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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4 (산티이고 순례길까지)

영어공부가 재미있다

by 하루달

산티아고 순례길에 빨리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다가도, 체력도 안 되는 것 같고 영어도 안 되는 것 같아 겁이 나기도 한다. 2월에는 스픽 앱을 깔았다. 하루 이틀 좀 하다가 자꾸 미루게 된다. 영어 공부가 제일 작심삼일이 되는 것 같다. 영어 없이 살 수 있고 당장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을 갔다 오면 부끄러운 마음에 영어 좀 해야겠다는 반성을 하고,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급하게 여행 영어 위주로 벼락치기를 한다. 그러다 며칠 지나면 영어는 다시 저 구석에 처박힌다. 왜 우리는 영어를 해야 할까. 정말 여행만이 목적일까. 요즘은 영어 단어를 일상에서 흔하게 쓴다. 한국 사람끼리만 대화할 때도 영어가 필요하다. 간단한 단어를 알아듣지 못하면 소통하기 쉽지 않다. 책에도 전문 용어, 줄임말, 외국인 이름이 흔하게 쓰인다. 사전을 찾아가며 책을 읽을 때도 많다. 그때도 영어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어릴 적 회화 위주의 외국어 공부를 하지 않고 텍스트로 공부를 해서 나는 한국말로 적힌 영어는 아주 쉬운 단어도 쉽게 연상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영어로 적혀있는 것이 편하다. 자주 읽지 않으니 처음 보는 단어는 빨리 읽히지도 않는다. 점점 뒤처진다는 생각이 든다.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닌데 이런 사소한 것들이 자신감을 떨어뜨리게 하는 것 같다. 어쨌든 동시대를 살기 위해서는 같이 쓰는 영어를 알 필요가 있다. 영화 “컨택트”(2016년)에서 언어가 인식을 지배하는 이론에 대해 말한다. 우리나라는 존댓말이 존재한다. 따라서 외국처럼 할아버지, 할머니 이름을 부르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영어는 완료 시제가 있고 “나”를 중심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 for me라는 말을 많이 쓴다. 유럽은 명사에 여성명사, 남성명사, 중성명사가 있고 시제에 따라 동사가 변화한다. 영화 “콘택트”는 외계인의 언어를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들의 언어는 과거, 현재, 미래가 포함된 언어이다. 그것이 그들의 삶의 방식이다. 미래를 안다는 것은 삶을 무료하게 만들지 않을까. 외계인은 말한다. 미래를 알아도 현재를 통과해야 미래가 보인다고.

앱으로 하는 영어공부는 많이 반복시킨다. 글자가 있지만 나는 글자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처음에는 더듬더듬했던 문장이 반복하고 또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말하게 된다. 사실 쉬운 문장이다. 그런데 해외에서 당황하면 단어만 되풀이한다. 이렇게 간단하게 문장으로 말하면 됐는데. 나는 재미있어 3시간은 공부한다. 따라 하고 외국인이랑 말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사실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막상 외국인을 만나면 당황할 것이다. 그래도 한 문장이라도 생각이 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공부한다. 그리고 여행만이 목적이 아닌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일 년 단위로 결제한 앱을 일 년 동안 사용하고 팝송으로 듣기 연습도 해야겠다. 외국어는 세상을 알아가기 위한 공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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