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작가 독서 챌린지 5기
양현이 윤국과 결혼할 수 없음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오빠라고 부른 사람을 남편으로 섬길 수 있을까. 그런데 윤국은 그렇지 않았다. 양현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짐이 두려울 정도였다. 혼인하라는 서희의 말을 듣고 아마 뛰듯이 기뻤을 것이다. 언제나 사랑의 비극은 이러하다. 명희만이 양현의 마음을 오롯이 응원한다.
1장 소식
명희는 여옥의 친정으로 가서 해골이 된 모습을 본다. 여옥은 반전 공작운동 검거로 체포되었고 일 년 사 개월동안 형무소에서 보내다가 병보석으로 나온 것이다. 너무나 평화로운 얼굴에 오히려 명희는 불길한 마음이 든다. 서의돈, 유인성, 김길상, 선우신도 수감되었고 임명빈도 조사를 받은 후 병든 몸이 되었다. 선혜는 영월에 가 있다. 영광과 같이 있는 양현을 본다. 양현은 명희집에 와서 아버지 이상현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묻는다. 그리고 새언니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말을 하며 운다. 배설자와 욱희가 새언니 덕희집에 방문을 한다. 배설자는 양현의 혼담 이야기, 일본의 정책 이야기로 긴장감을 준다. 명희는 명빈에게서 이상현이 살아있다는 말을 전한다.
“시간은 공푭니다. 아무 일도 안 하고 시간과 내가 마주 보고 있을 때, 아아 무섭지요. 그럴 때는 도박이라도 해야 하고 도둑질이라도 해야 할 심정입니다. 타락한다는 것은 시간이라는 악마 때문이지요”24쪽
“명희는 책상 앞에 앉아서 읽다 만 책을 펼쳤다. 아버지를 사랑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럼요, 아버지가 그리워요, 하던 양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서 명희는 쓸쓸해진다. 그 아버지는 이상현이 아닌 김길상이었기 때문이다.”85쪽
2장 산행
여옥은 질투심이 많은 금홍이 최상길의 친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궁굼해한다. 임명빈은 소지감이 있는 절에 정양하러 가기로 마음먹는다. 그 소식을 들은 최상길은 바로 명빈에게 달려가 같이 동행하겠다고 한다. 평사리 최참판댁에 먼저 들른다.
“철 따라 대비하고 단속하며 제 집 앞은 늘 청결하며 적젆게 쌀쌀한 데 비하여 계절에는 무저항으로 서 있는 마을, 정결하고 쌀쌀하지는 않으나 움츠러들고, 그러면서도 타인을 거부하지 않는 분위기, 그것은 감출 것도 벽을 쌓을 필요도 없는 가난의 분위기였다.”87쪽
“가두는 자가 없으면 갇히는 자도 없을 것이며 들판의 곡식이며 열매며, 많이 갖는 자가 없으면 굶어 죽는 자도 없을 것이며, 죽이는 자 없으면 죽는 자도 없을 것이며 주인이 있으니 하인도 있는 것, 부리 하나. 작은 밥통 하나 몸속에 달고서 수만 리 창공을 날아 먹이를 찾고 번식하는 새, 겨울 한 철 나무뿌리 갉아먹으며 연명하는 작은 짐승들, 그들은 자유롭다. 해방된 존재들이다. 오직 인간들만이 사로잡려 있다.” 118쪽
3장 모화 일가
모화는 주점을 접었다. 몰래 밀주를 만들고 있다. 외상값이 밀린 사내가 와서 술을 달라하니 모화는 못준다고 하며 싸움이 난다. 몽치는 여선주 밑에서 일을 한다. 여선주의 아들 여동철은 몽치를 따라다니며 일을 배운다. 조준구는 죽었다. 자손들의 죄의 핏자국은 이제 끝이 난 것이다. 몽치는 매를 맞은 모화의 사연을 할머니한테 듣는다. 명절 아침에 모화를 찾아가 청혼한다.
