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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산티아고

3월 28일 팜플로나

by 하루달

산티아고를 오기 전에 책을 먼저 읽었다. 나는 정보를 책에서 찾는 편이다. 그래도 불안해서 유튜브를 봤다.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좋다. 파리 지하철 타는 법, ATM 사용법, 우버 잡는 방법 등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유튜브는 좀 자극적이다. 가방을 몽땅 도둑맞은 이야기, 베드버그로 병원에 실려간 이야기, 알레르게가 없어 노숙한 이야기까지 좀 극단적이다. 물론 모든 스토리텔링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해야 시선을 쓸 수 있다. 그런데 자극은 공포를 유발한다. 조심을 넘어 두려움을 준다. 우리 세상은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넓게는 환경, 핵, 전쟁, 팬데믹, 정치, 개인적으로는 질병, 노후, 외로움. 사고가 일어날까 노심초사한다. 집 밖은 위험하다. 에고, 집 안은 더 황당하다. 원래 탁상공론이 가장 황당무계한 법이다. 참 현재를 즐길 수 없는 환경이다. 산티아고에 와보니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조사한 정보는 결국 내 것이 될 수 없다. 아무리 맛집을 알려줘도 가까이 있지 않으면 가지 않는다. 매일 빨래를 해서 옷을 입으라는 충고도 날씨가 흐리면 할 수 없다. 봄에는 비가 많이 온다는 확률도 다 빗나갈 수 있다. 누구는 외국인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고 하지만 맘에 맞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기 쉽지 않다. 이처럼 거대한 세상에서 그 개인이 겪은 이야기는 그저 그 사람의 것이다. 같은 날씨, 같은 장소, 같은 느낌은 단 하나도 없다. 내가 눈으로 본 세상, 듣는 수많은 소리, 만나는 사람은 나만의 것이다. 일어날 수도 , 일어나지도 않는 것에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획일화된 기준의 행복만을 바라보고 산다. 특히 한국의 엘리트들에게는 돈과 권력만이 유일한 기준인 것 같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지 자신만 잘 살면 되나 보다. 그럴 리가. 내가 14시간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온 이유는 평등한 문화 때문이다. 종교적인 이유건, 영적인 이유건, 문화적인 이유건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올레. 부엔 까미노로 서로를 응원한다. 이처럼 다양한 세상에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다. 자연을 좋아하지만 그 길의 끝에 나타나는 마을이 더 사랑스럽다. 우리는 혼자 살 수는 없다. 나를 환대하고 평등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는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면 지독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 할머니와 다른 할머니들의 삶이 부럽다. 내일의 안정을 위해 집 안에만 있는 삶, 결국 본인의 선택이다. 이처럼 다양한 세상이 있다는 발견이 오늘의 행복이다.

다섯 명이 같이 길을 걸었고 카페에서 맛있는 토르티야도 먹고 저녁에는 바에서 타파스와 술도 마셨다. 팜플로나는 대도시여서 볼거리가 많아 연박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이제 3일 정도 걸었는데 부지런히 길을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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