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산티아고

4월 27일 빨라스 데 레이

by 하루달

길을 잘못 든 적이 많다. 특히 아침에 출발할 때 방향 감각이 없어진다. 알베르게가 순례길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닌자앱이든 구글맵이든 오른쪽 다시 왼쪽, 다시 왼쪽 오른쪽 발걸음을 옮기면서 바른 길을 찾아간다. 참 공감각이 없다. 지도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런데 그렇게 잘못 돌아간 길에는 생각지도 못한 작은 카페 또는 작은 성당이 있거나 멋진 풍경이 나타난다. 나는 누구나 본 아침 풍경이겠거니 사진을 보여주면 못 본 사람이 많다. 동쪽과 서쪽의 풍경은 늘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조금 늦게 걷는 들, 길을 잃은 들 누가 뭐라 할 것인가. 길을 헤매면 더 좋은 행운이 기다리고 있고 그 기쁨은 크다.


나는 카페 화장실에 갇힌 적도 있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잠금장치를 돌렸다. 그리고 나갈 때는 반대로 풀고 위에 있는 동그란 손잡이를 돌리니 열리지 않는다. 몇 번 이리저리 시도를 하고 있는데 마침 밖에 사람이 있다. 스페인어로 뭐라 한다. 나는 스페인어를 못한다고 영어로 말했다. 갑자기 카페 주인이 왔다. 자기는 영어를 못하니 영어를 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 스피커폰으로 누군가 말하는데 손잡이를 절대 돌리지 말라 한다. 잠금장치만 돌리니 바로 문이 열린다. 나는 아주 간단한 장치인데 막상 문이 열리지 않으니 당황한 것이다. 그리고 더욱더 당황스럽게 폭풍 스페인어가 시끄럽게 여기저기 들려왔다. (어쩌면 119나 경찰이 왔을 수도 있다) 영어로 말하는 전화기 덕분에 문이 열렸고 밖에 사람들이 많다. 모두 도와주러 온 것이다. 나는 땀이 났다. 웃으며 그라시아스를 반복해서 말했다. 사소한 일에도 지나친 관심을 보인 스페인 사람들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하하하


나는 대체적으로 6시에 일어나 6시 30분에 떠났다. 도미토리룸에는 아직 자는 사람들이 많으니 조용히 나와야 한다. 우선 헤드랜턴 야간 조명을 켠다. 침낭을 돌돌 말아 침낭 커버에 집어넣는다. 충전한 핸드폰을 작은 가방에 넣고 배낭을 한쪽 어깨에 메고 조심히 나온다. 거실 의자에 앉아 옷도 입고 양말, 발목 보호대, 무릎 보호대를 한다. 빼먹은 것이 없나 확인하고 떠났으나 검정 티셔츠, 슬리퍼, 아이팟 왼쪽을 잃어버렸다. 아이팟은 밤새 듣다가 베개 밑으로 쏙 들어간 것 같다. 아침에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나 보다. 슬리퍼는 침대 밑에 두었는데 신지 않고 나오니 깜빡했다. 검정 티셔츠는 빨래해서 걸어놓고는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걷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 아주 중요한 물품이 아니라 그럭저럭 살고 있는데 아쉽다. 그런데 알베르게 테라스에서 쉬고 있는데 한 무리의 외국인이 나를 보더니 너 슬리퍼 놓고 왔지? 묻는다. 아니, 좀 가져오던지, 얄밉게 잃어버린 사실만 콕 집어 얘기한담. 나는 맞아, 누군가 주워서 쓰면 좋겠다고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해 주었다.


그래도 이렇게 실수하고 잃어버린 에피소드만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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