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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Nov 06. 2024

<노찬성과 에반>을 읽고

두 해 전 찬성의 아버지는 갓길에서 트럭이 전복되어 죽었다. 보험금은 나오지 않았다. 찬성은 할머니와 고속도로 휴게소 근처에 산다. 할머니는 휴게소 분식 코너에서 일한다. 시골 밤은 길고 지루했다. 찬성은 벽에 개 그림자를 만들며 놀았다.

아버지를 여의고 한 달쯤 지나서 찬성은 휴게소에서 목줄에 묶여 있는 작고 하얀 개를 봤다. 찬성은 개에게 얼음을 주었다. 찬성은 할머니에게 에반을 키우자고 졸랐다.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말을 놀랍게 한다. 찬성은 그날 이후 악몽을 꾸지 않았다.

밥을 안 먹는 에반이 걱정되어 할머니 몰래 병원에 데려갔다. 에반은 암에 걸렸다.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하고 노견이라 수술이 더 안 좋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할머니는 휴게소 소장이 준 액정이 조금 깨진 핸드폰을 찬성에게 준다.

찬성은 돈을 모으기 위해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한다. 한 장에 이십 원, 오천 장 돌리면 십만 원이 된다. 안락사하기 위해 십만 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음 날 에반을 깨끗이 목욕을 시키고 병원으로 향했다. 상중이라 주말까지 쉽니다 공지문이 걸려 있었다. 정류소 근처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찬성이는 유심칩을 산다. 에반 병원비에서 허는 게 조금 찝찝하지만 용돈을 아껴 쓰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음 날 찬성이는 핸드폰 액정 보호필름을 산다. 돈은 구만오천 원으로 줄어 있었다. 에반은 그날 밤 구슬피 울고 입에서는 심한 악취가 났다. 동물 병원에 가서 안락사 동의서를 쓰고 예약까지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찬성은 터닝메카드 캐릭터를 샀다. 이제 육만칠천 원밖에 남지 않았다.

에반이 좋아하는 핫바를 사고 돌아왔다. 에반은 차에 치어 죽었다. 난데없이 머릿속에 용서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입밖에 내지 않았다.






아버지를 잃은 아이, 아버지 대신으로 사랑을 주고 또 받는 강아지 에반. 벌써 설정부터 눈물이 난다. 핸드폰이 생겼지만 전화를 걸 곳이 없다.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지만 받지 않기를 바란다. 할머니의 타령, 아프면 죽어야지 소리에 얼마나 아프면 죽는 것이 더 나은 것인지 에반에게 물어본다. 에반은 젖 먹던 힘까지 내서 찬성이의 얼굴을 핥는다. 에반이 처음 자기 손 위에 얼음을 먹었던 감촉과 같다. 안락사를 시키기 위해 무려 천 장의 전단지를 며칠 동안 돌리고 그 돈을 조금씩 써버린다. 찬성이의 주저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찬성이의 텅 빈 마음을 달래주던 에반이다. 잠시 사랑을 주고 떠났다. 둘이 가여워서 마음이 시렸고, 둘이 사랑스러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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