“천방지축을 모리고 날뛰기도 하지마는 천방지축을 모르기 때문에 도망을 가고 숨기도 하고 해서 화를 자초할 경우도 있는 기라요. 천방지축을 안다는 것은 만물의 이치를 안다는 것이고 만물의 이치를 알고 보면 나갈 때는 나가고 들어올 때는 들어오고 남보다 먼저 때를 안다는 얘기 아니겄고?” 156쪽
“몽치는 생사를 건 것 같은 생생한 그 삶의 현장을 사랑했다. 수만 맹수들의 포효 같은 파도와 맞서는 것이 통쾌했다. 걸걸한 바다사내들의 목청이며 핏발 선 눈동자, 힘줄 속은 적동생 팔뚝이며 짧게 해치우는 대화, 욕설로 정을 주고 속담으로 비야냥거리는 사내들, 누더기의 모습으로, 막걸리 한 잔 국밥 한 그릇 입가심하고 항구의 거리를 누비는 몽치였지만 그는 자꾸만 가슴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169쪽
4장 적과 흑
이시다는 천황을 찬미하는 대사를 읖다가 눈물을 흘린다. 그 모습을 본 옥선자는 웃었다. 그러자 이시다는 미친 듯한 폭행을 한다. 일본인은 거의 모두가 신국사상 현인신에 대한 광신자들이다. 진실을 탐구하지 않는다. 이 모습을 본 상의는 충격을 받고 일본을 더욱 증오하게 된다. 중학생 상근이는 학교에서 군사훈련을 받는다. 상의도 방공연습을 한다. 기숙학교에는 조선인 차별이 심하고 조선인 선생님조차 조선말을 쓰지 못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조선인 학생에게 뇌물을 받는다. 상이는 아버지가 잘 계시는지 걱정을 한다.
“그들 스스로가 말했고 20년대에 유행한 바 있는 에로, 그로, 난센스, 말할 것도 없이 그로테스크는 칼, 피, 괴기이며 그것은 필연적으로 에로티시즘과 상합하고 무의미한 결과를 낳는다. 그 세 가지야말로 일본 문학이 변함없이 되풀이해 온 주제다. 높게는 탐미주의 문학이요 낮게는 육체문학이다. 그 땅의 역사를 사람들을 그렇게 가두어왔다”199쪽
5장 사랑의 피안
영광은 공연이 있을 때만 돌아다니고 돈암동 집에 정착 생활을 하고 있다. 양현은 영광에게 결혼하자고 하고 영광은 거절한다. 영광은 서희가 윤국이와 양현의 혼인을 염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양현도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양현은 명희에게, 시우 오빠에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는다. 윤국은 양현을 보자마자 양현의 마음을 읽는다. 양현은 이루어질 수 없다며 영광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나는 세상에 나와 이룬 것이 없지만 너의 눈물은 뭔가를 이루기 위해 흘리는 것이다. 울어, 많이 울어라. 양현이 너는 나같이 자신을 기만하며 살아가지는 않을 거야. 너의 청춘은 정말 아름답다. 고통도 슬픔도 어쩌면 그렇게 투명하니? 나는 허울만 쓰고 살아왔구나. 세상의 눈이 두려웠고 내 명예 내 결백만을 신주 모시듯 실은 그것조차 기만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야.”271쪽
‘어머니한테서 양현과의 혼인 얘기를 들었을 때 전신에서 피가 끓는 것을 느꼈고 또 피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환희인 동시에 일종의 공포 같은 것이기도 했다. “310쪽
6장 옛날의 금잔디
경방단장 김기성, 홍수관, 최윤국, 이순철은 합석을 한다. 김기성은 허영심이 강하고 단순하다. 김기성 생모 막딸을 몰아내고 서울네는 기성이를 이기적 성품으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김기성 아버지는 월화 기생을 소실로 삼았다. 두만이와 서울네는 칼부림을 하며 싸우고 있다. 두만이의 부는 서울네라 기틀을 만들어 준 것이다. 그러나 부모형제를 등지게 만들었다. 서울네는 소유를 위해 긴 세월을 걸어왔다. 서울네는 월화를 찾아간다. 당당한 월화를 보고 기가 차다. 월화는 두만네 어머니를 찾아가 인사를 드린다. 마을 사람들은 서울네의 신세를 고소해한다.
“멋이란 신식 구식을 다 꿰뚫는 거랍니다. 일본에는 멋이란 게 없다 하더구만요. 해서 일본 기생은 몸을 먼저 팔고 조선기생은 마음을 먼저 판다는 것입니다.”349쪽
“죽일 놈 살릴 놈 했으나 역시 어미의 마음, 천하 악독한 불효자로 만들고 싶지 않았고 폭력으로 이혼장에다 며느리 지장을 찍게 했을 때는 두 번 다시 아들과 상면하지 않으리라 두만의 모친은 결심한 것도 사실이나 그것도 세월이 흐르니 잊어졌고 내심으로 설 명절 제사 때가 되면 혹시 아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기다리기도 했으니 월화의 출현이 당혹스러우면서도 한편 반갑기도 했던 것이다”3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