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1800년대 19세기 사람이 쓴 자유론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하다니 하면서 감탄하는 이유는 하나이다. 우리가 그들보다 더 진화했고 더 문명적이고 더 현대적이고 더 이성적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얼마나 많은 편견이 있을까? 동성애에 대한 편견, 남자와 여자의 역할 분담에 대한 편견, 흉악한 죄수들의 인권에 대한 편견, 영웅에 대한 절대적인 신념의 편견 등 수없이 많다. 이는 곧 다른 면을 보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었다. 진리를 찾을 기회를 박탈한 것이었다. 우리 사회는 주입식 지식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철저한 부정과 비판 과정을 통해 얻은 지식이 적기에 그러한 과정이 낯설다. 또한 반대되는 입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나만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큰 요인 중 하나이다. 흉악범에 대한 인권을 얘기를 하면 바로 매도당한다. 그의 죄를 옹호하는 것이 아닌데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일을 몇 번 겪으면 결국 침묵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는 그 위험성에 대해 많이 언급하고 있다. 반론이나 다른 생각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그 말 속에 진리가 들어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나의 진리를 더욱 타당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도 독서토론을 하고 나면 나의 생각과 다르게 말한 분의 얘기만 기억에 남는다. 물론 그 순간 감정은 약간 상할 수도 있지만 반박을 하면서 나의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는 경험을 하였다. 그래서 토론이 중요하구나 생각을 한다. 이 책에서도 토론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고 대조하면서 틀린 것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보충하는 일을 의심쩍어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오히려 이를 습관화하는 것이 우리의 판단에 대한 믿음을 튼튼하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내가 그동안 품었던 기독교에 대한 오해와 부정적 이미지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딸이 시험을 치르고 들어가는 기독교 중학교에 들어갔다. 3년 동안 학교 시스템보다 종교를 강요하는 분위기에 딸과 우리 식구들은 힘들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 학교 어떤지 물어본다. 종교에 대한 강요를 견딜 수 있으면 보내라고 답한다. 3년 동안 학교에 이의를 제기했더니 우리가 입학 전에 종교 활동에 대한 찬성 서약서를 썼다고 한다. 그 서약서 하나면 모든 행동이 정당화 되는 것인가? 이 점이 이때까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 책에서는 기독교의 토론 문화의 부재를 원인으로 설명한다. 입장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지 않고 심각하게 검토하지 않고 자신들의 진리를 절대적으로 믿기 때문에 토론을 하지 않고 대답을 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어떤 사안이 의심할 여지없이 확실하다면서 그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치명적인 악습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의 절반은 그런 버릇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교에서 철학을 찾고 싶은 것이다. 나도 세례를 받고 성당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 이유는 좋은 말씀을 듣고 좋은 교훈을 통해 인격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방적인 태도에 실망하고 그 부분이 크게 다가와서 항의도 하지만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하였다.
최근 '두 교황'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우리 나라 세월호 사건을 위로하고 가신 프란체스코 교황과 베네딕토 16세의 실화를 담은 이야기이다. 기독교의 쇠퇴와 타락에 위기를 느낀 베네딕토 16세는 프란체스코와의 대화를 통해 해답을 찾는다. 물러남으로써 사과를 하는 모습이 멋지고 대화를 통해 잘못을 인정했다는 점도 감동적이었다. 보수와 혁신으로 상징되는 두 교황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혁신만 좋은 것일 수도, 보수는 나쁜 것일 수도 없다. 서로 토론을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하는 모습이 필요할 뿐이다. 그리스도교 도덕은 선을 활기차게 추구하기보다는 악을 억제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수동적인 복종의 교리는 사람을 이기적이고 무기력하게 나약하게 만든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다양한 의견을 허용해야 진리를 찾을 수 있다. 프란체스코 교황에게서 희망을 얻는다.
"진리와 오류 사이의 논쟁은 진리를 보다 분명히 이해하고 또 깊이 깨닫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