은 이 이야기에 나오는 리처드 파커 이름을 호랑이에게 쓴다. 영화 속의 파이는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리처드 파커 호랑이를 구한다. 그러나 실제로 리처드 파커 아이는 어른들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이름을 붙여준 것인가. 나의 생명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해야하는 것인가 질문에 아직까지 논리정연한 말과 개념으로 많은 다수의 사람들을 설득할 자신은 없다. 그러나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처럼 옳음과 친절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친절을 선책하라는 말을 실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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